풀꽃나무 일기

해질녘 탄천 산책길의 봄빛 풍경

모산재 2007. 5. 6. 15:12

해질녘 탄천 산책길의 봄빛 풍경

2007. 04. 27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탄천 산책길에 나선다.

새봄 들어 한번도 찾지 못한 탄천의 생명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못내 궁금해지는 것이다.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내의 풀꽃들도 살펴본다.

화단들마다 영산홍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붉게 핀 꽃들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너무 요란스럽게 핀 꽃들이 부담스러워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뭣하다.

 

대신 구석구석 다소곳 피어 있는 영산백을 담아 본다. 

저 새하얀 꽃잎과, 윗꽃잎의 안쪽에 점점이 박혀 있는 연두빛 점들의 무늬가 아름답다.

 

 

(흰철쭉이라 불러도 될 것 같지만 이 녀석은 원예종으로 개발된 것이라 하니

 토종인 흰철쭉이라는 이름을 쓸 수는 없다.

 그야 어쨌든 영산백이라는 한자어 이름이 너무 기계적이어서 별 마음에 안 든다.) 

 

꽃사과로 불러도 될까.

붉은 꽃봉오리의 앳됨과 하얀 꽃의 청순함이 어울려

상큼한 사과향이 절로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화단이 아닌 풀섶에 긴병꽃풀이 숨바꼭질하듯 몰래 꽃을 피우고 있다.

 

 

 

다닥다닥 헤프다 싶게 많은 꽃을 피우는 박태기나무꽃은 내 취향은 아니다.

게다가 짙붉은 색깔조차 좀 부담스러운가.

그런데, 제 암술과 수술이 그만 나를 붙들었다.

웬만해서는 저걸 내보이지 않는데...

 

 

 

야생화를 제법 많이 심어 놓은 넓은 뜰에는 몇몇 꽃들이 피었다.

 

볕이 따스한 곳이어선지 매발톱꽃이 벌써 피었다.

 

 

 

둥글레도 아직 꽃잎을 열지는 않았지만  흰꽃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얼핏 보면 조개나물로 보이이지만

이 녀석의 이름은 아주가 렙탄스...

털이 거의 없는 밋밋한 잎과 땅바닥을 기는 줄기가 있다는 점이

조개나물과는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다.

 

 

 

윤판나물도 주렁주렁 꽃을 매달았다.

 

 

 

오랑캐꽃이라고도 불리는 제비꽃의 기본종

 

 

 

지장보살이라는 거룩한 별칭도 가지고 있는 풀솜대도 곧 쌀밥같은 꽃을 피울 모양이다.

 

 

 

하늘매발톱이 제철처럼 피었다.

하늘 가까운 고산지대에 살고, 하늘빛을 닮은 꽃을 피우니 그 이름이 제대로이다.

 

 

 

꽃이 하얀 이 매발톱꽃은 원예종이다.

 

 

 

원예종으로 보이는 양귀비도 꽃을 곧 피울 것 같다.

잔뜩 구부리고 있는 저 꽃대를 언제 세워서 큼지막한 꽃을 바람 앞에 자랑하려나...

 

 

 

가락동을 벗어나서 탄천을 건넌다.

풀빛이 짙었다.

 

 

 

저 간 건너 버들 숲 아래에는 나물 캐는 아줌씨들의 모습,

탄천 둔치의 흙이 그다지 깨끗한 편이 아닌데, 나물로 먹어도 될까...

 

 

 

꽃을 피우기 전의 개쇠스랑개비(개소시랑개비)믄 이렇게 당당한 모습이다.

어떤 생명이건 꽃이 지고난 뒤에는 한풀 꺾인 모습 아니던가...

 

 

 

갯버들인지, 키버들인지 종잡히지 않는 녀석의 꽃이 지고 난 모습이 이렇다.

 

 

 

 

자유수면 습지의 풍경,

물가에는 창포가 푸르게 자랐다.

 

 

 

여기저기 둘러 보아도 탄천에는 눈길을 끌 만한 별다른 봄꽃은 없다.

봄꽃은 없어도 호숫가 계단에 앉아 정담을 주고받는 아가씨들이 봄풀꽃이고

두 팔을 씩씩하게 흔들며 걷는 아줌씨들의 땀흘리는 모습이 봄나무이다.

 

 

그렇게 궁금하기만 했던 중국굴피나무의 꽃을 보기 위해

풀숲을 헤치고 접근한다.

 

한눈에 보이는 꽃의 모습은 이렇다.

아래로 길게 늘어진 녀석들은 죄다 수꽃이고,

가지 끝 맨 쪽에 약간 붉은 느낌이 드는 것이 암꽃이다.

 

 

 

위의 수꽃이 좀 '늙은' 것이라면

이것은 좀 '싱싱한' 수꽃'이다.

 

 

 

비교적 싱싱한 암꽃을 찾아 담아보니 이런 모습이다.

이미 해가 넘어가는 시간인 데다

나무가 만드는 그늘 때문에 더 이상 선명한 사진이 담기지 않아 아쉽다. 

 

 

 

탄천에는 아직도 청둥오리가 얼쩡거리고 있고,

왜가리로 보이는 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닌다.

 

 

 

 

 

어둠 속에 잠기는 갓꽃을 겨우 건져내 본다.

 

 

 

풀꽃들이 보는 호수 거울 속에 거꾸로 잠겨 있는세상

 

 

 

 

잔뜩 무장한 지느러미엉겅퀴

 

 

 

아직도 봄맞이하고 있는 봄맞이꽃

 

 

 

기대했던 탄천에서 꽃은 별로 볼 수 없지만

꽃이 아니어도 봄빛은 가득하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절로 푸르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