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7월 29일 화요일 오후. 샤허
오후 세 시쯤 샤허에 도착.
배낭을 숙소(616호)에 내려 놓고 네 시쯤 라부렁스로 향한다. 그저께 미처 보지 못한 라부렁스 사원 전경을 본 다음 각자 자유롭게 사원을 돌아보고 하룻밤을 머물게 된다.
사원까지는 도보로 이동, 입구에서 수박을 사서 나눠 먹고 천변 도로를 따라 코라를 돈다. 마니차 회랑 바깥의 도로에는 매끈한 바닥돌을 깔아 놓은 바람에 차량들이 달릴 때마다 먼지가 심하게 인다. 그냥 흙길로 놓아 두는 게 좋았을 것을 사원을 지나치게 현대화하면서 먼지가 날리는 사원이 되었다.
코라를 돌며 내내 마니차를 돌린다. 어느 사이 우리가 티베탄 정서에 젖어들었나 싶다.
사원 복원 공사를 벌이는 현장.
출입문의 정교한 목조 조각
무슨 건물인지...
안내 팸플릿도 없고 안내판도 없으니 답답하다. 다른 여행자들처럼 사원의 분위기에 젖어 티베탄들의 마음이 되어 순례하는 것이이 더 좋은 여행법이겠지만, 호기심이 많은 나는 뭘 알지 못하면 답답해 한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검색을 통해 확인하려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보았지만 별로 성과가 없다.
조각도 채색도 화려한 사원 정문
몇 군데 사원을 돌아본 다음 공당보탑 앞을 지난다. 탑의 본래 이름은 '현견해탈대금탑(現見解脫大金塔)'
공당보탑 건너편, 침엽수림이 있는 산 발치에 쇄불대(晒佛臺, 또는 展佛臺)가 보인다.
쇄불대 위의 언덕은 라부렁스 사원을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언제나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빈다.
다샤허(大夏河)를 건너 쇄불대 언덕으로 오른다.
돌을 다듬어 축조한 쇄불대 언덕은 양지 바른 곳이라, 사이사이 야생 풀꽃들이 자라나 고운 꽃을 피우고 있다.
쇄불대는 대형 탱화를 거는 곳으로, 티베트 사원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쇄불절(晒佛节)에 쇄불 행사가 거행되는 곳이다. 불상을 그린 대형 탱화가 좀 먹지 않도록 햇빛에 쪼여 말리는 행사를 축제로 승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쇄불절 날짜는 사원마다 다른데 라부렁스는 티베트력 정월 13일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쇄불 행사는 과연 대단하다. 스님들과 신도들은 물론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야단법석을 이룬다. 쇄불 행사에 이어 젊은 스님들이 가면을 쓰고 법무까지 춘다니 대단한 볼거리인 듯하다.
이상 사진 출처 : 구글 검색
쇄불대 언덕 위에 오르니 라부렁스 사원은 물론 샤허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원 조망을 끝내고 일부는 다시 사원으로 들어가고 또 일부는 택시를 잡아 숙소로 돌아가는데, 망설임 끝에 나도 숙소로 돌아가는 편을 선택한다.
워낙 넓은 사원이라 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은데도 돌아가기로 한 것은 제대로 이해할 만한 자료도 안내판도 없어 돌아봐야 비슷비슷하게만 느껴지는 사원이 지루해진 탓이 크다. 게다가 매일처럼 장시간 버스를 타고 사원을 돌고 하다보니 피로가 몰려와 그냥 쉬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잘못이었다. 사원으로 간 사람들은 때마침 승려들이 여는 엄숙한 법회를 참관하고 왔다고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티베트 사원 여행을 하면서 불·법·승 삼보 중에서 부처님은 물론 부처님 말씀도 스님도 제대로 접하지 못하고 건물만 보고 다녔으니, 이 먼 곳까지 와서 티베트 불교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 뭐가 있나 싶다.
숙소 뒤편의 티베트 주민들의 주거지
어쨌거나 호텔에서 저녁을 거나하게 먹고(지난 번보다 비싼 요리라) 저녁엔 현옥 샘이 맥주를 사서 우리 방에(616호) 모여서 술잔을 건네며 정담을 나누었다. 고도가 300m쯤 높은 랑무스를 다녀온 탓인지 고산병을 앓던 분들이 많이 좋아진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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