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수목원에서 만난 제주도산 병개암나무는 암꽃이 제법 성숙하였는데, 서양개암나무인 아벨라나개암나무는 아직 덜 핀 모습이다.
■ 병개암나무 Corylus hallaisanensis
한국 특산종으로 한라산에서 자라는 병개암나무는 참개암나무와 비슷하지만 포가 관상으로 길게 발달하지 않는 것이 다르다. 포 비늘이 열매를 둘러싸서 병 모양이 되어서 병개암나무라 부른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수꽃은 지난해에 만들어진 가지에서 지렁이처럼 밑으로 처진 꽃차례로 피며, 암꽃은 가지 끝에서 겨울눈처럼 성숙하며 빨간 암술이 꽃싸개를 뚫고 밖으로 내민다.
● 병개암나무 Corylus hallaisanensis / 참나무목 자작나무과 개암나무속
높이가 3m에 달하고 일년생가지에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길이 3-13mm의 잔털이 돋은 엽병이 있고 일그러진 거꿀달걀모양, 타원상 거꿀달걀모양 또는 달걀모양이며 끝은 뾰족하고 겹톱니가 있으며 길이 4-9.7cm, 폭 2-5.3cm로서 측맥은 8-13쌍이며 측맥 사이에 잔털이 있고 뒷면 맥 위에 잔털이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암꽃화서는 두상이며 포는 서로 겹치고 각각 2개씩의 암꽃이 달리며 꽃을 둘러싸고 있던 포는 서로 접하여 열매를 둘러싸서 짧은가지처럼 된다. 열매는 견과로 길이 1.3cm정도이고 달걀모양이다.
※ 병개암나무 =→ http://blog.daum.net/kheenn/11149109
■ 아벨라나개암나무 Coryous avellana
유럽 필버트(European filbert)라고 부르는 아벨라나개암나무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과일 나무로 재배한다. 높이 4∼5m로 자라며 다른 품종의 열매가 특히 크다. '아벨라나'라는 종명은 남 이탈리아의 아벨라 베치아(Avella Vecchia)에서 유래한 것이다.
개암나무는 전국의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작나무과의 낙엽관목이다. 가을 야산에서 익어가는 개암 열매는 옛날 시골 아이들의 군것질거리가 되기도 했다. 포잎에 싸여 있는 딱딱한 열매의 모양은 은행 씨앗과 빼닮았다. 이 딱딱한 열매를 깨물면 딱- 소리와 함께 겉껍질이 깨지고 밤알처럼 들어앉은 고소한 속살을 먹는다.
개암나무는 '깨금', '깨독' 등으로 불렀다. 개암나무란 말은 '밤과 비슷한 멸매'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개밤'나무라 불리다가 개암나무로 변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암나무를 영어로는 헤이즐(hazel)이라고 하며, 흔히 먹는 열매를 헤이즐넛(hazelnut)이라고 한다.
열매인 개암에는 지방과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으며 날것으로 먹으면 밤맛이 나고, 개암의 즙에 쌀을 갈아 넣어서 죽으로 먹기도 하는데 이 죽을 개암죽 또는 진자죽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가을에 따서 햇볕에 말린 것을 '진자(榛子)'라고 하며 이는 기력을 돕거나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쓰인다.
개암나무속 식물은 북온대지역이 원산지인 낙엽수이다. 잎은 서로 어긋나며, 계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털이 많으며,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되어있다. 키는 3~36m까지 다양하고 노란 수꽃은 꼬리처럼 가지 아래로 늘어지며 이보다 작은 암꽃송이는 가운데가 붉으며 이른봄에 핀다. 갈색 견과는 둥그스름하거나 긴 타원형이고 길이가 1~4㎝ 정도이며 전체 또는 일부분이 껍질에 싸여 있다.
초이스넛(choice nut)은 코릴루스 아벨라나(C. avellana)와 코릴루스 막시마(C. maxima)에 열리는 열매이고, 헤이절넛(hazel nut)은 위의 2종을 코릴루스 아메리카나(C. americana)와 코릴루스 코르누타(C. cornuta) 둘과 교배시켜 얻은 열매이다. 큰 코브넛은 코릴루스 아벨라나의 변종(變種)이며, 램버트개암나무는 코릴루스 막시마의 변종이다. 코릴루스 콜루르나(C. colurna)의 열매는 시장에서 콘스탄티노플넛(Constantinople nut)으로 팔리고, 바르셀로나넛(Barcelona nut)은 코릴루스 막시마의 변종인 스페인개암나무 또는 바르셀로나개암나무에 열리는 열매이다. 개암나무 열매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는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중국·일본·만주·티베트·터키 등에서 나는 개암나무는 생울타리와 관상용 나무로 좋고 코릴루스 아벨라나와 코릴루스 아메리카나는 가을에 단풍이 아름다워 많이 기른다. 유럽개암나무에서 짜낸 기름은 식품·향수·비누를 만드는 데 쓰인다. 개암나무의 목재는 재질이 부드럽고 붉은빛이 약간 도는 흰색이며 도구의 손잡이 또는 지팡이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개암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이 내리며 음지에서도 비교적 잘 견디지만 물이 잘 빠지고 햇빛이 많이 비칠 때 가장 좋은 열매가 맺힌다.
개암나무속 식물들을 열매의 길이에 따라 영어로 필버트(filbert), 헤이절넛 또는 코브넛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뚜렷하지 않아서 미국에서는 현재 개암나무속 식물들을 모두 필버트라고 부른다. 코브넛이라는 말은 상업적으로 중요한 단 한 변종을 부를 때만 쓰는데, 자메이카 코브넛(Jamaican cobnut)은 개암나무속과는 상관이 없는 대극과(Euphorbiaceae)의 식물이다. 그러나 헤이절(hazel)과 헤이절넛은 지금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암나무(C. heterophylla var. tunbergii)를 비롯하여 난티잎개암나무(C. heterophyla), 병개암나무(C. hallaisanensis), 참개암나무(C. sieboldiana) 및 물개암나무(C. sieboldiana var. manshurica) 등 5종류가 자란다. 이중 개암나무가 가장 흔하며 난티잎개암나무는 개암나무에 비해 잎끝이 약간 움푹 들어갔다. 병개암나무는 한라산에만 자라고 열매가 호리병처럼 생겼다. 참개암나무는 열매가 단풍나무 열매처럼 생겼으며 열매 겉에는 털이 잔뜩 나 있다. 물개암나무는 참개암나무에 비해 가장자리가 깊게 갈라진 잎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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