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진 2

부여 (8) 망국의 쓸쓸함, 부소산 백화정과 낙화암 그리고 사자루

고란사에서 서쪽 산길을 잠시 오르면, 솔숲 사이로 백마강을 향해 흐르는 짧고 높은 능선이 보인다. 그 능선의 가장 높은 곳, 바위 봉우리 위에 우뚝 솟은 정자 하나. 백화정(百花亭)이다. 지금 내 발길은 저 백화정을 지나 백마강과 벼랑으로 만나는 낙화암으로 향한다, 백화정 앞에는 낙화암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한 빗돌이 서 있다. 거기엔 이광수가 쓴 '낙화암'이란 시를 새겨 놓았다. 김대현이 곡을 붙여 노래로 불려지기도 했던 시다. 사비수 나리는 물에 석양이 비낀 제 버들꽃 나리는데 낙화암 예란다.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 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노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이 시를 보면 일제 말(1940년) 함세덕이 쓴 이란 역사극이 떠오른다. 백제 멸망의 슬픈 역사를 다룬... 승전에..

서산 상왕산 개심사, 아담하고 소박하여 편안한 절

아침부터 날씨는 흐렸고 개심사 까까운 서산나들목을 들어설 때는 금방이라도 폭우가 쏱아질 듯 하늘은 잔뜩 찌푸린 모습이다. 차창 밖에는 삭발한 스님의 머리를 닮은 구릉들이 이어지고 있다. 삼화목장이다. 1960년대 후반 권력자 김종필씨에 의해 만들어지고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에 의해 강제 헌납된 뒤 여러 번 주인이 바뀌어 지금은 농협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구릉 곳곳에서 소떼들이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들목을 나와 골짜기로 들어서면 신창저수지라는 제법 넓은 호수가 나타난다. 초지가 구릉을 이룬 목장과 저수지가 어울린 풍경을 바라보며 산사를 찾아가는 것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다. 차가 들어서지 못하던 십 수 년 전 이 길을 걸어서 가던 때의 여유롭던 느낌이 떠 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