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에서 만난 고광나무, 괴불나무, 은대난초

모산재 2007. 5. 31. 19:39

남한산에서 만난 고광나무, 괴불나무, 은대난초

2007. 05. 19

 

 

어제 비가 내리고 먼지가 가라앉은 탓으로 등산로의 공기는 한층 쾌적하다.

등산로 입구의 자주괴불주머니는 꽃이 지고 열매들을 주렁주렁 달았다.

 

  

 

 

오늘은 또 다른 길로 산을 오르기로 한다.

서문으로 바로 오르는 길을 들어섰는데,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능선으로만 이어지니 볼 만한 풀꽃들이 거의 없다.

 

한떼의 청년들이 내가 가는 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치마를 입고 샌들을 신은 채 험한 등산로를 오르는 아가씨도 있다.

무슨 공원 산책이나 하는 양...

 

등산로의 단조로움을 견디기 싫어서

중간에 옆 골짜기로 숨어든다.

그러나 골짜기가 별로 깊지 않아서 별 볼 것이 없다.

 

골짜기에서 만난 유일한 꽃은 고광나무 흰 꽃 바로 이 한 송이...

그래도 올해 처음으로 만나는 고광나무꽃이니 반갑기만 하다.

 

 

 

별 수 없이 다시 등산로로 올라선다.

 

가는잎그늘사초가 곱게 빗은 여인의 머리채 모양으로 탐스럽다.

 

 

 

산 발치에서는 거의 지고 있던 노린재나무 꽃이

산성에 가까워지자 제철을 만난 듯 만발한 모습이다.

 

 

 

서문 바로 아래는 서낭의 모습을 갖추었다.

유사시에는 험한 비탈을 타고 오르는 적들을 향해 투석전도 벌일 수 있게...

 

 

 

바로 위로 보이는 서문

 

 

 

서문을 지나 산성길에 들어서자 지천으로 핀 털장대.

밋밋한 장대나물과 달리

털이 많고 잎가장자리에 톱니가 발달했다.

 

  

 

 

참꽃마리로 봐야 할지 덩굴꽃마리로 봐야 할지

아직도 확실히 그 차이를 알지 못하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사초 중의 하나인데, 뭐라고 불러야 할까.

 

 

 

 

졸방제비꽃

 

 

 

봄맞이꽃은 제철을 한 달이나 넘겼는데도 아직도 피고 있는 중이다.

 

 

 

갈퀴의 한 종일 텐데...

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꽃이 작은 이 녀석은 누구인가. 

 

 

 

 

고추나물이 이제 막 피고 있는 중이다.

 

 

 

 

벌깨덩굴은 흔하디 흔하게 흐드러지게 피었고

 

 

 

올괴불나무 부드러운 잎새 위에서 벌레 두마리가 목하 열애중이다.

 

 

 

공원 입장료가 사라지고 나니

그 동안 막아 놓았던 암문까지 길을 터 놓았다.

성을 무단으로 넘지 말라는 경고판은 공허하게 왜 그대로 두었는지...

 

 

 

용둥글레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꽃을 담고 있으니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

 

 

 

지느러미엉겅퀴가 벌써 꽃을 피웠다.

 

 

 

지난 주에 비 때문에 제대로 담을 수 없었던

푼지나무 꽃을 다시 담으려했건만 비는 폭우처럼 후두둑 떨어진다.

 

산딸기 꽃

 

 

 

기대하지도 않았던 괴불나무 꽃들이

마치 수백 마리의  흰 나비가 앉은 것처럼 아름답게 피었다.

 

 

 

산사나무는 이제야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하기 위하여 우산을 든 채 멀리 보이는 꽃을 담으려니 힘겹다. 쩝...

 

 

 

빗방울 사이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줄을 타는 이 애벌레는 무엇일까...

 

 

 

지금쯤이면 버들회나무이지 싶은 나무에

흐드러지게 피었겠거니 생각했던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샅샅이 뒤져 보니

정말 딱 한송이만 피었다.

빨간 꽃밥을 단 수술을 살짝 내민 채...

 

 

 

그래도 힌 송이 꽃이라도 만났으니 감지덕지다.

 

이 애벌레도 나비가 되는 걸까...

 

 

 

또 하나 그 이름이 궁금한 사초

 

 

 

 

방울비짜루가 꽃을 조랑조랑 달았다.

여름이 지나면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겠지...

 

 

 

 

산 속에서 자생하는 쥐똥나무는 이렇게 잎이 가늘고 길쭉한 것이 많다.

 

 

 

남문을 지나니 드디어 비가 개고

언제 그랬나 싶게 햇살이 명랑하다.

 

햇살 아래 드러난 붉은 병꽃의 표정이 해맑다.

 

 

 

성의 담벼락엔 작고 예쁜 잎을 가진 고사리 종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아래쪽에는 다른 종으로 보이는 고사리...

 

 

 

성에서 벗어나 묏등으로 들어서자 조개나물이 아직도 피어 있다.

가끔씩 붉은조개나물도 피어 있었는데,

다시 날이 어두워져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이다. 

 

 

 

잔디밭엔 흰선씀바귀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벼과의 풀,

청포아풀로 보고 싶은데...

 

 

 

 

산을 내려오며

지난 주 비 때문에 제대로 담을 수 없었던 은대난초를 찾는다.

드러나 오늘도 또다시 흐려진 날씨로 이미지가 선명히 잡히지 않아

내 속을 끓게 만든다.

 

 

 

약사사 뒤편 언덕에는 불두화가 아닌

백당화가 꽃을 피우고 있어서 좀 야릇한 느낌이었다.

 

 

 

유원지 계곡엔 노랑꽃창포

 

 

 

자작나무일까?

열매에는 수꽃처럼 긴 꽃이삭이 달렸다.

암꽃이 저렇게 길다는 것인지...

 

 

 

버들회나무의 제대로 핀 꽃을 보기 위해서

다시 또 이 산을 찾아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