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7월 31일 목요일, 퉁런(同仁)에서 구이더(貴德) 가는길
칸불라협곡을 지나 구이더(貴德)으로 가는 날.
6시에 일어나 7시 호텔 식당에서 쌀죽, 우유, 빵, 삶은 달걀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어제 늦은 오후에 비가 내렸는데 아침에도 날씨는 흐리다.
8시 20분 호텔을 출발한다.
이곳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 롱우스(隆務寺) 사원을 한번쯤 둘러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근처에도 못 가보고 퉁런을 벗어난다. 비가 내린 탓인지 롱우허(隆務河)는 흙탕물이 되어 거세게 흘러 내린다.
그런데,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듯한 날씨가 좋지 않은데 칸불라대협곡을 가지 않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협곡에 들어서더라도 이런 날씨라면 안개가 끼어 잘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안내자의 주문성 의견이라 실망스럽기도 하고 맘이 약해지는데 예정된 일정을 표기해야 할 정도로 기상이 문제일까...
그래도 어렵게 온 여행 귀한 일정을 포기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가보자는 의견이 반수를 차지해 예정대로 목적지로 향한다.
퉁런을 출발한 지 30여 분 지날 무렵부터 롱우허는 협곡으로 들어선다. 아마도 이 협곡을 통과하면서 북쪽의 황하로 합류하는 모양이다. 이 협곡을 롱우샤(隆务峽)라 부른다.
퉁런을 지나온 청해성도 S203번 도로는 롱우허를 따라 황하와 만나 하이둥(海东)시를 향해 북쪽으로 달린다. 그런데 이 험한 롱우협 계곡으로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구불구불 사행천을 이룬 험한 협곡으로 들어서자마자 절벽에 화려하게 그려 놓은 탕카가 눈길을 끈다. 보니 불화만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빠르게 달리는 차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물러서는 벽화들 사진을 찍느라 허둥댄다.
큰 불화는 석가모니로 보이는 불상에 좌우로 가섭과 아난 그리고 위로는 비천상이 그려진 모습이고, 왼쪽 아래 작은 불화는 묘음불모(妙音佛母)를 그린 듯하다. 묘음불모(또는 묘음천녀)는 원래 힌두신으로 범천의 아내인데, 티베트불교에서 지혜를 나타내는 문수보살의 명비(明妃)나 화신으로 간주되며 봉두금(凤头琴)을 연주하는 형상으로 표현된다.
이 험한 골짜기에 웬 악기를 연주하는 아리따운 천녀라니... 운전자들이 한눈 팔게 되면 문수보살의 화신이 졸지에 로렐라이 언덕의 세이렌과 다를 바 없는 요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실제로 여행자들 글을 검색하다보니 바로 요 앞에서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전복되어 있는 사진도 있던데 말이다.
구글 검색을 통해 이 계곡의 모습을 찍은 아래 사진 하나 찾았다.
구석기인들이 그린 듯한 이런 그림도 있고...
십이지신을 그린 그림도 있다.
그 외에도 다른 그림들도 있었지만 달리는 차 속에서 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내 황하가 나타난다. 롱우허에서 황허 줄기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황하대교를 건너며 바라본 황하 상류, 뜻밖에도 누런 흙탕물이 아니라 물빛이 옥처럼 푸르게 빛나서 그 아름다움에 놀란다. 그래서 이 부근의 풍경사진을 담은 사진에는 '未黃的黃河(누르지 않은 황하)'라는 이름표까지 붙어있을 정도다.
황하에서 만난 저 첫 동네는 와지아탄(哇加滩).
'백년하청(百年河淸)', '하청난사(河淸難俟)'라 했는데, 산 그림자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푸른 황하'를 누가 기대했으리!
사람들의 감탄에 와지아탄(哇加滩) 마을에서 내려 잠시 쉬어가기로 하는데, 아쉽게도 황하와는 많이 멀어진 곳이다.
꽃이 지고 열매를 단낙타쑥(駱駝蓬)
이렇게 민가를 끼고 사진 몇 장을 찍고는 다시 출발...
그렇게 걱정했던 날씨는 어느 사이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개었다.
