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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기웃기웃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누굴까? 그리고 눈길이 자꾸 창문 너머로 향한다면 당신 마음에 봄이
왔다는 증거이다.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고 바람까지 몹시 심하게 분다. 겨울보다도 더 매워 꽃샘추위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날씨에 집에 앉아 있자니 좀이 쑤셔 봄 소식을 찾으러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하다. 괜히 나섰나, 피었던 꽃들도 다 얼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지난 주 토요일 복수초다, 변산바람꽃이다, 남쪽으로부터 꽃소식이 속속 당도하건만 온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서울의 꽃소식을 찾으러 대모산을 넘었다. 산 속은 생명이라곤 미동도 없는 낙엽 쌓인 겨울 풍경 그대로이다. 실망한 마음으로 대모산을 되넘어 내려오다 자연학습원을 돌아보기로 한다. 입구 풍경은 산수국 마른 이삭들만 보이는 여전한 겨울 모습인데, 산괴불주머니가 푸른 싹을 제법 키우고 있다. 꽃 필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비탈길 양옆에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생강나무꽃이 벌써 피었나, 아니, 산수유가 피었구나! 하고 다가가 보니, 생강나무도 산수유도 아니고 풍년화가 피었다. 탐스러운 꽃이 풍년을 연상하게 해서 붙여진 그 이름 풍년화! 봄기운이 더욱 완연해진 따스한 날씨에 풍년화엔 무수한 벌조차 잉잉대고 있다.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 작업장 언덕길에 핀 꽃다지. 나 오늘도 캄캄한 창살 안에 몸 뒤척일 힘조차 없어라. 진정 그리움이 무언지 사랑이 무언지 알 수 없어도 퀭한 눈 올려다본 흐린 천정에 흔들려 다시 피는 언덕길 꽃다지. 마을 뒷산 양지바른 언덕엔 무덤이 있다. 지난 가을 조개나물 어린싹이 많이 자라고 있었건만, 비교적 이른 봄에 핀다는 조개나물은 생명의 흔적조차 없다. 다만 양지꽃만이 곧 꽃을 피우려는지 꽃망울이 부풀고 있다.
지난주에 피기 시작했던 개불알풀 꽃들은 소문 없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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