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눈 내린 수레의산 자연휴양림 산행

모산재 2014. 12. 14. 23:45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눈발이 살짝 비치기만 했는데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3번국도로 휴양림에 가까워졌을 때는 길이 얼어붙어 있지 않을까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원래는 올갱이국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휴양림 숙소로 가기로 했는데, 식사는 생략하고 숙소로 바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휴양림으로 오르는 길에 눈이 쌓여 있어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올라가야 했다.

 

민들레실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저녁과 아침을 먹고 수레의산 정상(679m)까지 산행에 나섰다.

 

 

 

 

 

 

수레의산은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자리잡고 있는 노령산맥에 속한 산이다. 가까운 능선에 솟아 있는 수리산(修理山:505m)과 하나의 산으로 보기도 하는데 예로부터 차의산(車依山)이라 불러왔던 것을 수레의산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닌데도 산세가 험준하고 원시림상태를 간직하고 있으며 계곡에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며, 각종 야생조수가 서식하는 등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산이다.

 

 

휴양림 이정표

 

 

 

 

 

등산로 입구

 

 

 

 

 

구불구불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걷는 호젓한 길

 

 

 

 

 

 

숲속 교실

 

 

 

 

 

 

음성이 고추의 고장인지라 나귀타고 장에 가는 아버지 상을 세우고 아이를 그 앞에 앉히고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넌 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할머니가 돌떡 받아 머리에 이고

꼬불꼬불 산골길로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아버지가 옷감 떠서 나귀에 싣고

딸랑딸랑 고개 넘어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1km 지점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능선 안부의 헬기장

 

 

 

 

 

귓불을 때리는 바람이 아플 정도로 시리고 차갑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굴법당, 박쥐굴 등이 있다고 등산로에 표시되어 있는데 왜 내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

 

 

 

 

수레의산 정상(679m).

 

내내 시리게 불던 바람이 정상에서는 불지 않고 따뜻하니 무슨 조화일까...

 

 

 

 

 

 

정상에서 북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

 

 

 

 

 

 

 

돌아본 정상

 

 

 

 

 

 

내려가려고 B코스로 들어섰는데 바위가 있는 길이 몹시 가파르고 눈이 쌓여 있어 위험해 보인다. 결국 되올라와 병풍바위 쪽으로 향한다.

 

 

 

 

 

 

병풍바위와 상여바위를 지나고 능선을 내려서는 길은 만만치 않다. 좁은 길은 눈이 쌓여 얼어붙어 있어 미끄러운데, 신발 바닥은 마찰력이 거의 없어서 자꾸만 미끄러진다.

 

 

 

 

 

 

능선 안부로 내려서니 뜻밖에 '전설의 샘'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작은 연못이 자리잡고 있다.

 

 

 

 

 

 

 

이 연못에는 조선 개국공신인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묘소와 관련된 전설이 담겨 있다.

 

 

1409년(태종 9) 예문관 대제학을 지내던 권근이 죽자 생극면 방축리 능안에 산소 자리를 골랐는데, 한 노승이 산소자리에서 물이 날 것이라며 수리산 정상 샘터에 연못을 파면 산소자리의 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였다. 시킨 대로 하였더니 정말 그대로 되었다.

그리하여 물이 옮겨졌다고 하여 처음에는 '물 수(水)' , '옮길 이(移)'를 써서 산이름을 수이산(水移山)이라 하다가 발음이 변해 수리산이 되었다고도 하고 못을 보살펴 손질한다고 해서 수리산(修理山)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안동 권씨 가문이 못을 정비하고 있으며, 심한 가뭄이 들 때 이곳에 올라와 기우제를 올리면 해갈 비가 온다고 한다.

 

 

 

'전설의 샘' 아래 골짜기로 이어지는 하산길

 

 

 

 

 

드디어 임도와 만나고...

 

 

 

 

 

숙소로부터 2km 지점의 등산로 입구

 

 

 

 

 

숙소로부터 1.6km 지점,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

 

 

 

 

 

 

거의 두 시간이나 걸린 오랜만의 산행은 많이 힘들었다. 

 

눈이 내린 산길에 적합하지 않은 신발을 신은 탓에 엉덩방아도 여러 차례 찧어야 했고 행여 미끄러질까봐 잔뜩 겁먹으며 엉금엉금 기다시피 했으니, 그 모습 누가 보았다면 가관이었을 게다. 내 산행 역사에서 가장 악전고투한 산행, 그나마 두 시간만에 끝난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