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대만 여행

실크로드(13) 투루판, '아시아의 우물' 해저 호수 아이딩호를 가다

by 모산재 2014. 8. 12.

 

● 8월 4일 금요일 오후 / 투루판 아이딩호

 

 

 

 

투루판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아이딩호(艾丁湖)로 향한다.

 

 

돌궐어로 '풍요로운 땅'을 뜻한다는 투루판은 천산산맥의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동서 120㎞, 남북 60㎞의 사막 속 분지 오아시스다. 하지만 한낮의 투루판 거리는 한증막처럼 뜨거워 숨이 턱 막힌다. 천산산맥에 둘러싸여 솥단지 형상을 한 투루판 분지는 한여름에는 기온이 50를 오르내리고 화염산(火焰山)의 지표 온도는 82℃를 기록할 정도다.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을 껐다는 이야기가 그냥 허구로만 들리지 않는다. '불의 땅'이라 '화주(火洲)'로 불리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린다. 

 

 

 

 

지금 찾아갈 아이딩호는 투루판의 남쪽에 있는 저지대, 그래서 시내에서 아이딩호로 가는 길은 솥의 가장자리에서 밑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투루판 시가지는 해발 18m에서 106m이며, 투루판 총면적 5만㎢ 중에서 80%인 4만㎢는 해면보다 낮다. 가장 낮은 지대에 호수를 이룬 아이딩호는 수면이 해발 -154m로 사해(-392m) 다음으로 낮은 호수다.

 

 

투루판은 아이딩호를 중심으로 하여 고리 모양의 분포를 이루고 있는데 북쪽은 톈산산맥, 남쪽은 쿠루커타거산(库鲁克塔格山), 서쪽은 카라우쑤청(喀拉乌苏成山), 동남쪽은 쿠무타거산(库姆塔格山)이 있다. 화염산은 북동쪽에서 분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남북으로 양분하고 있다.

 

 

 

※ 투루판 안내도(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그린 것임)

 

 

 

 

 

아이딩호를 찾아가는 길, 백양나무 숲을 이룬 오아시스지대를 벗어나자 처음에는 관목지대가 펼쳐지고 이내 맨땅을 드러낸 막막한 사막의 땅이 펼쳐진다. 평원을 이룬 땅에는 민가도 보이긴 했지만 폐허가 된 민가가 더 많아 보인다.

 

오아시스 지대에는 천산산맥에서 끌어들인 수로를 통해 만년설이 녹은 시원한 물이 콸콸 흐르지만, 이 메마른 평원은 물 한 방울 만날 수 없는 황무지다.

 

 

 

 

 

 

투루판 시내에서 아이딩호까지는 약 50㎞.

 

 

아이딩호라고 새긴 표석을 지났지만 기대했던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끝없이 저지대로 이어지는 말라버린 뻘밭만 시야를 채울 뿐... 저 멀리 가물가물 신기루처럼 보이는 푸른 빛이 호수일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들 뿐이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 없는 뜨거운 뻘밭에 염수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일부러 파내어 만든 듯한 이 연못에서 원주민들이 목욕을 즐기고 있다. 

 

 

 

 

 

 

위구르어로 '줴뤄환(觉洛浣)'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아이딩호, ‘달빛 호수’란 뜻인데 그래서 '월광호(月光湖)'라고도 한다.

 

한반도 넓이와 비슷한 투루판 분지의 모든 물들을 모아들이던 아이딩호는 한때 '아시아의 우물'이라고 불려졌던 거대한 호수였지만, 이제는 물이 거의 말라버리고 호수는 흔적만 남았다.

 

 

 

 

 

 

줌을 최대로 하여 당겨서 살펴보니 저 멀리에 푸른 호수가 분명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프라이팬 모양의 분지, 나는 지금 해발 -100m보다 더 깊은 곳에 서서 해발 -154m의 수면을 지금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깊은 곳이 물에 잠기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1년 강수량이 16mm(최대 강수량이 48mm)라는데 증발률은 3,800mm나 된다. 한여름 50도에 가까운 뜨거운 태양열이 분지를 달구며 물들을 증발시키니,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1년에 적어도 3m씩 수위가 낮아지는 셈이다.

 

아이딩호 총면적은 1949년부터 1958년까지, 불과 10년 사이에 7분의 1로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뜨거운 태양을 피할 곳도 없고 뻘밭은 발이 빠져 호수를 향해 더 들어갈 수도 없다. 멋도 모르고 들어갔다 허리까지 뻘에 빠져 아이를 구출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구경할 만한 거리도 없어 기념 사진을 찍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온다.

 

 

 

 

 

 

나오는 길에 보니 '칠천호진공제염창(七泉湖真空制盐厂)'이라는 건물이 보인다. 알고보니 아이딩호의 소금은 질이 우수하여 소금을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아이딩호 곳곳에는 염전이 자리잡고 있단다.

 

 

중간에 잠시 쉬게 된 오아시스 마을, 꼬마들이 천산에서 끌어들인 수로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모두들 이 귀여운 아이들에 관심을 보이며 함께 사진을 찍고 하는데, 우리 자신이 또 동네 사람들의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되었다.

 

 

 

 

 

정말이지 위구르인들은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어딜 가나 외지인들에게 적대감을 보이지 않고 사진 찍는 것에 선선히 즐겁게 응한다. 참 선량한 사람들이다.

 

 

 

 

 

좁은 길에서 풀을 가득 실은 경운기를 만나 버스가 통과하는 사이, 길가에 핀 낯선 꽃을 담아본다. 

 

 

야서과(野西瓜)라고 하는 덩굴풀이다.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작은 열매의 속이 빨갛게 익는 것이 수박을 닮아서 붙은 이름인 듯하다. 서과(西瓜)는 수박을 가리키는 중국어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박풀을 야서과라고 하는데 잎만 수박을 닮았을 뿐 박과가 아닌 아욱과의 풀인데, 이 풀과는 아주 다르다.

 

 

 

 

 

 

어느 덧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다.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목화밭이 석양이 만든 어스럼 속에 잠기고 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며 하루 내내 45도의 열기에 달구어진 체열을 식힌다.

 

 

 

저녁 식사는 양 바베큐를 먹으며 민속 공연을 관람하였다. 식사 후 호텔 건너편 가게 길거리에서 웃통을 벗고 맥주를 마신다. 저녁이지만 여전히 거리의 공기는 한증막 같이 후끈후끈하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국제 거지로 알려진 박승철이란 사람이 찾아와 이곳 투루판에서 5월에 '인사동'이라는 식당을 개업했다며 이용해 달라고 홍보한다. 쿤밍에서 여러 말을 남기고 어느 날 잠적했다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