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무

'추억'처럼 나풀거리는 하얀 꽃, 탱자나무 이야기

모산재 2010. 5. 24. 22:16

 

탱자나무는 운향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이다.

 

중국 중부지방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우리 땅에 자생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만큼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살고 있었던 나무로 우리들에게 친숙한 나무이기도 하다. 추운 지방에는 살지 못하고 경기도 이남에 자라고 있다.

 

꽃은 흰색으로 5월경에 가시를 잔뜩 달고 있는 가지의 끝에서 하나씩 핀다. 어찌보면 나풀거리는 흰나비가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인데 가시에 찔리면 어쩌나 싶게 하늘거리는 모습이 연약하고 아름답다. 귤나무보다 한 달 정도 먼저 피는 꽃은 지름이 3~5㎝로 잎이 나오기 전인 봄에 가지 끝 또는 잎겨드랑이에서 한두 송이씩 하얗게 핀다. 꽃잎은 5장인데 여러 개의 하얀 수술에는 노란 꽃밥이 달려 있다.

 

 

 

 

 

 

 

 

키는 3~4m 정도 자라며, 햇가지는 능각이 지며 약간 납작하고 푸른 풀빛을 띠고 있다. 줄기와 가지 곳곳에 커다랗고 뾰족한 가시들이 달려 있어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이 탱자나무 가시나 대추나무 가시로 삶은 다슬기 살점을 뽑아 먹기도 하였다. 잎은 3장의 잔잎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달걀 모양이며 두꺼우며 가죽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 잔잎의 가장자리에는 조그만 톱니들이 있으며 잎자루 양쪽으로는 날개가 달려 있다. 탱자나무의 잎은 호랑나비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탱자나무는 가시가 날카로워 남쪽 지방에서는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고, 감귤을 접붙이는 대목으로도 심는다. 귀양 온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산울타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한다. 강화도 갑곶과 사기리의 탱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데, 이들 나무는 병자호란 때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용으로 심은 일부가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탱자나무의 학명은 Poncirus trifoliata이다. 'Poncirus'는 탱자나무의 속명인데 우리 나라와 중국에 한 종만 자생하고 있다. 영어 이름은 '세잎이 달린 오렌지'라는 뜻의 Trifoliate Orange이다. 꽃말은 '추상' 또는 '추억'이라고 하는데, 아직 잎이 나기 전 피는 하얀 꽃에서 연상된 것이 아닌가 싶다.

 

 

탱자나무와 관련된 고사성어가 있으니, '귤화위지(橘化爲枳)'가 그것이다.

 

춘추시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간 제나라의 유명한 재상 안영은 초나라 영왕이 제나라 출신 도둑을 보여주며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 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안영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말하며 제나라에선 도둑질 않던 사람이 초나라에서 도둑이 된 건 초나라의 풍토 탓이라고 일갈한다. 탱자가 좋지 않은 과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이 이야기는 사람이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표현한 이야기이다.

 

 

 

 

 

 

 

 

지름이 3~5㎝ 정도인 탱자나무 열매는 노란색의 장과(漿果)로 곱게 익는다. 탁구공보다 살짝 큰 이 탱자나무 열매는 새큼한 향기가 아주 좋아 아이들이 코를 대고 맡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열매 속은 지나치게 쓴 맛이 나고 시어 날것으로 먹기는 어렵다. 열매 겉에는 털이 많이 나 있고 안에는 하얀 종자가 10여 개가 들어 있다. 먹지 못하는 과일이다보니 탱자 열매는 놀잇감으로 이용되었다. 옛날 아이들은 가을이면 탱글탱글 잘 익은 탱자나무 열매를 모아 마당에서 구슬치기를 하기도 하고 공처럼 차고 놀기도 하였다.

 

식용은 아니지만 약재로는 유용하게 쓰인다. 덜 익은 열매를 2~3조각으로 잘라 말린 것은 지실(枳實), 열매 껍질을 말린 것은 지각(枳殼)이라 하여 건위제·이뇨제·진통제·해열제 등으로 쓰는데, 지각은 관장제(寬腸劑)로 지실은 습진 치료제로도 사용한다.

 

 

 

▼ 탱자 열매

 

 

 

 

 

 

이 땅에 들어온 지 오래된 나무이다 보니 노거수가 된 탱자나무들도 전국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아래의 탱자나무들은 모두 지방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나무들로 유명한 것들이다.

 

경북 문경의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는 두 그루가 동서로 나란히 서 있는 수령 400년의 노거수인데 양쪽 나무의 높이 7m, 둘레는 동쪽 나무 172㎝, 서쪽 나무 192㎝나 된다. 대구 국우동 탱자나무는 400년 된 것으로 세 그루 중 맨 서쪽 언덕배기에 있는 한 그루는 지면 가까이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었는데 둥치 밑둘레가 1.7m에 이른다고 한다.

천안 유량동 탱자나무는 수령 약 520년으로 추정되는데 높이는 7.5m, 나무 둘레는 1.3m로 천안향교에서 관리하고 있다. 포항 내연산 보경사 천왕문 곁에 선 탱자나무는 높이는 6m 밑동 지름은 0.8m에 이르는데 신라 시기에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두 그루가 있었으나 한 그루가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부러져 현재는 밑동만 남아있다.

 

전북 익산 가람 이병기 선생 생가의 탱자나무는 2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높이 5.2m 둘레는 60㎝이다. 의령군 낙서면 다섯 성씨가 이룬 양반촌 오운마을 옛 담장은 흙돌담 및 돌담 1,000m와 탱자나무 울타리 200m로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 입구 한옥에 둘러친 탱자나무 울타리는 돌로 단정하게 쌓은 기단 위에 조성되어 있어 더 멋스럽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