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3

지리산 둘레길, 실상사에서 금계리까지

2010년 4월 24일 오후 오후 네 시를 넘겨 예정에도 없던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일단 둘레길에 올라서 인월까지 가 볼까 생각해 보는데, 해 지기 전까지 남은 세 시간으로 가능할지... 그건, 둘레길에서 사람을 만나 물어보면 될 일이다. '실상사작은학교' 방과후 교사가 일러준 대로 실상사에서 만수천을 건너 중황리 쪽으로 난 큰길을 따라 걷는다. 말이 마을이지 가파른 삼봉산이 흘러내린 기슭이어서 길은 지루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아마도 예전에는 큰길이 없었던 첩첩산중 오지 마을이었을 터인데 새로난 길은 포장이 되었다. ▼ 실상사에서 중황-상황마을을 지나 금계리 길로 걸었다. 만수천을 향해 너른 품으로 솟은 삼봉산(높이 1187m) 기슭을 따라 오르면서 차례대로 하황, 중황, 상황 세 개의 ..

실상사 극락전, 증각대사응료탑과 탑비, 수철화상능가보월탑과 탑비

2010년 4월 24일, 오후 담장을 벗어나 산기슭 방향으로 걷다보면 연꽃이 자라는 연못 너머로 담장에 둘러싸인 극락전이 나타난다. 담장 밖에 따로 다시 담장을 두르고 세워진 절집이 워낙 외딴 곳에 치우쳐 있어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솔숲을 이룬 야트막한 언덕을 배경으로 연못 곁에 흙돌담장을 두른 절집 풍경은 고향집처럼 정겹다. 봄기운 가득 받아 뜰과 나무에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싱그럽다. 일주문 형태를 가진 문으로 들어서면 극락전이 정면으로 보인다. 마당에는 요사채를 지을 것인지 목수들이 목재를 다듬고 있다. 극락전은 원래 이름은 홍척국사와 수철화상의 부도가 있어 부도전(浮屠殿)이었으나, 요사채를 수리한 뒤 부도전(扶道殿)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1832년(순조 32)에 극락전으로..

퉁방울 눈에 벙거지 쓴 모습이 정겨운 실상사의 세 돌장승

실상사 입구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해탈교 양쪽에는 벙거지를 쓰고 퉁방울 눈을 한 해학적인 표정의 돌장승 셋이 세워져 있다. 시골사람들은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 장승을 벅수라고 부른다. 장승은 천하대장군, 지하대장군처럼 보통 한 쌍으로 세우지만 이 곳의 장승은 남녀 구분이 되지 않고 모두 모자를 쓴 모습이다. 원래 돌장승은 만수천 양쪽에 한 쌍씩 모두 4기가 세워져 있었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쪽에 있던 돌장승이 1936년 홍수 때 떠내려 가 버리고 지금은 셋만 남았다. 돌로 만들었기 때문에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장승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세 돌장승은 중요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되어 있다. 장승은 민간신앙에서 잡귀를 막고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마을 어귀에 세우는데, 이 돌장승을 실상사로 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