10분쯤 달리니 강 건너편으로 넓은 녹색 오아시스가 펼쳐져 눈길을 끄는데, 젠자현(尖扎县)의 마을들로 둥쟈춘(东加村), 야나동춘(牙那东村)이라는 마을이다.
황하를 끼고 있는 저지대나 낮은 골짜기의 푸른 오아시스들은 거의 후이족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될 듯하다. 티베트인들은 거의 거친 고산 구릉 초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누가 황하를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 했던가. 적어도 이가협에서 흘러내리는 황하는 누런 흙탕물이 아니다. '푸른 황하' 수면에 반영으로 담긴 풍경이 아름답지 않은가!
조금 더 상류 쪽으로 높은 건물이 즐비한 마을이 나타난다.
젠자현(尖扎县) 현정부 소재지 마커탕진(马克唐镇)이라는 마을이다.
그리고 금방 단결촌(투안지춘), 해방촌(지팡춘) 등 사회주의 건설기에 구호처럼 지어진 이름으로 보이는 마을들을 지나고...
9시 45분, 르란(日蘭)을 지나며 '르란서과채소(日蘭西果菜蔬)'라는 간판을 단 노점에서 과일을 과일을 산다.
그리고 야스가진(牙什尕镇)에 이르러 드넓은 '푸른 황하'를 건너고...
10시 30분 경에 이가촌(李家村)에 도착.
이곳에서 다소 이른 점심을 먹고, 바로 고개를 넘어 칸불라(坎布拉)대협곡 입구에 도착한다.
강가의 조성된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비가 올 듯 좋지 않은 날씨에 짙은 안개로 경관 조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고 달리 하늘을 푸르게 맑고 햇빛은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밝고 볕은 따갑다.
이 협곡은 이가협(李家峽)을 품고 있는 지질공원으로 현재 칸불라국가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안내도를 보니 칸불라대협곡은 이가협수고(李家峽水庫)와 그 주변에 넓게 형성된 거대한 홍사암 암석 지형이 어울려서 자아내는 장대한 풍광이 볼거리인 듯하다.
이곳 유람은 셔틀버스가 탐방객을 싣고 몇 군데의 전망소를 돌아서 오는 방식인 모양인데, 국평 씨가 알아보고 온다더니 사람들이 밀려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그렇게 되면 숙소에 도착하면 밤이 될 거라고 한다. 설사 그렇더라도 예정된 대로 진행하였으면 싶었는데... 개운찮은 또 다른 이유를 대며 예정된 여행은 취소되어 버렸다.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이름만 듣고 기대했던 칸불라대협곡은 입구에서 그냥 돌아서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그 아쉬움을 다른 이들이 담아 놓은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하며 달랜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것들이다.
오늘의 원래 예정은 칸불라대협곡을 구경하고 시닝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지만 구이더로 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칸불라 입구에서 되돌아나와 잠시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던 곳에서 만난 완두밭
구이더로 가는 길은 북쪽으로 달리다 이가협 호수를 북쪽으로 둘러싸고 있는 고산 기슭을 따라 이어지는 자하공로(扎哈公路)로 이어진다.
높은 산으로 접어든다. 공기가 갑자기 서늘해졌다.
짙은 구름이 감싸고 있는 산봉우리를 끼고 구릉을 따라 흘러내리는 비탈진 농경지를 굽어보며 차는 고산 기슭을 따라 달린다.
어느 순간 빗방울 떨어지며 차창으로 빗물이 타고 흘러내리고 풍경은 차창에 뿌옇게 서린 김과 빗물에 의해 가려진다..
검게 육중하게 솟아 있는 산, 확인해 보니 이름은 팔보산(八宝山)인 듯...
그런데 이 팔보산(八宝山)이란 이름은 구글맵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중국 사이트인 '바이두지도'에서 찾은 것이다. 산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다만 현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의 고향을 검색해보다가 바로 이 팔보산 너머쪽에 있음이 확인된다. 달라이라마의 고향은 하이둥(海東)시 평안(平安)현 탁처라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바로 탁처의 현 지명이 평안현의 홍아이춘(红崖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겔룩파를 창시한 총카파의 고향인 시닝의 타얼쓰 사원도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이 지역은 티베트인들에게는 티베트 불교의 최대 교파의 시조이자 그 최종 계승자를 배출한 티베트의 성지나 다름 없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종교로 통하는 티베트인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화룽(化隆) 후이족자치현 가양춘(卡阳村)에서 다리(大理)마을로 내려서는 길.
