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 3

경주 남산 (14) 헌강왕릉

오전 반나절이 지나가는 시간인데도 바람이 맵다. 바람은 매워도 햇살이 명랑하니 기분도 절로 명랑하다. 남산을 곁에 끼고 걷는 시분은 그야말로 '왔다!'다. 남산 안내소에서 안내 팸플릿과 엽서 몇 장을 챙겨 들고 통일전을 지난다. 삼국 통일의 위업을 기리며 통일에의 의지를 다진다는 명목으로 유신 말기인 1977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은 것이다. 취지와는 반대로 그는 가장 반통일적인 인물이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긴 전두환도 민주화 일정을 밝히기를 요구하는 민중들을 총칼로 무찌르고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지 않았던가. 이들의 뒤를 이은 정치 세력들은 지금도 남북 대결 정책을 펼치며 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통일전 지나자마자 정강왕릉이 나와야 되는데 표지를 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쳤다. 정강왕..

경주 남산 (1) 배리 삼릉, 신라 초기에서 말기로 이어지는 박씨 왕릉

경주 남산을 찾는다. 십 몇 년 전 처음 찾았을 때의 그 매혹적인 느낌을 늘 잊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머나먼 거리가 부담스러워 미루어 두었던 것을 ktx 노선이 개통되자마자 얼씨구나 찾은 것이다. 흔히 "남산에 오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고 한다. 남산이란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에다 신라의 오랜 역사, 신라인의 미의식과 종교의식이 예술로서 승화된 곳이 바로 남산인 것이다. 경주시의 남쪽에 남북으로 8km 길이로 길게 솟은 남산은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의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개의 계곡과 산줄기를 품고 오목조목한 타원형의 산세를 이룬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에는 아담한 바위들이 기기묘묘하게 솟아 있어 등산의 묘미에 젖어들게 하고, 골짜기와 능선의 발길이 닿는 ..

가락국 마지막 왕의 무덤 구형왕릉과 왕산사지, 유의태 약수터

산청읍에서 북서쪽 길을 잡아 고갯길을 굽이굽이 타고 넘어 30릿길을 지나면 금서면 면소재지가 나타난다. 면소재지 도착하기 직전에 길 왼쪽으로 넓게 조성된 커다란 전통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덕양전이다. 덕양전은 가락국 10대왕 양왕(구형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곳이다. 조선 정조 17년(1793)에 왕산사에서 전해오던 나무상자에서 구형왕과 왕비의 초상화, 옷, 활 등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보존하기 위해 ‘덕양전’이라는 전각을 짓고 오늘날까지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곳에서 왼쪽 산길을 따라 약 1킬로미터쯤 올라가면 골짜기가 끝나는 곳에서 구형왕릉이 나타난다.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구형왕릉이 있는 산을 왕산이라고 하는데,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의 무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