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숙성 20

동티베트(9) 화려한 금빛 사원, 감숙성 랑무스

● 2014년 7월 28일 월요일 오전, 감숙성 랑무스(郞木寺) 처음 본 천장터는 내 영혼을 오래도록 아리게 했다. 나는 왜 천장에 담긴 그 성스러운 의미에 마음이 움직이지 못하고 신체의 절단이라는 시각적 끔직성에만 전율하는 것일까. 게다가 나보다 두어 달 전에 다녀간 어느 블로거가 올린, 제대로 해체되지 않고 버려진 섬뜩한 인골 사진을 본 다음에 마치 영혼이 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둔중한 아픔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마음의 무거움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멀리 평화로운 풍광을 바라보는 것! 그나마 천장터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들을 만나는 기쁨에 이런 전율을 진정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천장터를 내려오면서 나는 자꾸만 건너편 사천 랑무스와 그 뒤로 대협곡을 거느린 '중국의 알프스'를 바라보았다...

동티베트(8) 눈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랑무스 천장터

● 2014년 7월 28일 월요일 오전, 랑무스(郞木寺) 천장터 자고 일어난 새벽, 창을 여니 서늘한 공기가 기분 좋게 얼굴을 어루만지며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민가 여기저기서 아침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나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아마도 말린 소똥을 연료로 쓰겠지...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고, 투명한 햇살은 사원과 바위봉우리와 초원을 따뜻이 어루만지고 있다. 아침 식사(쌀죽, 짠지, 만두, 삶은 달걀)를 마치고 천장터(天葬垈)로 출발한다. 주검을 독수리에게 먹게 하는 티베트 사람들! 티베트 사람들은 새에게 몸을 먹힘으로써 땅, 물, 불, 바람이라는 우주의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신의 사자'라고 믿는 독수리에게 육신을 보시하는 이 장례의식을, 그래서 조장(鳥葬)이라 일컫..

동티베트(7) '중국의 알프스', 랑무스!

● 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오후, 랑무스(郞木寺) 저녁 6시. 거세게 내리는 비를 뚫고 랑무스에 도착하였는데, 숙소에 이르자 거짓말처럼 비는 그치고 점차 하늘이 맑게 개기 시작한다. 숙소에 들어가 짐을 내려 놓고 창 밖을 내다보니 어느 새 햇살이 환하게 빛나고 하늘은 파란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사천 랑무스 사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씻은 듯 투명한 풍경! 사천 랑무스의 중심 전각, 문사학원(聞思學院) 사찰 주변으로 보이는 집들은 전부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 미륵해탈탑. 오래된 목제탑이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아 있어 그냥 시간을 보내기 아까워 룸메이트 홍식 씨와 주변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서 바라보았던 사원 뒷산 언덕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사원 뒤 초원의 언덕으로 올라서자마자..

동티베트(6) 허쭤에서 랑무스 가는 길

● 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오후, 허쭤에서 랑무스 가는 길 점심 식사 후 랑무스를 향하여 출발. 허쭤에서 랑무스까지는 162km. 구글맵에서는 자동차로 3시간 40분 걸린다고 나온다. 시속 40km 정도로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글맵으로 오늘의 여정을 확인해 본다. 오전에 샤허에서 허쭤까지 올 때에는 하천을 끼고 들판이 제법 넓게 보이기도 했지만, 허쭤에서부터는 경작지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초원만 펼쳐질 뿐이다. 간혹 숲을 이룬 곳이 없진 않지만 높이 솟은 산들조차 온통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초원이다. 산의 능선에도, 낮은 평원에도, 곳곳에 유목민들의 여름 천막이 자리잡고 주변에는 오색의 타르촉이 만국기처럼 펄럭이고 있다. 유목민들의 땅, 티베트인들의 삶의 터전에 들어섰다는 것을 실감한다. ..

허쭤의 풀꽃들 (1) 감숙송이풀, 노예조두, 중국물망초, 다후리카용담, 하지초, 점모서미초, 밀화향유

다음은 허쭤 밀라레빠불각 뒤편 산언덕을 돌아 내려오면서 만난 풀꽃들이다. ● 등대풀 = 택칠(泽漆) Euphorbia helioscopia ● 박삭초(薄蒴草) Lepyrodiclis holosteoides 석죽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중국 중서부 고산지에서부터 이란, 코카서스, 터키에 이르는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박삭초속의 유일한 종이다. ● 감숙송이풀(甘肃马先蒿), Pedicularis kansuensis 중국에서는 송이풀을 마선호(马先蒿)라 부른다. 감숙성 고원지대 곳곳에 꽃밭을 이루고 있는데, 구름송이풀과 거의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 长柱沙参 Adenophora stenanthina 줄모양의 잎을 가진 잔대 ● 노예조두(露蕊乌头) = 택란(泽兰), 罗贴巴 Aconitum gymnandrum 투구..