이곳 고개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주변에 보이는 야생화를 탐사한다.
장엽화융초(长叶火绒草) Leontopodium longifolium
솜다리 종류인데 잎도 길고 포엽도 길다.
액포마화두(缢苞麻花头) Serratula strangulata
산비장이속(Serratula)의 여러해살이풀. 하나의 줄기에 꽃 한 송이만 피는 것은 뻐꾹채를 닮았는데 줄기에 잎이 없는 점이 다르다.
감청청란(甘青青兰) Dracocephalum tanguticum
용머리속의 꿀풀과 풀이다.
화해갑(华蟹甲) Sinacalia tangutica
우리 나라엔 없는 종류. 국화과의 풀이다.
엉겅퀴아재비(큰조뱅이, 刺儿菜) Cirsium setosum
다시 차에 올라 굽이굽이 골짜기와 산을 오르내리며 달린다. 골자기의 들을 끼고 달리다 춘쟈샹(群加乡)이라는 장족 마을을 지나 골짜기를 거슬러 북쪽으로 오른다.
멀리 구름에 덮힌 높은 산줄기에서 흘러내린 고개를 다시 넘어야 한다...
고개를 오르니 계곡과 연결되는 언덕 곳곳에 후이족들이 풀밭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 라마단 이드 알 피트르가 아직 안 끝났던가.
3500m 고개의 타르촉을 지나고...
그리고 라지산(拉鸡山) 3820m 고개를 넘는다.
라지산은 청해호에서 동쪽으로 벋는 일월산(日月山)의 지맥이다. 구이더와 황중의 경계가 되는 산으로 최고봉은 4524m라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동충하초가 유명하다고 한다.
라지산을 티베트어로 '궁마오라(贡毛拉)'라 부르는데, 뜻은 "카라지(嘎拉鸡) 또는 스지(石鸡)라는 새가 서식하는 지방"이란다.
嘎拉鸡(石鸡) 출처 : 구글 검색
라지산을 넘으니 드넓은 초원의 골짜기가 열린다.
드넓은 초원에는 흰 양떼와 검은 야크떼들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라지산은 아마도 북쪽 산을 가리키는 모양이다.
남동쪽의 이 산을 바이두지도에서는 '果什在山', 구글 사진 정보에서는 '果什則山'이라고 표기해 놓았는데, 역시 아무런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마을로 들어서는 길 입구마다 독특한 문을 세워 놓은 것이 보이는데,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
천호(千戶)마을에 이르러 그 험한 산길, 자하공로는 끝나고 평탄한 S101번 성도로 들어선다. 구이더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골짜기로 내려서면서 주변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더니...
절벽을 이룬 언덕 위에는 긴 담장과 그 너머로 짙푸른 숲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을이 있는 듯...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홍사암의 단하지모(丹霞地貌)!
'단하(丹霞)'는 원래 '햇빛에 비치는 붉은빛의 구름 기운'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말로 '단샤띠마오'라고 하는 단하지모는 칠채산 등 중국 곳곳의 명승지에 수없이 산재하고 있는 다채로운 지질지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아름다운 단하지모를 이곳의 마을 이름을 따 '아슈궁단하지모(阿什贡丹霞地貌)'라 불려 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질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지금은 구이더국가지질공원(贵德国家地质公园)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자연의 놀라운 신비,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단하지모를 지나자 바로 푸른 황하와 만난다.
바로 이 구이더 황하의 물이 흘러 내려 이가협 호수와 칸불라대협곡으로 드는데, 건너편 높은 산을 넘어서 칸불라협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한다.
황하대교를 건너기 직전 황하 풍경
4 시 20분, 퉁런을 출발한 지 정확하게 여덟 시간만에 구이더의 숙소 온천빈관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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