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어이없고 비극적인 천안함 침몰은 우리 군 스스로의 문제로 초래한 사고이든 북한 잠수정 침투와 어뢰 발사로 일어난 사건이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현 정권의 무능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참으로 '쪽팔리는'일일지라도 그냥 좌초설이 사실로 판명되었더라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사고 초기에 한겨레신문까지 찬사를 보냈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는 북한 관련설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수십 명의 사병 인명 구조에 실패하고 침몰된 함선 인양이 여의치 않으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갑자기 표변하며 북한 어뢰 공격설이 근거도 없이 전면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것이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한미연합 독수리 훈련 중에 해군 초계함이 침몰된 사건에 마땅히 무거운 책임을 져야할 자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일을 맡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자신들의 위기를 북한과 남한 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돌리는 교활한 묘책으로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마침 6.2 지방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이하면서 모든 진실은 사라졌다. 한겨레신문이 칭찬했던 이명박은 동물적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대국민 담화문>으로 나타났고, 이 정권이 그렇게도 외쳤던 '잃어버린 십 년'은 십 년이 아니라 이삼십 년, 전두환 박정희의 냉전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전쟁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천안함 선수의 생존자는 해군이 아니라 해경이 구조하고, 해군이 찾지 못한 함미는 민간인이 발견하고, 함미 인양는 민간 업체가 하며 이 나라 군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게 하더니, 마지막으로 북한 어뢰 공격설의 유일한 증거인 어뢰발사체도 민간 쌍끌이어선이 건져냈다고 하니 이 나라 군대가 정말로 개판임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국방부가 발표한 북한 공격설의 피날레는 아주 가관이었다.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우리 해군이 한미연합 훈련 중에 80년대의 낡은 북한 잠수정의 신출귀몰한 단 한번의 침투와 어뢰 발사로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는 것이다. 잠수정이 침투하는 걸 알지도 못했고 어뢰를 발사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도 사고 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당당히 발표한다.
쌍끌이 어선이 건졌다는 어뢰발사체 하나로 대통령이 목에 힘을 주며 가시밭길 속에 공들여 쌓아온 공존의 남북관계를 날려버리고 수십 년 전의 극한 대결 관계로 대번에 돌려 버렸다. 미국과 일본등 국제적 연대를 통해 북한을 몰아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듯한 강경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북한이 발톱을 세우고 나섰다. 북한 대남기구 조평통은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초강경 성명으로 맞서고 나섰다.
목하 한반도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당장 주식시장과 증시가 얼어붙었다. 청소년들이 전쟁 일어나는 게 아니냐고 걱정스레 어른들에게 묻는다.
☞ 다음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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