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귀룽나무가 묘한 형상으로 서 있던 자리를 지난 곳에서
다시 특이한 빛깔과 모양의 새 한 마리가 나를 유혹한다.
급히 카메라를 꺼내들고 담으려 하는데
배경과 구분되지 않는 위치에 앉다보니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버벅거리다가 실패하고 만다.
으~ 이 모양...
두텁게 쌓인 신갈나무 낙엽을 비집고 현호색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계곡과는 많이 떨어진 비탈에 웬 산괭이눈이 떼로 모여 꽃을 피우고 있는지...
이끼가 싱싱하여 담아 본다.
이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숲은 겨울 모습인데
귀룽나무에 이어 회잎나무들이 강철 새잎을 내밀고 있다.
아 그리고,
지난 번에 한 송이만 보았던 꿩의바람꽃을 이번에는 꽤 여러 송이를 만났다.
그리고 노루귀가 만발한 언덕으로 들어선다.
짙은 청색의 노루귀와 새하얀 노루귀,
그리고 그 중간인 하늘색 노루귀와 연분홍빛이 도는 노루귀들이 함께 어울렸다.
그리고 산성길로 올라서면서부터는 휑한 풍경들...
아직은 생명들이 얼굴을 들기에는 이른 것인지 간혹 제비꽃들만 보인다.
워낙 작게 핀 이 꽃은 호제비로 보아야 할까.
제비꽃과 기린초를 좌우로 거느린 이 꼬마 갈퀴의 이름은 무엇일까.
딱총나무가 내일 모레... 하면서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다.
지난 주에 꽃을 보지 못했던 숲으로 다시 넘어간다.
오늘도 너무 늦게 찾은 탓인지 숲이 너무 어둡다.
겨우 한 주일만인데 꽃이 피었을까 싶었던 처녀치마가 반갑게도 꽃을 활짝 피웠다.
너무 어두워 사진이 제대로 찍힐까 싶었는데, 그래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은 나왔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하산을 한다.
해는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밀려오고...
동문 앞 급한 비탈길을 내려오는데
언덕에는 잔털제비꽃이 환하게 피었다.
다시 골짜기로 접어들어
재작년 처음 만나 그 정체를 몰라 당황했던
선괴불주머니의 꽃 피기 전 전초를 담아본다.
푸른잎으로 넘실대는 귀룽나무를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추억으로 빠져든다.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까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 쯤 뻐꾹새 울겠네.
고개 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이 지금 쯤 소 몰고 오겠네.
윤석중 작사, 한용희 작곡의 '고향땅'을 부르면서 터벅터벅 걸어내려오다 보니
어느 새 전철역 표지 기둥이 내 앞을 막아 선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동심의 세계임을 일깨워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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