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의 애기앉은부채, 각시취, 까치밥나무, 궁궁이, 산구절초, 싱아
2007. 09. 22
대관령을 향해 올라가는 데 빗방울은 여전히 날리고 있다.
멀리 산 봉우리는 아예 구름안개로 덮여 보이지도 않는다.
가을이 왜 이리 장마 철보다 더 질은 것인지...
임간도로로 오르다가 몇번 들른 적이 있던 곳에서 차를 세우고
숲은 빗물을 머금어 흠뻑 젖었는데 우산을 쓴 채 들어설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천남성 열매가 붉게 익었다.
8월 초에도 보였던 애기앉은부채 꽃은 이제 열매가 형성된 모습이다.
까치밥나무 열매도 탐스럽게 붉었다.
꽃잎을 뚜렷이 잘 열지 않는 칼잎용담(과남풀)은 아직 입을 다물고 있는 채였다.
개울 가까이엔 궁궁이로 보이는 꽃이 피었다.
골짜기의 숲이 너무 어둡고 다니기가 불편하여
다시 차를 몰고 능선으로 향한다.
무엇보다 가을 꽃은 골짜기보다는 햇살 따스한 능선을 좋아하는 법...
고개 능선은 안개구름이 자욱한데
공기가 썰렁하여 얇은 긴 소매 자켓을 입었지만 춥게 느껴진다.
능선으로 올라서자 비로소 각시취 꽃이 안개 속에 드문드문 보인다.
이미 한창 철을 넘어선 모습인데다 안개와 빗속에 어둡기까지 하여 을씨년스럽기만하다.
등산로 길섶엔 산구절초가 가득하다.
철이 많이 지난 듯한데, 활짝 핀 어수리꽃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좋지 않은 날씨인데도 비옷을 입고 산을 넘어 오는 사람들도 더러 보이고
카메라를 메고 꽃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도 마주친다.
각시취 꽃들
꽃이 좀 특이하여 잎을 다 향기를 맡아 보니, 방아라고도 하는 배초향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재배하는 배초향과는 달리 억세어 보인다.
이것은 어떤 녀석의 씨방일까, 산비장이로 봐도 될까...
능선에는 싱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조밥나물
미역취
향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며 기상 상태는 더욱 나빠지고
싸늘한 공기에 몸은 으슬으슬 떨려 우리의 일정을 이로써 접기로 한다.
개쑥부쟁이
가까운 곳에 있는 면소재지의 어느 유명한 맛집에서 백반 정식을 시켜 먹는다.
정갈한 반찬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지만 만원짜리로는 비싼 게 아닌가 싶은데,
나는 이 집 시원한 물맛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다음 날도 비가 오리라는 이야기에
빗속에 제대로 가을꽃을 만나보지 못한 아쉬움만 가득 안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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