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와 물새

'꼇 꼇 꼇' 우는 분홍색 겨울 텃새, 양진이(양지니, Carpodacus roseus)

모산재 2009. 4. 11. 13:09

 

남한산성 숲길에서 우리 나라에서 흔한 겨울새라고 하는 양진이를 처음으로 만난다.

 

몸 전체가 진한 붉은 색을 띠는 것이 양진이 수컷이라는데, 옛 노래에서 '산진이', '수진이'라는 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양진이'는 처음 듣는 이름인지라 이 녀석도 매의 일종인가 싶었다.

 

 

 

 

↓ 이하 남한산성

 

 

 

 

 

바람도 쉬어 넘는 고개 구름이라도 쉬어 넘는 고개

산진(山眞)이 수진(水眞)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어 넘는 고봉(孤峰) 장성령 고개

그 너머 님이 왔다 하면 나는 아니 한 번도 쉬어 넘으리라.

 

 

임을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진솔하게 노래한 이 해학적인 이 사설시조에는 여러 가지 매가 열거되어 있다. 산에서 자라 해가 묵은 새가 '산진이'라면 손으로 길들인 매는 '수진이'요, 푸른 매가 '해동청'이라면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매를 데려다 길러 사냥에 쓰는 매는 '보라매'라고 한다.

 

 

위의 사설시조가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사설이 '열녀춘향수절가' 중에서 나온다.

 

 

갈까 부다 갈까 부다. 임을 따라 갈까 부다. 천리라도 갈까 부다. 만리라도 갈까 부다.

비바람도 쉬어 넘고 길들인 매거나 길 안들인 매거나 해동청 보라매도 쉬어 넘는 고봉(高峰) 정상

동선령 고개라도 임이 와 날 찾으면 나는 신발 벗어 손에 들고 나는 아니 쉬어 갈래.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짧은 꽁지에 똥똥한 몸매가 매의 맵시와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양진이는 흔히 되새과로 분류하지만 방울새과로 보기도 하는 우리 나라의 겨울 텃새란다.

 

 

 

 

 

 

 

양진이는 원래 한반도 이북의 몽골 시베리아 지역에 사는데, 가을철에 한반도로 무리지어 찾아와 겨울을 나는 새이다. 풀숲이나 관목 숲의 땅 위를 뛰어다니다 놀라면 일제히 날아올라 부근 나무 위로 달아나며 파도 모양을 그리면서 난다. 울 때는 ‘꼇, 꼇, 꼇’ 하고 예리한 소리를 낸다.

 

 

 

 

 

● 양지니 Carpodacus roseus | Pallas's rosy finch

몸길이 약 17.5cm이다. 수컷은 몸 전체가 진홍색을 띠며 등에는 검정색 세로무늬가 많고 이마와 멱에는 은백색 얼룩이 있다. 배는 흰색이다. 날개는 갈색 바탕에 흰색 띠 두 줄이 어렴풋이 나 있다. 꽁지는 갈색이다. 암컷의 윗면은 갈색이고 얼굴과 가슴에는 분홍빛이 돈다.

체형이 똥똥하고 비교적 꽁지가 짧아 긴꼬리홍양진이(Uragus sibiricus)와 쉽게 구별된다.

사육하여 얻은 알은 대개 푸른색 바탕에 작고 검은 얼룩점이 2∼3개 있고 긴 모양이다. 겨울철에는 주로 식물성 먹이를 먹는데 조나 피·벼, 여뀌과·질경이과·콩과 식물의 씨앗, 차나무과 식물의 열매 따위를 먹고 동물성으로는 딱정벌레를 잡아먹는다.

시베리아 동부, 몽골 북부, 사할린섬 등지에서 번식하고 일본 북부, 중국 동북부, 한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