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꽃향유 볼까 싶어 남한산성 올랐는데

모산재 2008. 12. 4. 18:21

 

토요일 오후,

2시 지날 무렵쯤 해서 집을 나선다.

 

여름이 멀어져 가긴 했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그래도 하늘은 훌쩍 높아졌고 구름의 질감도 부드러워졌다.

 

하늘하늘 연보랏빛 쑥부쟁이꽃도

이름처럼 아름다운 꽃향유꽃도 파란 하늘 이고 지천으로 피었겠지.

 

출발 시간이 늦은 점도 있지만 걸어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워

오늘은 성남에서 버스를 타고 산성까지 오르기로 한다.

 

화창한 주말이라 산성 오르는 길은 밀려드는 차량들로 신음 중이다.

 

 

나의 풀꽃 여행 일기는 언제나처럼 발길 닫는 순으로,

풀꽃들이 내게 눈맞춤하는 순으로 기록된다.

 

 

성가퀴(여장) 위에 핀 개쑥부쟁이꽃

 

 

 

꽃이 지고 솜털날개를 가득 단 쇠서나물 씨앗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햇살 가득 받고 있는 개쑥부쟁이

 

 

 

벌써 절정기를 지나 한두 송이 꽃만 보이는 나도송이풀

 

 

 

숲가장자리에서 꽃을 피운 큰개여뀌

 

 

 

환하여라 개쑥부쟁이꽃

 

 

 

죽은자들의 땅을 음택이라 하지만

산속에서 묘지보다 더 밝고 따스한 땅은 없다.

 

인간의 간섭으로 나무와 키큰 풀들이 제대로 들어설 수 없는 묏등 언덕은

그래서 키작은 풀꽃들이 마음껏 햇살을 즐기며 생명의 환희를 구가하는 곳!

 

 

이 가을, 철이 아닌데도 할미꽃이 꽃을 피웠다.

 

 

 

따스한 햇살에 졸음 조는 듯 핀 산부추 꽃

 

 

 

묘지의 울을 이루며 벌초에서도 살아남아 잘 익은 열매를 맺은 보리수나무,

요 녀석들 기념 사진 몇 방 찍어 주고 아주 맛나게 잘 따 먹어 주었다.

 

 

 

메마른 땅 위에 자란 이 풀이 뭐였더라?

잔디바랭이였던가?  도감 열심히 뒤져보고 나중에 정답을 적도록 하자...

 

=> 연구해 본 결과 나도잔디로 결론짓는다. 나도바랭이는 바랭이처럼 꽃차례가 2~3갈래로 갈라진다.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찾은 꽃향유는 그저 몇 송이 피어 있을 뿐!

그래도 첫사랑 소녀처럼 어여쁜 모습 반갑기만 하다.

 

 

 

할미꽃이 피었는데 조개나물인들 가만 있을 리 없다.

두리번두리번 풀밭을 살피니 과연 몇 녀석이 꽃을 피웠다.

 

 

 

마구 산발한 듯한 이 풀이 누구인 줄 금방 알아챈다면

그는 식물에 대한 고수임에 틀림 없을 거다.

 

ㅎㅎㅎ 그런데 나는 이걸 금방 알아보았으니 내가 고수일까...

 

 

 

정답은 각시붓꽃이다.

 

 

흙이 다소 노출된 곳에 희미한 산여뀌 꽃이 피었다.

이 녀석이 꽃잎을 제대로 연 것을 본 적이 없다.

 

 

 

 

앞에 보았던 산부추는 꽃차례가 엉성한데

이 녀석은 아주 빵빵하지 않은가.

 

해서 참산부추 등 종류가 다른 부추가 아닐까 해서 확인해 보니

잎의 단면이 v형인 것이 그냥 산부추 맞다.

 

 

 

 

풀밭 가장자리 풀섶엔 벌써 꽃이 다 져 버린 뚝갈이 열매를 달았다.

 

 

 

 

양지꽃도 때 아니게 한 송이 꽃을 수줍게 피웠다.

 

 

 

또 다른 곳에 꽃을 피운 할미꽃

 

 

 

선이질풀은 이제 길다란 씨방만 남았다.

 

 

 

벌써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서쪽 하늘에 낀 구름 때문에 마치 어둠이 깃드는 듯한 분위기가 된다.

 

 

숲의 어둠을 잠시 물리치듯 환하게 핀 뚱딴지꽃

 

 

 

눈괴불주머니로 흔히 잘못 불렀던 선괴불주머니의 꽃과 씨방,

흑색의 종자가 2줄로 배열된다는 눈괴불주머니와는 달리 이것은 한줄로 배열되어 있다. 

 

 

 

 

어둠 깃드는 숲에 외로운 등불을 켠 꼬마 이고들빼기,

키가 10cm는 넘을까...

 

 

 

재미있게 생긴 도둑놈의갈고리 씨방,

도둑놈들이 쓰고 다니는 선글라스가 이렇게 생겼을까.

 

 

 

어두운 숲길에서 만난 장구채꽃

 

 

 

아직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새끼꿩의비름과 세잎꿩의비름,

성벽에서 만난 이 녀석은 무엇일까.

 

 

 

흔히 잎겨드랑이에 구슬눈이 있으면 새끼꿩의비름이라고 하여 잎겨드랑이를 들여다 본다.

 

모든 겨드랑이에 다 있는 것도 아니고 몇 군데에만 보이는 이 모습은 구슬눈일까...

 

 

 

그리고 그 옆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양치식물은 우드풀.

 

 

 

 

더 감당하기 어렵게 밀려드는 어둠,

마음은 반비례로 환하여졌을까...

 

하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