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퇴근 후 대모산에 올라 만난 생명들

모산재 2006. 4. 7. 22:16

퇴근 후 대모산에 올라 만난 생명들

2006. 04. 07 퇴근 후

 

 

집에 도착하니 5시가 다 되었다.

후다닥 카메라를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지난 주말은 비도 오고 또 정선할미를 만나러 가느라고 대모산을 찾지 못했다.

 

나 혼자 비밀스레 차지하고 있는 듯한 야생화 동산, 대모산을 오른다.

낮 시간 비도 흩뿌리며 구름이 덮기도 한 하늘이 좀 맑아졌다.

 

 

바람에 일렁이는 향기로운 띠풀, 향모

 

잔디밭 언덕을 올라서니 놀라워라, 풀밭은 온통 향모꽃 천지이다.

저녁 햇살을 받아 향모꽃들이 봄처녀 치맛자락 날릴 만한 산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인다.

'향기를 풍기는 띠풀'이라는 이름처럼 향기가 가득 퍼지는 느낌이다.

 

 

 

 

뽀송뽀송 하얀 잎이 귀여운 솜방망이

 

풀밭 언덕에는 새하얀 솜털을 입힌 듯한 솜방망이도 여기저기 보인다.

꽃이 피려면 좀더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솜방망이와 잎 모양이 닮아 헷갈리기 쉬운 솜나물은 이미 꽃이 지고 있고

대신 잎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얼굴 내미는 할미꽃들

 

3월 중순 무렵부터 몇군데에만 보였던 할미꽃이 

보이지 않았던 언덕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얼굴들을 속속 내밀고 있다.

자꾸만 봐도 반가워 눈에 뜨이는 족족 기념 사진을 찍어 준다.  

 

 

 

 

 

어이쿠, 그런데 이게!

3월 중순에 보았던 한 할미꽃이 보이지 않아 살펴봤더니 이렇게 땅이 파헤쳐져 있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몹시 마음 쓰리다.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할미꽃들이 나를 맞이해 주니 위안이 된다.

 

 

 

 

솔잎처럼 생긴 솔나물

 

언덕 위 비탈 쪽엔 솔나물도 지천이다. 솔가지에 달린 잎처럼 생겨 이름이 솔나물이다.

 

 

 

잠이 덜 깨어 눈 부비는 아이 같은 조개나물

 

한족 언덕배기엔 조개나물이 이제 갓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꿀풀과로선 가장 먼저 피는 꽃에 속할 텐데, 그래선지 온 몸은 하얀 털복숭이다.

꽃조차도 파스텔톤이 되어 꼭 잠을 덜 깬 아이의 표정 같다.

 

 

 

 

홀로 핀 각시붓꽃, 또는 애기붓꽃

 

언덕배기 한쪽 줄딸기덩굴 우거진 곳에 딱 한 송이만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녀석이 학생이라면 분명 '날라리'라고 눈총깨나 받았을 테지만,

다른 꽃보다 앞서 사춘기 맞는 꽃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않는가!

 

 

 

개쑥부쟁이 어린풀

 

많이 본 녀석인데도 낯설어지는 까닭은, 꽃만 좇아 다닌 탓이다.

이 언덕엔 쑥부쟁이와 개쑥부쟁이도 지천이라 어린 싹들도 많이 자라나고 있다.

너무 많으니 또 무심해져서 기념 사진 대상에서 제외되고,

잘 보이지 않는 이 녀석만 담았군...

 

 

 

길쭉한 잎 키작은 앉은뱅이, 제비꽃

 

오랑캐꽃이라고 하는 제비꽃도 군데군데 많이 피었다.

2주 전에는 단 한 개체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동네 꼬마들이 제비꽃으로 소꿉장난이라도 했는지 훼손된 포기들이 보이기도 한다.

 

 

 

 

좀꿩의 다리

 

약간 그늘지고 습기 있는 언덕에 푸르고 통통한 줄기가 자라나 잎들을 달고 있다.

 

 

 

고들빼기

 

 

 

꿩의밥

 

꿩의밥인데 이걸 먹어줄 꿩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래도 대모산 남쪽 양지바른 산기슭과 밭에선 간혹 꿩들이 후드득 나는 모습을 본 적 있으니!

보리고개 있던 시절엔 꿩이 먹어야 할 이 이삭을

손바닥 가득 따서 부벼서 껍질 후후 불어 날려 보내고 입 안에 탁 털어 넣어 먹지 않았던가! 

꺼끌꺼끌하던 그 맛...

 

 

 

이 아이의 이름은?

 

잎이 제대로 없는데, 산거울사초라고 하는군...

 

 

 

 

해는 져서 어두워지고

봄날 밤의 대기를 농밀한 향기로 가득 채우던 귀룽나무가

혹시 꽃이 피었나해서 산 등성이 너머로 향하다.

 

어두운 숲속을 만개한 진달래꽃이 환히 밝히고 있고...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귀룽나무

 

아름드리 귀룽나무, 멀리서 봐도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품 넓은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있는 듯 푸근한 정서를 자아낸다.

개포동 들어온 첫해 봄, 꽃이 핀 줄도 모르고 이 나무 근처를 지나다 

너무도 진한, 그리고 싱그러운 향기에 취해 한 동안 넋을 잃고 바라봤던 나무이다.

 

숲 속에서 가장 먼저 푸른 싹을 내미는 귀룽나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아직은 꽃은 피지 아니하였고,

꽃봉오리가 이제 막 부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