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에서 소백산 능선길을 따라 걷다가 특이한 제비꽃을 만난다.
멀리서 처음 눈에 띄었을 때는 흰털제비꽃인 줄 알았다. 잎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밝은 녹색이고 꽃색도 분홍빛이 감도는 자주색이기 때문이다. 다른 제비꽃은 보이지 않는데 흰털제비꽃이 10여 m쯤 떨어진 곳에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잎모양이 흰털제비꽃과는 거리가 멀고 털제비꽃이나 왜제비꽃을 닮았다. 그런데 꽃받침을 보니 녹색이다. 이는 왜제비꽃이나 잔털제비꽃의 특성이다.
흰 꽃이 피는 잔털제비꽃은 아닌 듯하고... 그럼 왜제비꽃이겠지 하고 다시 꽃을 살펴보니 꽃잎의 측판에 무성한 털이 나 있다. 아니 그럼 털제비꽃이란 말인가. 왜제비꽃은 측판의 털이 없어 암술대가 잘 보여야 하는데... 게다가 꿀주머니(거)가 길게 하늘을 향해 꼬부라져 있는 점은 털제비꽃인데...
잎과 꽃의 색감이 주는 첫 인상은 흰털제비꽃, 꽃받침은 왜제비꽃, 꽃 모양은 털제비꽃... 도대체 이 제비꽃은 무슨 제비꽃인가. 아무래도 잡종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 제비꽃의 조상은 누구일까? 털제비꽃×왜제비꽃일까? 아니면 왜제비꽃×흰털제비꽃일까?
그도 아니면...
측판의 털, 녹색 꽃받침, 긴 꿀주머니, 잎과 꽃줄기의 흰털... 이 특징을 아우를 수 있는 제비꽃은 무엇일까.
잎의 맥에 나 있는 긴 털도 특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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