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상의 화원' 가리왕산의 풀꽃들 (2)

모산재 2007. 5. 24. 20:26

 

'천상의 화원' 가리왕산의 풀꽃들 (2)

 

2007. 05. 05 토요일

 

 

 

 

산들바람에 물결치는 얼레지 붉은 꽃들이 

아름다운 소녀들이 군무를 추는 듯 눈부시다.

 

 

아쉬운 것은 한낮의 따가운 햇살,

그 강한 햇살 때문에 그 아름다운 꽃의 빛깔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는 것...

 

 

 

 

 

 

 

꽃대를 올리지도 않은 채 꽃을 피운 불량소녀도 있었다.

 

 

 

 

 

고산이어선지 꿩의바람꽃이 때늦게 만개하였고

 

 

 

 

 

갈퀴현호색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곳을 찾을 때 내심으로 기대했던 한계령풀 꽃을 만날 수 있을까...

 

 

습지대가 나타나며 홀아비바람꽃 꽃밭을 이루고 있다.

 

바람 많은 정상 부근이어선지 꽃자루가 아주 짧다.

 

 

 

 

  

중의무릇이 홀아비들 속에 숨어 있다 내게 들킨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속은 썩어서 없어지고 갈라진 한쪽은 쓰러지고

관다발이 있는 한쪽만 살아서 푸른 그늘을 만들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 올라서니

주변은 온통 얼레지, 꿩의바람꽃, 노랑제비꽃으로 만발한 꽃밭이다.

 

이 녀석들의 풍경을 담고 싶었지만

충전지가 얼마나 견딜지 몰라 참아야 한다.

 

 

잎의 색깔이 흰 빛이 도는 듯해서 솜양지꽃인가 했는데

잎의 모양이 솜양지꽃과는 다르다.

 

잎의 구조는 그냥 양지꽃인데, 잎이나 꽃이 훨씬 큼직하고 시원스럽다.

 

 

 

 

 

 

 

특이한 모습으로 핀 얼레지 하나, 이 녀석은 또 왜 이 모양으로 꽃을 피웠는지...

 

 

 

 

 

 

드디어 가리왕산 정상, 상봉이다.

 

해발 1561m.  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둥실 떠 가는데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정상에 서니 감개가 무량하다.

 

 

 

 

 

 

1시를 넘어서고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산을 오르면서 어떻게 점심 도시락을 준비할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곳과 가까운 방향으로 잡았는데

이게 사람이 다녔던 흔적이 거의 없다.

 

가다가는 길이 끊어지고 잡목 가지들이 엉켜 있고...

 

 

무슨 홀아비가 이렇게 생겼나,

꽃이 두 송이가 올라오지 않았는가.

 

그러면 쌍동바람꽃이란 말인가...

 

꽃의 모양은 홀아비바람꽃과 다를 바가 없는데 말이다.

 

 

 

 

 

꽃대가 유난히 짧고 갓 핀 꽃이 초록빛을 담고 있으니

홀아비바람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곁에 있는 이 녀석은 잎이 아주 특이한 것이 홀아비바람꽃과는 다르지 않느냐...

 

 

 

 

 

 

넓은 능선지대는 천상의 화원이 펼쳐졌다.

 

이 꽃들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고 싶었지만

주차해 놓은 곳에서 차를 빼달라는 전화가 오는 게 아닌가.

 

 

중의무릇

 

 

 

 

 

숲개별꽃...

꽃이 너무 커서 이 꽃을 큰개별꽃으로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얼레지군락

 

 

 

 

 

 

 

꿩의바람꽃

 

 

 

 

 

바이칼 호숫가의 꽃밭들도 부럽지 않을 천상의 화원!

 

 

 

 

 

 

 

 

 

연령초도 아주 흔하게 보인다.

 

 

 

 

 

홀아비바람꽃

 

 

 

 

 

꿩의다리아재비는 잎도 제대로 펴지 못한 모습으로

꽃망울을 맺었다.

 

 

 

 

 

뜻밖에 흰 꽃을 피운 노루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숲개별꽃은 꽃이 하도 커서 자꾸 눈길을 끈다.

홀아비바람꽃과 혼동될 정도다.

 

 

 

 

 

얼씨고,

그렇게 만나고 싶던 금강제비꽃을 드디어 첫 대면한다.

잎의 양쪽을 살짝 말고 있는 모습이, "나, 금강제비꽃이랍니다." 하고 외치는 듯하다.

 

 

 

 

 

태백제비꽃

 

 

 

 

 

회리바람꽃

 

 

 

 

 

길이 사라진 곳에서 덤불을 헤치고 악전고투하며

다시 임도로 내려 섰다.

 

 

뫼제비꽃

 

 

 

 

 

벌나무로 불리는 산겨릅나무

 

 

 

 

 

어제 대관령에서, 오늘 오전에도 보았던 의문의 개별꽃,

도감 어디에서도 꽃줄기가 휘어져 있는 이 꽃은 보이지 않으니...

 

이걸 큰개별꽃이라고도 하고 태백개별꽃이라고도 부른다.

 

 

 

 

 

 

올라갔던 길로 되내려오는데

뜻밖에 오전에 보지 못했던 노루삼이 활짝 피어 있지 않은가!

 

 

 

 

 

왜 '덩굴'인지를 잘 보여 주는 덩굴개별꽃들이

숲그늘에 무더기로 엉켜 자라고 있다.

 

 

 

 

 

퉁둥글레가 어두운 등산로에서

길다란 포에 싸인 풀빛 꽃송이를 늘어뜨리고 있다.

 

 

 

 

 

 

 

 

산을 다 내려와서

계곡 입구에서 땀을 씻고 세수를 한다.

 

바위에 기대어 나도냉이가 환하게 꽃을 피우고 섰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차를 타고 횡계 쪽으로 달린다.

목이 말라 들른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고 참 꿀맛이다.

 

 

가로수로 심은 자작나무에 꽃이 달렸다.

커다란 수꽃은 갈색으로 길게 늘어졌고, 작은 암꽃은 녹색으로 위를 향해 섰다.

 

 

 

 

 

 

 

그리고 한쪽엔 가래나무가 꽃을 피웠는데,

붉게 피는 암꽃은 보이지 않고

수꽃들만 길게 늘어진 채 바람에 떠밀려 그네를 타고 있다.

 

 

 

 

 

 

횡계의 어느 맛집에서

만원이나 하는 산채정식을 배불리 먹다.

 

반찬이 여러 가지 맛깔나게 나오니 돈값을 한다.

 

음식보다 더 달고 맛있었던 것은 시원한 물,

식사를 한 다음 한 바가지 더 마시고 나올 정도로 감로수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내심 기대했던 한계령풀을 만나는 행운을 얻지는 못했지만

바이칼 호숫가에 아득하게 펼쳐지던 꽃밭,

백두산 천지 그 언덕에 지천으로 피던 풀꽃들이 부럽지 않게

천상의 화원을 이룬 가리왕산을 올라 보았다는 것만으로

이번 1박 2일의 여행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