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3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감국 향기에 취하다 (2)

아침에 흐리던 날씨가 해가 나면서 환해졌습니다. 바다의 물빛도 옥빛으로 맑아지며 토끼섬과 입파도의 풍경이 언뜻 그림엽서의 열대섬처럼 아득합니다. 옛날 이 섬은 유배지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곳에 귀양살이 온 분들도 이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걸으며 복잡한 상념에 젖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섬 어디를 둘러 보아도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라곤 보이지 않는데 그들이 겪었을 삶의 고초가 어떠했을지 절로 상상이 됩니다. 토끼섬 뒤쪽의 모습이 점차로 선명히 나타납니다. 등대가 있는 풍경이 참 근사하지요. 당진화력발전소 두 알씩 짝을 지어 까맣게 익은 인동덩굴 열매 섬의 서쪽 해안에는 감국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차고 거센데 진한 꽃 향기 맡으며 마음은 따스해집니다. 이 녀석도 감국꽃일 듯한데 왜 이런 색깔..

우리 섬 여행 2007.11.20

국화도, 유배의 섬에서 감국 향기에 취하다 (1)

국화도의 마스코트 토끼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입파도 선유도 섬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만에 다시 뭉쳐서 국화도를 찾기로 합니다. 빗방울이 살짝 비치는 금요일 어스름지는 저녁, 한 주일의 고단한 노동에 지친 마음을 후련히 털고 각기 다른 곳에서 세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출발합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두 시간을 좀더 달린 끝에 석문방조제를 지나 당진의 장고항에 도착합니다. 작은 항구마을에는 식당의 불빛들만 환한데 고픈 배를 굴밥으로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만원짜리 비싼 밥이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항구의 어느 펜션에서 모두들 다시 만나 오 선생님이 가져온 더덕주 한 항아리와 신 선생님이 가져온 매실주 한 병을 다 비우며 즐거운 하룻밤을 보냅니다. 창밖에는 바람이 밤새 씽씽 서늘한 소리를 내며 산 언덕과..

우리 섬 여행 200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