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을 만나본 다음 정선읍내로 향한다. 오늘이 마침 정선 5일장이 서는 날이라고 하지 않느냐. 끝자리가 2일이거나 7일인 날에 장이 선다.
장이 열린다 하지 않고 선다고 하는 말이 재미있지 않은가!
장이 서는 날 시드러운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왁자지끌 아연 활기를 띠는 시장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활기가 일어서는 곳이다.
험준한 태백산맥에 안겨 있는 산골 분지, 정선에는 두 가지가 선다고 하였으니 그 하나가 산이요, 그 둘은 장이다. 산들이 둘러 선 사람들의 마을에는 닷새마다 장이 서는 것이다. 대처와는 워낙 멀리 떨어진 외진 곳, 그래서 물물교환이 이뤄졌던 5일장이었다.
주차를 하기 위해 들어선 정선 동강변에는 아라리공원이라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의 한쪽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표정을 한 장승들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강변에 주차를 하고 장터 골목으로 들어선다.
1966년 2월 17일부 서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정선 5일장은 온각 농기구와 일용 잡화, 그리고 산나물이나 약초 등 농산물을 파는 수백 개의 노점좌판들이 늘어서 산골 시장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그러나 차가운 봄비가 흩뿌려대는 을씨년스런 날씨 탓인지 장날인데도 볼거리가 많이 줄었다.
짚신과 설피, 그리고 망태기를 파는 점포가 눈에 띄어 한참 머무른다. 망태기를 지고 소에게 먹일 풀을 베러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판과 개울로 나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마음이 절로 따뜻해져옴을 느끼며 사라져 간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는다.
산골 시장 답게 산과 밭에서 나는 나물과 약초 들이 많이 나와 있다. 마와 우엉 뿌리 들은 물론 원추리 새싹, 냉이 등 봄나물들도 출동!
울퉁불퉁 멋대로 생긴 뚱단지(돼지감자). 당뇨에 좋다는 식품이다.
붉은 물이 짙게 배어나오는 지치 뿌리, 지초라고도 한다.
삽주 뿌리로 백출이라고도 한다.
잎이 통통하고 둥근 금송. 귀한 소나무라며 놀랍게도 값이 14만원이란다.
시장을 한 바퀴 휘 돌아본 다음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 골목으로 들어선다.
식당의 차림표는 거의 비슷하여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곤드레밥, 메밀국죽 등의 메뉴가 눈에 띈다. 후루룩 먹으면 콧등을 친다는 콧등치기를 먹을까 하고 들어선 집은 '물레방아'라는 식당.
그런데 들어선 집 2층 방에는 정선 사람들이 앉아서 콧등치기가 아닌 것을 맛나게 먹고 있다. 콧등치기보다 더 얼큰한 메밀국죽이라고 해서 우리 일행도 모두 이걸로 시킨다.
메밀국죽은 토종 된장 국물에 우거지, 콩나물, 각종 양념으로 맛을 내고 껍질을 벗긴 통메밀을 넣어 끓여 내는 음식인데, 정선 사람들은 술 마신 뒤 해장 음식으로 자주 찾는다고 한다. 입속으로 한 술 뜨면 입안 가득 메밀 알갱이들이 후루룩 속이 시원하고 포만감을 주는 토속 음식이다.
산간 지역에서는 손님이 오면 별미식으로 대접했던 음식으로 민물고기와 함께 끓이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입안에서 감도는 보리알 같은 메밀 알갱이의 질감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거친 것도 아니니, 해장국으로 먹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골 아주머니가 평생 쌀 두 말을 못 먹고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쌀이 귀한 강원도에서는 메밀 음식을 많이 먹었을 텐데, 메밀국죽은 국밥과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씹히는 맛이 없어 옛날 사람들은 '먹으나마나한 죽'으로 푸대접했던 먹거리이기도 한 모양이다.
기다리는 동안에 김치 속을 넣은 메밀전병과 배추를 넣어 부친 메밀전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있다.
함께 푸짐하게 내놓는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뒷맛이 더욱 개운해서 좋다.
메밀국죽에 들어가는 재료는 메밀 외에도 채 썬 감자, 두부, 고추장, 된장이 들어가고 파와 마늘도 양념으로 들어간다. 고추장과 된장으로 국물을 만들고 다른 부재료를 끓여 만든다고 한다.
쫄깃한 메밀국수발을 후루룩 들여 마실 때 국수 꼬리가 콧등을 친다는 콧등치기 국수는 메밀을 속껍질 채 갈아 까뭇까뭇한 가루를 여러 차례 치대며 반죽을 해 손으로 썰거나 기계로 눌러내 제물에 삶아 낸다고 한다.
국숫발이 굵고 메밀내가 구수한데다 된장을 풀어 간을 했기 때문에 걸죽한 국물이 텁텁하면서도 감칠 맛이 있어 정선 땅의 독특한 풍미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 정선 5일장
처음에는 인근 산골에서 채집되는 각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사고파는 작은 규모의 장이었는데, 인근 지역이 강원 내륙의 오지에 자리하여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여 최근 들어 주위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여행코스로 널리 알려졌다.
시장에는 정선 토산품 외에 전국 각지의 토속품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봄에는 냉이·달래·참나물·곰취 등 각종 산나물이 흔하고, 여름에는 찰옥수수와 감자 등이, 가을에는 정선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물과 머루·다래·아가위·산초 등 산열매들이 많이 나온다. 겨울에는 근처 조양강(朝陽江)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과 수수노치·메밀전병·옥수수술 등이 눈길을 끈다.
장이 열리는 날에 3개 관광코스를 도는 관광버스를 운행한다. 제1코스는 정선공설운동장 입구∼화암동굴∼석공예단지∼약초시장∼정선역, 제2코스는 정선공설운동장 입구∼화암약수∼정선소금강∼약초시장∼정선아리랑 공연장∼정선역, 제3코스는 정선공설운동장 입구∼아우라지∼항골계곡∼난향로원∼약초시장∼정선아리랑공연장∼정선역이다. 조양산(朝陽山:620m) 등반과 연계한 관광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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