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를 찾아보자고 약속한 토요일, 새벽같이 나서 전철을 타는데 파도가 높아 배가 뜨지 않는다는 연락이 온다. 한동안 따스한 날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거센 바람과 함께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친다. 이미 나선 걸음,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아까워 전화를 주고 받은 끝에 일단 충주 미륵사지와 하늘재로 가 보자. 그렇게 해서 결국은 1박 2일 폐사지 여행이 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두어 시간 남짓 달려 수안보에서 얼마 멀지 않은 미륵사지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를 세우고 바로 옆 식당에서 동동주 몇 잔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폐사지를 향해 걷는다.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길이 한적해서 편안하고, 갑자기 밀려온 찬 바람이 월악산 솔숲에서 실어온 산소가 청량해서 상쾌하고, 약속도 없이 이런 번개 여행을 함께 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