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9월의 마지막날, 남한산성에서

모산재 2006. 10. 17. 22:14

06. 09. 30 토요일

 

 

가을이 깊어졌다.

산성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 산도 가을 빛이 완연하다.

남문에서 성벽을 따라 돌아보기로 한다.

 

 

 

 

 

오늘의 들꽃 탐사에서 특히 눈에 띈 점은

첫째로, 향유와 꽃향유가 피기 시작했다는 점

둘째로, 개차즈기란 녀석을 알게 되었다는 점

세째로, 그늘돌쩌귀 사는 곳을 알아냈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남한산성이 개쑥부쟁이의 꽃대궐 속에 묻힌 풍경을 빼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재미 있었던 점은 다람쥐가 사마귀를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한 일...

 

 

제일 먼저 만난 개쑥부쟁이의 표정이 너무 맑아서 한 컷...

 

 

 

지난 번 찾았을 때 예초기를 맞아 한두송이 남아 있던 쇠서나물이 다시 기력을 모아 새 꽃송이를 제법 많이 피웠다. 자연의 생명력, 그 치유력이 놀랍다.

 

 

 

까실쑥부쟁이 꽃들이 이제 풍성해졌다. 보랏빛 꽃봉오리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성벽을 따라 지난 번에 보이지 않던 향유 꽃봉오리들이 줄줄이 솟아 올랐다.

 

 

 

그늘돌쩌귀나 투구꽃이 왜 안 보이나 했는데 숲으로 들어서니 거기에 납작 엎드려 숨어서 피어 있었다. 엎드려 있는 녀석이니 그늘돌쩌귀로 짐작된다. 그늘돌쩌귀, 투구꽃 꽃이나 잎으로 봐선 구별이 쉽지 않은데, 굳이 이렇게 구별해야 하는지...

 

 

 

 

뭘까?

야생화에 대해 내로라 아는 분들께 인사시켜 보았지만, 아무도 운을 떼지 못한다.

( 2007년 6월, 이것이 큰개별꽃임을 확인하였다. 꽃이 지고 난 후 마디마디 폐쇄화가 달리고 제꽃가루받이를 한 뒤에 열매가 성숙한 모습으로, 줄기와 잎도 새롭게 자라나면서 변형되었음을 알 수 있다. )

 

 

 

큰잎갈퀴?

7월에 한참 피던 녀석인데, 웬일인지 지금에야 피었다. 어두운 숲속에서만 피어 꽃의 이미지를 담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다행스럽다, 선명하진 못하지만.

(이것도 나중에 여러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개갈퀴로 생각된다. 큰잎갈퀴는 꽃이 5~6월에 피는 것이 일반적이고 꽃의 색깔도 녹색이다. 또 꽃잎이 3장으로 갈라진 것도 특이한데, 개갈퀴의 경우에 3갈래로 갈라지는 일이 있고 또 산림청 자료에는 3갈래로 갈라진 사진을 싣고 있다.)

 

 

 

 

층층이꽃

성의 언덕 잔디 밭에 외롭게 피어 있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서문을 지나 북문쪽으로 접어드는 곳, 연주봉 옹성에서 본 남한산성의 북문쪽 길

오른쪽 위 보이는 집들이 산성내의 상가들이다.

 

 

 

연주봉 옹성에서 내려다 본 하남쪽 풍경

 

 

 

참빗살나무 열매

성벽 아래 멀리 덤불 속에 숨어서 달려 있는 녀석을 당겨서.

 

 

 

연주봉 옹성의 풍경

 

 

 

담배풀, 잔 가지를 수없이 옆으로만 치고 피어서 꽃이미지를 사진으로 담기가 어려웠는데, 이 녀석은 꼿꼿이 서서 꽃을 피웠다.

 

 

 

배초향, 꽃 모양이 꽃향유와 혼동되기 쉬운데, 꽃향유에 비해서는 작은꽃의 달림이 성겨서 엉성해 보인다.

 

 

 

산국도 황금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꼭두서니 열매

요 녀석은 열매가 꼭 두알씩 쌍으로 달린다. 꽃이 쌍으로 핀다는 이야기도 된다.

 

 

 

사마귀를 낚아채어 맛있게 먹고 있는 다람쥐

서문에서 다시 남문쪽을 향해 성 바깥길을 향해 가고 있는데, 다람쥐가 성벽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어 사진에 담으려는데 요 녀석 갑자기 쏜살같이 달려간다. 도망가나 했더니 무언가를 홱 잡아챈다. 날아가는사마귀를 보고 달려가 낚아채어 잡은 것.

 

 

 

개머루

열매의 색깔이 정말 환상적이다.

 

 

 

고려엉겅퀴

늘 다녔던 길인데, 꽃이 피기 전에는 이 녀석의 존재가 있었던 줄도 몰랐다. 알았다면 곤드레나물(고려엉겅퀴의 어린잎)을 뜯기라도 했을 텐데...

 

 

 

꽃향유. 생각지도 못했는데 꽃을 만났다. 얼마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녀석이 이렇게 꽃으로 짠하고 나타나서사람을 감탄시킨다.

 

 

 

짚신나물 씨방, 꽃에만 신경쓰다 보니 씨방이 이렇게 생긴 줄도 모르고 있었다.

 

 

 

닭의덩굴

 

 

 

나도송이풀 꽃 진 후의 씨방이 달린 모습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꼭 한개체만 봤는데, 거기서 좀 떨어진 이곳에 무더기로 이미 꽃이 진 모습으로 눈에 띄었다. 늘 다니던 길인데, 어찌된 셈인지...

 

 

 

개차즈기

이게 무슨 꽃인지 너무나 신기해하며 담았는데, 알고보니 개차즈기! 이미 이미지로는 익힌 것인데,

실물로 보면 왜 이렇게 기억이 안되는지... 꽃이 좁쌀보다도 훨씬 작다.

 

 

 

 

 

성벽 아래 흐드러지게 핀 개쑥부쟁이

가장 흔한 가을꽃인데도 이처럼 가을을 풍성함으로, 또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주는 꽃이 있을까!

 

 

어둠이 깃드는 산을 뒤로 하고 그리움 가득 안고 산을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