동티베트(5) 허쭤, 티베트의 최고 성자 밀라레빠 불각(佛閣)

● 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오전, 허쭤 밀라레빠불각 고산 속에 자리잡은 동티베트, 샤허의 하룻밤은 길었다. 긴 밤 새벽녘에 눈이 뜨이더니 더는 잠이 오지 않고 많은 상념에 잠기며 아침을 맞이한다. 햇살이 비쳐드는 아침,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마을 곳곳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어릴 때 보았던 정겨운 풍경, 가슴이 뭉클해진다. 샤허와 라부렁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찾아가는 길조차 편안하지 않는 외진 시골이었다고 한다. 최근 랑무스와 함께 이름이 알려지며 급속히 관광지로 변모되고 있긴 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태고적 고산 초원이 펼쳐지는 티베트의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하지만 호텔 바로 앞에는 대형 크레인이 동원되어 신축 건물을 짓는 공사 중이다. 라부렁스는 티베트인들의 것이지만 이 거리를 ..

샤허의 풀꽃 (1) 아라산송이풀, 아자니아, 감청종덩굴, 감청청란 등

다음은 샤허 라부렁스 사원의 코라를 돌며 뒷산 길가 언덕에 자생하는 풀꽃들을 담은 것이다. 꽃 이름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의 식물도감을 일일히 찾아서 대조한 것이다. 중국의 야생화는 그 방대한 국토에 걸맞게 정말 어마어마한 종을 자랑한다. 송이풀 종류인 Pedicularis속에 속하는 것만 해도 100종이 넘을 정도이니.... ● 아라산송이풀 = 아라선마선고(阿拉善马先蒿) Pedicularis alaschanica ● 이름이 뭘까...? 灰枝紫菀 Aster poliothamnus ? 국화과의 풀 ● 아자니아 = 다화아국(多花亚菊) Ajania myriantha ● 이름이 뭘까...? 석죽과의 풀 ● 감청종덩굴 = 감청철선련(甘青铁线莲) Clematis tangutica 노랑종덩굴이라 부를 만한 미나리아재비..

동티베트(3) 샤허 라부렁스, 코라를 돌며 대경당까지

● 2014년 7월 26일 토요일 오후, 샤허 라부렁스 린샤를 지나 샤허에 가까워질 무렵부터 날씨가 잔뜩 흐려지더니, 숙소에 배낭을 놓고 라부렁스(拉卜楞寺) 남서쪽 주차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비치더니 이내 거세게 비가 내린다. 비가 올 거란 생각을 못해 우산도 비옷도 준비 못한 채 차에서 내렸는데 난감하다. 라부렁스는 감숙성 간난장족자치주 샤허현 따샤허 강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청해성과의 접경지인 중국의 감숙성에 속해 있지만 이곳은 엄연히 티베트 영토인 암도에 속해 있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티베트보다, 한족들이 많은 티베트보다 더 티베트다워서 '리틀 티베트'라 부르는 샤허 라부렁스. ※ 구글 위성지도 이용 표시함 라부렁스는 본래 이름이 '噶丹夏珠卜达吉益苏奇贝琅'이라는 긴 이름으로 간..

실크로드(18) 둔황, 명사산과 월아천

♣ 8월 6일 일요일 저녁 / 둔황 명사산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한 뒤 둔황시 남쪽 5㎞ 지점에 있는 명사산(鳴沙山)으로 향한다. 명사산은 거대한 모래산으로 동쪽은 막고굴(莫高窟)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수불산(睡佛山, 부처가 누워 있는 듯한 산) 아래의 당하(党河) 저수지까지 40여 ㎞에 걸쳐 있다. 남북으로는 약 20여 ㎞, 최고 높이는 1,715m라고 한다. 둔황팔경(敦煌八景)의 하나로 고운 모래로만 퇴적된 수십 미터 높이의 아름다운 모래산이다. 바람에 쓸려 모래가 구를 때 악기의 소리처럼 울린다고 하여 명사산이라 부른다. 명사산의 능선을 걸으며 바라보는 월아천과 저녁 일몰 풍경은 명사산을 찾는 최고의 들거움이다. 두번째로 찾은 명사산, 수없이 많은 관광객과 낙타의 발자국이 지나갔음에도 모래구릉의 모습..

실크로드(17) 둔황, 옥문관과 한장성

8월 6일 일요일 / 둔황 가이드가 기차를 타지 못하는 초유의 돌발 상황. 여행에서 별일이 다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을까. 어쨌든 이미 일어난 일을 어쩌겠는가. 다행히도 중국인보다 더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송희 양이 역할을 잘 해 내며 연락을 취하여 새벽녘에야 급행열차를 타고 따라잡은 허광씨와 합류할 수 있었다. 밤새 달리는 기차 속에서 우리는 백주와 맥주를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새벽녘에 잠시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둔황(유원)역에 도착했다. 아침 8시 20분. 둔황역(옛 유원역)에는 현지 가이드 김철규 씨가 나와 맞이한다. 역 주변에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대기된 버스를 타고 둔황으로 출발한다. 시커먼 모래사막, 멀리 보이는 바위 구릉... 수 년 전에 단 한번 왕복했던 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