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대모산 풀꽃들의 겨울맞이

모산재 2006. 11. 30. 22:48

대모산 풀꽃들의 겨울맞이

2006. 11. 18. 토

 

 

11월도 저물어가니 이제 꽃을 보기 어려운 절기가 되었다.

입동이 지난 지는 한참이나 되었고, 며칠 뒤이면 눈발이 비친다는 소설 아닌가.

 

오후, 기나긴 겨울을 앞두고 생명들이 겨울나기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집을 나선다.

생각했던 대로 꽃들은 거의 시들거나  씨앗을 달고 있는 모습이었고,

겨울나기 잎들이 땅에 납작 엎드려 생명의 체온을 지키고 있었다.

 

 

묏등 오르는 길 마을에서 만난, 불타는 듯한 단풍나무

 

 

 

양지바른 언덕, 습기 있는 땅에 큰개불알풀 몇 송이가 꽃을 피웠다.

 

 

 

민들레는 한쪽 꽃대엔 허연 씨앗을, 또 한쪽 꽃대는 땅에 바짝 붙여 체온을 모아 환한 꽃을 피웠다.

왼쪽으로 뻗어 있는 저 붉은 근육질 꽃대는 싸늘해진 대기와 온 힘으로 맞서고 있는 민들레의 생명력을 절로 느끼게 한다.

 

 

 

괭이밥도 잎은 생기를 잃은 채 마지막 기력을 모아 한송이 노란 꽃을 피웠고,

 

 

 

개망초도 서둘러 여린 흰 꽃을 피웠다.

 

 

 

가을에 때 아니게 피었던 제비꽃들도 서둘러 씨앗까지 땅에 떨구었건만,

아예 땅에 포복하다시피한 이 보랏빛 꽃을 피운 이 녀석의 모습은 10대 미혼모처럼 애처롭다. 

 

 

 

뒤늦게 자란 쇠채, 벌겋게 동상을 입고 겨울을 날 수 있을는지...

 

 

 

묏등의 습한 곳에 피막이풀이 푸른 빛을 자랑하고 있고,

 

 

 

애기수영 푸른 싹도 뒤질세라 스크럼짜고 볕바라기하며 체온을 나누고 있다.

 

 

 

이것은 으아리 어린 모습이라고 봐야겠지.

 

 

 

개망초 겨울나기

 

 

 

좀꿩의다리도 아름답게 단풍 들었다.

 

 

 

솔나물

 

 

 

패랭이꽃 줄기가 뒤늦게 자랐는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벌초된 자리에서 갈퀴나물도 다시 자라났고

 

 

 

 

좀꿩의다리 씨방이 요렇게 생겼다.

 

 

 

잎은 말라버린 채, 마지막 기운을 꽃으로 모아 용담이 보랏빛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한송이 꽃을 겨우 피운 쑥부쟁이꽃의 모습이 특이하다.

 

 

 

뜻밖에도 톱풀이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이 계절에 톱풀이 꽃 필 것이라고 누가 기대하겠는가.

 

 

 

지칭개의 겨울나기

 

 

 

선씀바귀일 듯한데... 꽃 진 자리에는 하얀 털 씨앗만 남았다.

 

 

 

수영의 겨울나기잎

 

 

 

겨울나기로 움츠리고 있다가 따스한 볕의 유혹에 개망초가 그냥 황급히 꽃을 피워 버렸다.

그래도 이 녀석은 제대로 꽃을 피웠는데,

 

 

 

이 녀석은 뭐냐, 도대체 어쩌자고 저런 모습으로 꽃을 피운다...

 

 

 

이 녀석도 못지 않은 모습...

 

 

 

솔나물

 

 

 

민들레 겨울나기잎

 

 

 

고들빼기 겨울나기잎

 

 

 

그리고 뽀리뱅이 겨울나기잎, 벌겋게 동상을 많이 입었다.

 

 

 

이렇게 엎드리지 않고서야 이 싸늘한 공기 속에 불꽃을 어찌 피우겠는가.

 

 

 

꽃 진 자리에는 이렇게 길 떠나야 하는 자의 쓸쓸한 명상만 남았다.

 

 

 

미역취, 불꽃 같던 청춘도 잠시였던가, 허연 머리를 날리고 바람에게 운명을 맡기고 섰다.

 

 

 

억새의 씨앗 행렬도 이렇게 보니 여느 꽃 못지 않게 아름답다.

 

 

 

풀섶에 패랭이꽃 한송이가 이렇게 화려하게, 청초하게 피어 있는 것이었다! 따뜻하여라...

 

 

 

이게 동의나물인 줄만 알았다.

알고보니 층층잔대의 뿌리잎이다. 이렇게 넓은 원형의 잎이었던가...

 

 

 

 

이걸 보고 바로 할미꽃을 떠올린다면 풀꽃들을 좀 안다고 할 수 있겠지. 

 

 

 

이 녀석이 누군지 알면 그보다 한 수 위이겠고... 답은 꿀풀.

 

 

 

요건 떡갈나무로 보기엔 그렇고, 신갈나무일까, 갈참나무일까...

참나무 식구들은 자꾸만 혼동되는구먼.

 

 

 

갈수록 태산이군... 이 녀석은 뭐야. 단풍까지 제대로 들었는데.

익숙한 곳이 아닌 데서 봤다면 헤맸을지 몰라. 정답은 까치수영.^^

 

 

 

단풍 든 띠풀 풀섶에 마지막 제비꽃 몇 송이 남아 있다.

 

 

 

솜털을 길게 길러 추위를 막아 보던 양지꽃도 냉기에 잎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풀섶에 둘러싸여, 땅에 붙어서 온기를 지키며 마른 줄기 뿌리 쪽에서 꽃송이를 피워낸 개쑥부쟁이...

 

 

 

할미꽃 이파리 한번 더...

 

 

 

이 계절의 가장 화려한 패션, 노박덩굴

 

 

 

이 아이는 조개나물, 겨울나기는 어려울 듯...

 

 

 

다시 이 아이는 고들빼기

 

 

 

다시 이 녀석은 뽀리뱅이, 바람이 없는 따뜻한 곳이라 동상을 안 입었다. 

 

 

 

화려한 시절을 추억하는 씀바귀

 

 

 

 

이 아이도 길 떠날 준비를 하는군... 왕고들빼기

 

 

 

이건 아무래도 미국쑥부쟁이로 봐야겠는데...

 

 

 

할미꽃 삼 세번

 

 

 

개쑥부쟁이꽃이 이렇게 귀하게 피니 더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 생긴다.

탄천에 지천으로 피던 개쑥부쟁이와 너무도 다른...

 

 

 

 

 

헉, 이게 웬 꽃이냐... 언뜻 금창초가 아닐까 생각하기 십상이겠다.

볕바라기가 가장 좋은 언덕에 조개나물이 이런 모습으로 꽃을 피웠구나.

봄이라면 꽃대가 한뼘 높이로 자랐겠지만, 이 계절엔 이 모습으로 핀 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이다.

 

 

 

 

또 한 송이의 개쑥부쟁이

 

 

 

으아리 씨방은 요렇게 생겼어.

 

 

 

멍석딸기도 동상을 입어 붉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뭐더라.

 

 

 

달맞이꽃도 겨울나기 자세로...

 

 

 

아직도 몇송이 노란 꽃을 남기고 있는 미역취,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이제 겨울을 맞아야겠지,

차가운 대지 속에 엎드려 있는 뜨거운 생명의 숨결을 느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