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서울에도 봄이..., 풍년화 꽃이 활짝 피었네

모산재 2007. 2. 15. 23:32


서울에도 봄이..., 풍년화 꽃이 활짝 피었네

2007. 02. 15

 


 

반투명 유리로 방안까지 슬며시 스며든 햇살이 서너 시간 놀다 물러가 버린 한낮...

괜히 우울한 심사가 된다. 집에 가만히 있으니 좀이 쑤시지 뭔가.

 

그래 열흘이나 지났으면 뭔가 꼼지락거리지 않겠느냐,

2월도 꺾어지는 15일이고 그 동안 따스한 햇살이 얼마였는데... 

하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에 카메라 챙겨 들고 대모산으로 달려 갔겠다.

 

오늘 따라 살을 에는 영하의 한파가 장난이 아닌데 

자연학습원이란 곳 한눈에 봐도 뭐 황폐한 겨울이다.

 

돌단풍이 붉은 싹을 내밀고 있지 않으리,

복수초도 꽃봉오리를 살짝 내밀었을 거야, 생각했는데 흔적조차 없고...

산괴불주머니가 희미한 잎을 내밀긴 했는데, 생기가 없다.

그리곤 줄사철이 벌겋게 화상 입은 잎을 달고 떨고 있는 섯을 뿐, 아무 것도 없다...

 

 

파릇파릇 싱싱한 이끼가 포자낭 비슷한 것을 촘촘히 올리고 있다.

이 이끼의 이름? 침작은명주실이끼!

 

너에게는 봄이 왔구나...

 

 

 

 

 

그리고 내심 지금쯤이면 꽃이 피었을는지도 몰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풍년화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걷는다.

 

 

정말 화들짝이다.

멀리서 보기에도 저 풍년화 나무 숲이 노랗지 않으냐...

 

주변 다른 생명들은 어김없이 겨울인데 영하의 날씨에 이 녀석은 꽃을 가득 매달았다.

벌이 붕붕거리지 않은 것이 애처롭지만, 새해 서울에서 맞이하는 첫 꽃이 이렇게 화려하고 풍성할 줄이야...

 

아낌없이 사진으로 담기로 한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풍년화 꽃이 피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지나쳐 가는데,

카메라를 들이대고 열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야 멈춰서서 주목하고 뭐냐고 물어본다.

 

불국사를 찾던 젊은 스님도 한동안 지켜 보며 말을 건다.

 

  

 

 

 

 

 

 

 

 

 

 

 

 

 

 

 

 

 

 

다시 예 놀던 묏등으로 이동한다.

 

금잔디 언덕은 여전히 붉게 타고 있을 뿐 녹색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서쪽의 묏등으로 가 보니 동상을 겨우 이겨낸 애기수영이 울긋불긋 푸른 잎들을 내밀고 있다. 

 

 

 

다행히 낮은 언덕 습기 있는 땅에는 

상 입은 붉은 잎을 단 봄까치꽃(큰개불알풀)이 몇 송이의 꽃을 피웠다.

 

봄을 증언이라도 하려는 듯...

 

 

 

 

 

 

 

해는 뉘엿뉘엿 서산 너머로 숨어 들고

 

 

 

산해박이 털씨앗을 바야흐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묏등 아래 언덕배기에는 마른 풀과 나무 밑으로 개맥문동 푸른 빛이 한결 생기를 띠었다.

 

 

 

그런데, 파릇파릇한 잎을 숨어서 길러 낸 이 녀석의 이름은 뭔가...

 

 

 

다시 묏등가에서 온몸으로 겨울나기에 성공한 봄맞이꽃이 벌겋게 달아오른 몸으로 마지막 한파를 맞이하고 있다.

 

 

 

겨울인 듯 봄인 듯,

그렇게 경계를 지우며 자연스럽게 계절은 바뀌어 가고 있다.

 

남쪽의 꽃소식이야 어찌됐건 서울에도 소리 소문 없이 스리슬쩍 봄이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