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현 2

너른 호수 건너 닿는 피안의 세상, 오봉산 청평사

소양호 맑고 너른 호수를 건너 도달하는 피안의 세상, 세속의 먼지를 숨쉬기에 지친 중생은 꿈꾸며 구름안개 자욱이 덮힌 골짜기를 오른다. 울창한 숲과 골짜기를 건너 물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흐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요함 속에서 청정하고 거룩한 불심에 잠기며 티끌조차 세탁된 맑은 영혼을 얻어 다시 저자거리로 돌아가더라도 반본환원할 것을 기대한다. 청평사는 은유와 상징의 공간인지 모른다. 어쩌면 '청평사'라는 이름이 아니었으면 그토록 사람들이 찾았을까 싶다. 세속에 먼지에 찌들고 불안한 일상에 시달리는 중생들에겐 '맑고 평정함'을 뜻하는 '청평(淸平)'이란 언어 자체가이미 실존하는 세계인 것을…. 청평사 뒤에 779m의 높이로 솟은 오봉산(五峰山)은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봉우..

청평사 앞 구성폭포와 영지(影池), 이자현의 '고려 정원'

선착장에서 내려서도 실오리처럼 가는 가을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구름 속에 묻혀 더욱 신비감을 자아내는 오봉산자락 골짜기로 접어드는 길은 사뭇 경건함조차 감도는 듯하다. 생명의 바깥에서 풍경을 이루는 호수와 안개, 생명의 안쪽에 스며들어 숨쉬는 수액과 체액, 물의 윤회를 통해 존재의 세계 삼라만상은 생기를 띠고 무애법계(無碍法界), 평등법계의 화엄을 이룬다. 이러한 생명계의 윤회를 거스르는 인간의 탐욕이란 무엇일까. 언뜻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리기도 했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 스님의 법언이 울림을 주는 것은 산과 물이 동일자로서의 존재를 유지하면서도 타자로서의 경계를 지우며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존재의 세계, 화엄의 세계를 잊고 사는 우리를 각성시키기 때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