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 3

경주 남산 (15), 석조 감실,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마애석불

헌강왕릉을 나와 보리사 석불여래좌상을 향해 걷는다. 남산을 끼고 동쪽의 너른 경주벌판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여유롭고 상쾌하다. 가끔씩 쌩쌩 달려가는 차들이 평화를 깨뜨리기도 하지만... 그리고 금방 화랑교육원을 지난다. 화랑교육원은 통일전보다 먼저 1973년에 세워진 최초의 학생교육원이니 아마도 국민교육헌장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교육원 내에 불상을 모셔두던 석조 감실(경북 문화재자료 제6호)이 있다고 하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자연 면석으로 감실을 만든 것인데 불상을 모셨던 길쭉하고 둥근 대좌가 남아 있다고 한다. 최초의 인공석굴 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문화사적 의의가 있다고 한다. 다음은 문화재청 사진 자료다. 석조 감실을 지나니 갈은 꺾어져 들판 쪽으로 향한다. 꺾어지는 지점에..

경주 남산 (6) 상선암 선각보살입상, 마애석가여래좌상

복원한 보물 666호 석조여래좌상을 돌아본 다음 다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남산은 참 편하다. 단조로운 흙산도 아니고 험준한 암릉이 늘어선 악산도 아닌데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곳곳에 솟아 있어 변화가 있으면서도 길은 힘들지 않다. 숲은 너무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고 적당히 깊다. 갑자기 길섶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들꿩 한 마리가 마치 닭처럼 슬슬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다. 길가에서 불과 몇 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불국토 경주 남산에서는 꿩까지도 불심을 가지셨나. 사람을 통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한번 흘낏 쳐다보곤 딴전이다. 꿩고기 맛을 아는 사람 만나면 안 되는데... 남산이 그런 살생의 욕망을 막아 주려나.....

경주 남산 (4)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자연 암석 기둥이 배경을 이룬 아름다운 마애관음보살입상을 뒤로 하고 다시 계곡을 따라 등산로를 오른다. 아늑한 솔숲 솔향기가 상쾌하게 폐부를 찌른다. 등산객들이 점차로 눈에 많이 띄기 시작한다. 계곡 남쪽으로 커다란 바위 절벽이 있어 그곳에도 불상이 있나 했는데 그냥 치성을 드리는 바위인 모양. 바위 절벽 아래쪽에 넓은 공간이 패어 있고 그곳엔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바위의 위엄이 대단하니 바위신앙의 대상이 될 만하다. 아마도 바위면이 고르기만 했더라면 저곳에도 자비로운 마애불상이 아로새겨졌으리라. 그리고 몇 분쯤 더 올랐을까.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이라는 표지가 나타난다. 왼쪽 산허리쪽을 가리키는 표지를 따라 비탈을 올라서니 마당처럼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거기에 검은 돌이끼를 입은 ㄴ자형의 자연 암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