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화야산, 얼레지 꽃밭 속을 거닐다

모산재 2008. 4. 25. 21:40

  

토요일.

이보다 더 좋은 봄날이 없지 싶은  화창한 날씨다.

 

오늘도 마음 먹은 대로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미적대다가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도사님께 전화를 하고 집을 나선다.

 

딱히 어디로 갈지 막연하여 천마산으로 갈까 하다

아무래도 한 주일만에 또 찾는다는 게 뭣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화야산으로 가자고 마음 먹는다 .

 

도사님의 집 근처에서 만나 출발!

 

그런데 꽃 피는 봄날 주말이라고 이만저만 차가 밀리는 게 아니다.

두 시간도 더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 시간도 훌쩍 지난 시간이니 배가 고프다.

아침도 빵 조각 몇 점에다 우유 한 모금으로 대신하였을 뿐이니...

 

점심 먹자 그럴 염이 나지 않고,

또 그럴 여유도 없어 바로 산을 오른다.

 

 

주차장에서 등산로로 접어드는 입구에 이런 등산 안내도가 떡하니 서 있다.

 

 

 

이름에 비해서는 그리 큰 골짜기는 아니다.

아담하지 않은가...

 

 

 

피기 시작하는 큰개별꽃부터 담아 본다.

 

 

 

그리고 표준형에 가까운 현호색도...

 

 

 

도사님이 금붓꽃을 발견하고 부른다.

벌써 이 녀석이 필 때가 다 되었나 싶다.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졸방제비꽃은 꽃을 언제 피울지...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니 계곡은 과히 얼레지의 천국이지 싶게 얼레지 꽃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골짜기 바위 틈에는 군데군데 새하얀 돌단풍꽃이 하늘거리며 운치를 더한다.

 

 

 

커다란 바위 밑에는 잔털제비꽃이 피어 있다.

 

 

 

그리고 나타나는 작은 절의 화단에는

벌써 금낭화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흔한 녀석이지만 양지꽃이 너무도 환하여 담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낙엽 위에 철퍼덕 엎어진 이 나비는 누구이냐...?

 

 

 

(나중에 자료를 찾아 읽어보다가

바로 이 나비가 애호랑나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애호랑나비는 알을 족도리풀 뒷면에 낳는데

그 애벌레가 족도리풀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그러니 아래의 족도리풀을 바로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아니 벌써, 족도리풀도 꽃을 피우고 있지 않느냐.

잎에 무늬가 있는 이 족도리풀은 무늬족도리풀이라 부른다.

 

 

 

그리고 무늬가 없는 이 족도리풀은 서울족도리풀...

 

 

 

그리고 도사님이 또 뭔가를 발견하고 앞드리고 있는데

회리바람꽃이다.

 

강원도 깊은 골짜기에나 사는 줄 알았더니,

이 골짜기에 줄줄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매화나무가 아닌가 싶게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나무는

가로무늬가 없는 나무의 피부를 보아서는 살구나무이지 싶다.

 

 

 

얼레지 꽃밭에는 군데군데 노루귀 꽃의 흔적들이 남았다.

꽃철을 지났는지 이 녀석 정도가 꽃의 체면을 지키고 섰다.

 

 

 

꽃을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골짜기의 꽃들도 사람들의 발길로 많이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 자신의 발길도 예외가 아니니 참 민망한 일이다.

 

 

 

아름드리 나무를 배경으로 남산제비꽃이 하얀 꽃을 피우고 섰고

저 뒷편 풀섶에는 자줏빛 고깔제비꽃이 숨었다. 

 

 

 

피나물이 노란 꽃봉오리를 맺었다.

 

 

 

잎을 고깔처럼 말고 섰는 고깔제비꽃

 

 

 

이것은 회리바람꽃의 어린풀이 아닐까 했은데,

생각해 보니 회리바람꽃은 뿌리잎이 없다고 써 놓은 걸 본 적이 있다.

 

그러면 뭐란 말인가...

 

 

상류로 오르면서 꿩의바람꽃의 군락이 점차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위너덜지대에는 미치광이풀이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둥근털제비꽃은 거의 지고 잎새가 무성해졌다.

꽃보다는 잎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녀석이다.

 

 

 

큰괭이밥이 얼굴을 보였는데, 개체수는 그리 흔해 보이지 않는다.

 

이 녀석의 자른 듯한 저 단호한 잎에 나는 매력을 느낀다. 

 

 

 

애기괭이눈도 꽃이 한창이다.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은 듯 만주바람꽃은 아주 드문드문 눈에 띈다.

 

 

 

엄청난 군락의 얼레지밭을 지나면서

혹시나 했던 흰 얼레지를 이렇게 만난다.

 

유감스럽게도 꽃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제비꽃 앞에서 나는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서울제비꽃으로 부르고 싶은데, 합당한 것일까.

 

 

 

골짜기가 다시 둘로 나뉘어지고 

얼레지와 꿩의바람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른쪽 골짜기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