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또 봄이 오고 아파트 뜰에는 매화가 활짝 피었다.
아침 저녁 여전한 영하의 기온에 온 몸이 움츠려지는데, 코끝을 간질이는 진한 향기를 맡으며 환하게 열린 꽃잎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하는 김용준의 '매화'란 수필이 먼저 떠오르고, 그리고 안민영의 '영매가' 8수와 상촌 신흠의 한시가 입가에 맴돈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오동은 천 년을 묵어도 제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한평생 추위 속에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그대로이며
柳經百別又新枝(류경백별우신지) 버들가지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
청매실
● 매실나무 Prunus mume /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활엽 교목
높이 4-6m 정도, 직경 60㎝ 정도이다. 일년생 가지는 녹색이나 오래된 가지는 암자색으로 나무껍질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달걀모양 또는 타원형인데 원저이며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다.잎은 길이 4~10㎝이고 양면에 털이 약간 있으며 뒷면 맥액에 갈색털이 있다. 엽신 기부 또는 엽병의 상부에 선점이 있다. 탁엽은 길이 5-9㎜이다.
백색 또는 담홍색으로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전년도 잎겨드랑이에 1-3개씩 달리며 화경이 거의 없다. 지름 2.5㎝내외로 향기가 강하고 색깔이 다양한데 기본종은 분홍색이다. 꽃받침은 5개로 자갈색의 타원형이며 원두이다. 꽃잎은 넓은 거꿀달걀모양으로 끝이 둥글고 많은 수술이 울타리처럼 1개의 암술을 보호하고 있다. 씨방에 밀모(密毛)가 나 있다. 지름 2-3㎝의 핵과로서 겉은 짧은 털로 덮여있고 6-7월에 녹색에서 황록색으로 익으며 신맛이 나며, 오매(烏梅)라 한다. 열매의 한 쪽에 얕은 골이 진다. 종자는 과육이 잘 떨어지지 않으며 종자 표면에 작은 구멍이 많이 있다. <국립수목원 식물도감>
매화를 사군자의 으뜸으로 여기고 사랑했던 조선의 선비들... 퇴계 이황의 매화 사랑은 더욱 각별하였다고 하는데 매화에 대한 시만 65제 91수를 모아 '매화시첩'이란 시집을 남겼다.
퇴계가 남겼다고 하는 다음 시구는 그의 다른 매화 찬시에 못지 않게 마음을 끈다.(하지만 이 구절의 출처는 불명인데, 중국의 문헌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구절... )
前身應是明月(전신응시명월) 내 전생은 응당 밝은 달이었지.
幾生修到梅花(기생수도매화)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란 시 한 편 더 마음에 담아본다.
獨倚山窓夜色寒(독의산창야색한)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 풍경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떠오른다.
不須更喚微風至(불수갱환미풍지)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불어오니
自有淸香滿院間(자유청향만원간) 맑은 향기 절로 뜨락에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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