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반나절이 지나가는 시간인데도 바람이 맵다. 바람은 매워도 햇살이 명랑하니 기분도 절로 명랑하다. 남산을 곁에 끼고 걷는 시분은 그야말로 '왔다!'다. 남산 안내소에서 안내 팸플릿과 엽서 몇 장을 챙겨 들고 통일전을 지난다. 삼국 통일의 위업을 기리며 통일에의 의지를 다진다는 명목으로 유신 말기인 1977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은 것이다. 취지와는 반대로 그는 가장 반통일적인 인물이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전두환도 민주화 일정을 밝히기를 요구하는 민중들을 총칼로 무찌르고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지 않았던가. 이들의 뒤를 이은 정치 세력들은 지금도 남북 대결 정책을 펼치며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통일전 지나자마자 정강왕릉이 나와야 되는데 표지를 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다. 정강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