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사에서 서쪽 산길을 잠시 오르면, 솔숲 사이로 백마강을 향해 흐르는 짧고 높은 능선이 보인다. 그 능선의 가장 높은 곳, 바위 봉우리 위에 우뚝 솟은 정자 하나. 백화정(百花亭)이다. 지금 내 발길은 저 백화정을 지나 백마강과 벼랑으로 만나는 낙화암으로 향한다, 백화정 앞에는 낙화암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한 빗돌이 서 있다. 거기엔 이광수가 쓴 '낙화암'이란 시를 새겨 놓았다. 김대현이 곡을 붙여 노래로 불려지기도 했던 시다. 사비수 나리는 물에 석양이 비낀 제 버들꽃 나리는데 낙화암 예란다.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 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노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이 시를 보면 일제 말(1940년) 함세덕이 쓴 이란 역사극이 떠오른다. 백제 멸망의 슬픈 역사를 다룬... 승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