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풀꽃나무

벵골보리수(반얀나무)와 인도보리수(보나무, 피팔)

모산재 2015. 2. 15. 22:57

 

동남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Ficus)의 나무를 '고무나무' 또는 '보리수'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무화과나무속의 나무는 850여 종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나무가 무화과나무, 보나무(인도보리수), 그리고 반얀나무(벵골보리수)라 할 수 있다.

 

무화과속의 나무는 모두 꽃이 열매처럼 생긴 폐쇄화로 핀다. 안에서 피어 자가수분한 후 열매로 익어간다. 꽃이 보이지 않고 바로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꽃 없는 열매'라는 뜻의 무화과라 부른다. 피쿠스속 나무들은 모두 폐쇄화로 열매가 익는 무화과이다.

 

 

 

 

■ 벵골보리수(Ficus benghalensis) = 반얀나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반얀나무(banyan tree)의 국명은 '벵갈고무'이다. 하지만 이렇게 부르는 이는 별로 없고 대개 '벵골보리수' 또는 '반얀나무'라 부른다.

 

 

 벵골보리수

 

 

 

반얀나무는 인도 원산의 상록 교목으로 높이가 30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흰색이고 어린 가지에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의 원형으로 길이가 10~25㎝이다. 잎자루가 있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열매는 무화과처럼 생겨 2개씩 달린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에서 수많은 공기뿌리(氣根)가 자라나 뿌리를 내린다. 그 때문에 줄기는 계속 굵어지기도 하고 수많은 줄기들이 이어진 숲처럼 되기도 한다. 그래서 줄기 둘레가 10~20m가 되는데 인도 콜카타 식물원의 반얀나무는 지름이 130m, 둘레가 400m나 되어 나무 한 그루가 거대한 숲을 이룬 장관을 보이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 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정하고 신성시한다.

 

굵은 나무 옆에서 자라난 반얀나무는 기근(공기뿌리)으로 감아 그 나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 피쿠스 중 많은 종들이 다른 나무에 기생하며 그 나무를 감고 올라가 말려 죽이는데 이를 '목매어 죽이는 무화과'란 뜻으로 스트랭글러 피그(Strangler fig)라고 한다. 때로는 공기뿌리가 커튼처럼 늘어져 장관을 연출하므로 커튼피그트리(Curtain fig tree)라 부르기도 한다.

 

 

 

마이애미 Coral Gables의 반얀나무

 

콜카타 식물원의 거대한 반얀나무.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인도 북서부의 구자라티 언어에서 '반야(banya)'는 식료품 잡화상이나 상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국의 작가들이 반얀 나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반얀나무 그늘에서 인도 상인들이 물건을 팔거나 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얀(banyan)'이 나무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 인도보리수(Ficus religiosa) = 보나무, 피팔

 

흔히 벵갈보리수(반얀나무)와 인도보리수(보나무 또는 Peepal, Ficus religiosa)를 같은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벵갈보리수는 잎이 달걀형이고 잎끝이 밋밋하지만 인도보리수는 잎 모양이 포플러 잎을 닮았고 잎끝에 긴 꼬리가 발달되어 있다. 벵갈보리수는 기근이 발달하여 수많은 줄기가 생겨나지만 인도보리수는 줄기에 기근이 생기지 않는다.

 

 

인도보리수

 

 

 

 

※ 인도보리수와 벵골보리수 비교

 

 

 

 

 

인도보리수는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서 깨달음 얻었다 하여 보리수(菩提樹), 각수(覺樹), 도량수(道量樹) 등으로 불린다. 흔히 보나무(Bo-Tree) 또는 피팔(Peepa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남아시아의 불교 사원의 정원에서 크고 넓은 그늘을 만드는 나무로 만날 수 있다.

 

열대, 아열대 식물이므로 우리 나라에서는 살 수가 없는데, 우리 나라 사찰에서는 수형과 잎 모양이 이 나무와 아주 비슷한 피나무과의 찰피나무나 보리자나무, 그리고 염주나무를 대신 심고 있다.

 

잎끝이 긴 줄 모양. 줄기에 기근이 생기지 않는다. 줄기는 회백색이고 미끈하다. 20~30m로 자라며 가슴 높이의 지름이 2 ~ 3m나 되는 대형수이며 건기에는 잎이 많이 떨어진다. 가지 끝에 달리는 잎은 어긋나며 포풀러 잎과 비슷하다. 잎은 타원형을 띤 마름모꼴이고 끝이 길게 자라 꼬리처럼 된다. 고무나무처럼 잎을 자르면 흰 즙액이 나온다.

 

새로 자란 줄기 아래쪽에서 열매처럼 생긴 폐쇄화가 피는데, 꽃은 열매 속에 들어 있다. 성숙하면서 도토리 크기의 열매가 된다.

 

 

 

 

※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Ficus속 나무들과 국명

 

종분류 구분 학명 국명
재배식물 정명 Ficus carica L. 무화과나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elastica Roxb. ex Hornem. 인도고무나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aspera 'Parcellii' 아스페라고무 '파르켈리'
재배식물 정명 Ficus benghalensis L. 벵갈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benjamina L. 벤자민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benjamina var. nuda (Miq.) M.F.Barrett 누다벤자민
재배식물 정명 Ficus benjamina 'Variegata' 무늬벤자민
재배식물 정명 Ficus deltoidea var. diversifolia 디베르시폴리아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elastica 'Decora' 인도고무 '데코라'
재배식물 정명 Ficus elastica 'Sophia' 인도고무 '소피아'
재배식물 정명 Ficus elastica 'Variegata' 무늬인도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heteromorpha Hemsl. 헤테로모르파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hirta Vahl 자바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lyrata Warb. 떡갈잎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macrophylla Pers. 마크로필라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microcarpa var. crassifolia (Shieh) J.C.Liao 크라시폴리아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petiolaris Kunth 페티오라리스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pumila L. 모람
재배식물 정명 Ficus pumila 'Variegata' 무늬모람
재배식물 정명 Ficus religiosa L. 인도보리수
재배식물 정명 Ficus retusa L. 대만고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retusa 'Panda' 판다고무나무
재배식물 정명 Ficus wightiana Benth. 위그티아나고무

 

 

 

 

고무나무(Ficus elastica)와 같은 속의 나무이어선지 거의 대부분의 피쿠스속 나무에 '고무'란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그리 자연스러운 이름이 아닌 듯하다. 차라리 '무화과'나 '보리수'란 이름을 붙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한때 같은 뽕나무과 피쿠스속의 고무나무에서 고무를 채취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로 파라고무나무(Hevea brasiliensis) 등 대극과 헤베아속 나무에서 채취한다고 하니 굳이 피쿠스속 나무를 '고무'나무로 부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종소명을 반영하여 이름을 부르면 우리 고유 수종인 보리수나무와 혼동될 염려도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