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모산을 찾았다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자연 훼손의 현장을 만난다.
어두울 정도로 들어차 있던 숲이 베어지고 달디단 샘물이 퐁퐁 솟아나던 약수터도 달아나고 숲그늘과 계곡 주변에 어울려 살던 풀꽃들의 삶터도 파헤쳐져 버렸다.
숲과 어울려 그늘과 습기를 좋아하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던 샘터와 계곡은 직선화된 콘크리트 바닥과 석축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계곡은 거대한 미끄럼틀로 변해버렸다.
골짜기 어디에서부터인지 조금씩 조금씩 솟아난 모이고 모인 물방울들이 흘러내리며 풀뿌리와 나무뿌리를 적셔주고 돌과 바위를 돌아 흐르다 작은 웅덩이를 만나면 잠시 쉬어서 흐르며 숲의 습도를 조절해 주었던 골짜기는 이제 급하게 미끄럼타듯 흘러내리는 수로로 바뀌었다.
물은 생명이다. 생명인 물을 원수처럼 빨리 제거해버려야 시원하다는 듯이 토건족들이 직선화된 방수로를 설치하고 계곡의 물 제거 작전에 나선 모양이다.
아래쪽을 바라보니 포크레인이 덜컹덜컹 기계 관절음을 시끄럽게 울리며 공사를 벌이고 있다.
참으로 망연자실... 분노가 절로 솟아난다.
트럭이 서 있는 골짜기는 아예 다 파뒤집어 엎어 놓았다.
이 골짜기는 내게는 야생화 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해 준 곳이다.
지금 이 계절에 피는 꽃으로는 둥근털제비꽃, 털제비꽃, 고깔제비꽃, 흰털제비꽃, 태백제비꽃, 콩제비꽃 같은 제비꽃은 물론 현호색, 들현호색, 그리고 대극, 족도리풀, 둥굴레, 각시둥굴레, 애기나리... 좀 있으면 이곳에는 광릉골무꽃, 광릉갈퀴가 핀다. 그리고 야산고비, 고비 같은 양치식물도 서식하고 있고 보기 쉽지 않은 덩굴박주가리, 버들분취도 산다. 여름이 지나면 여로, 말나리, 나비나물, 용담 꽃도 필 것이다.
그런데 이들 풀꽃들이 상당부분 사라져 버릴 듯하다. 저 패어져 나간 골짜기에 살던 이스라지, 올괴불나무, 작살나무 등은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어째서 맑은 물이 졸졸 도란거리며 흐르던 호젓한 골짜기를 파내고 답답하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도배를 해야 했을까. 무엇을 위해서 숲과 흙과 물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온갖 생명들을 거두고 길러주던 계곡을 빼앗아 버리고 삭막한 수관을 박아야 했을까.
만약 작년 우면산 산사태 때문에 이런 공사를 했다면 더욱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면산과 달리 이곳에는 뿌리를 표토로만 벋어 산사태에 약한 아까시 나무도 없다. 게다가 우면산 홍수는 자연계곡을 막아 만든 인공 저수지와 산을 깎아서 만든 군부대 시설 때문에 초래한 인재였다.
대모산 골짜기는 수천 년 세월의 비바람, 곧 자연이 만들어 선물로 준 골짜기다. 재앙은 자연을 거스를 때 생기는 법이다. 자연을 인공물로 대신하려는 저 무지막지한 토건족들이 자연이 살아숨쉬는 아름다운 대모산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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