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자도 둘레길을 걷다 만난 애기범부채, 처음엔 무슨 식물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는데, 캐어본 구근과 포개져 납작하게 자라난 헛줄기의 특징으로 애기범부채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범부채보다는 크기와 꽃이 작아서 애기범부채라고 하며, 울릉도와 남부지방, 제주도 중산간 도로변에서 많이 발견된다. 1964년 무렵 귀화된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 애기범부채 Tritonia x crocosmiiflora | Montbretia ↘ 붓꽃과 숙근 여러해살이풀
땅속에 옆으로 기는 가지가 있고, 갈색 엽초 모양의 섬유에 싸인 알줄기(球莖)를 만들어 번식한다. 줄기는 무리를 지어 자란다. 잎은 줄기의 아래쪽에서 2열로 어긋나기잎 차례이며, 길이 20-50cm, 기부가 겹쳐진다.
여름에 1개의 꽃대가 생기며, 위쪽에서 2-4개의 가지가 갈라지며 다수의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배열한 수상화서(穗狀花序)를 이룬다. 꽃의 지름은 2-3cm, 2개의 포엽(苞葉)이 있다. 화피(花被)는 주홍색으로 6개, 장타원형이며, 기부 근처에 2개의 진한 반점(斑点)이 있다. 수술 3개, 암술은 1개로 암술머리가 3갈래로 갈라진다. 재배종 Tritonia aurea에 비해 꽃이 주홍색이고 열매가 결실되지 않는 점이 다르다. - '생명자원정보서비스(BRIS) <한국토종작물도감>'
※ 애기범부채의 원종, 학명의 유래
애기범부채는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에 분포하는 Crocosmia aurea와 케이프 지역에 자생하는 Crocosmia pottsii의 교배종으로, 프랑스의 육종가이자 오늘날의 많은 라일락 품종을 개발한 빅토르 르무안느(Victor Lemoine, 1823-1911)가 1880년에 처음 개발한 품종이다.
속명 Crocosmia는 사프란(saffron)을 뜻하는 그리스어 krokos와 향기(odor)를 뜻하는 그리스어 osme의 합성어인데, 이 식물의 마른 잎을 뜨거운 물에 담그면 나는 향기가 사프란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종명 aurea는 꽃의 밝은 '금빛' 색상을 나타낸다. 속명을 트리토니아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그리스 신화의 트리톤(Triton)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트리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그의 아내 암피트리테 사이에서 태어나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한 인어로 소라고둥을 불어 파도를 일으키거나 가라앉혔다. 부모와 함께 바닷속 깊은 곳에 있는 황금궁전에서 살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 황금 궁전의 이미지로부터 트리토니아라는 속명이 유래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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