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섬 여행

소매물도(3) 남매바위 전설, 기타 풍경

모산재 2009. 2. 18. 10:38

 

등대섬을 돌아나오면서 소매물도 최고봉 망태봉(152m) 정상을 넘는다. 개동백이나 윤노리나무, 굴피나무 등이 키 낮은 숲을 이루고 있지만 몇 걸음씩 비켜서면 사방의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다시 폐교된 분교를 지나 섬의 북쪽에 있는 동백나무 군락지와 후박나무 군락지를 돌아보기로 한다.

 

마을로 내려서는 길로 내려오다 멀리 상록수림이 보이는 곳에서 마을 뒤 밭길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숲의 나무들이 높고 어두워 볼 것이 별로 없다. 할수없이 다시 섬의 북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니 바다가 보이는 산허리로 새로이 닦은 흙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가니 얼마 가지 않아 끝이다.

 

 

▼ 소매물도 북쪽에서 건너다본 대매물도. 왼쪽 섬은 어유도

 

 

 

 

길이 끝나는 그 골짜기에 근친상간의 슬픈 사랑이 전설로 전해지는 남매바위가 있다.

 

커다란 두 개의 둥근 바윗돌이 하나는 바닷가에 하나는 그 위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데 그리 그럴싸한 모습이 아닌 평범한 형상이라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고 만다.

 

 

발길을 돌리고 나오다 바라본 매물도의 하늘엔 남매의 아픈 사랑처럼 둥근 낮달이 빛나고 있다.

 

 

 

 

예전 '전설의 고향'에도 방영된 적이 있다는 전설은 다음과 같다.

 

190여 년 전 '허씨 부부'가 돛단배를 타고 매물도를 지나다 풍랑을 만나 매물도에 떠밀리게 되었고 결국 매물도에 정착했다. 몇 해를 보낸 뒤 쌍둥이 남매를 얻게 되었는데 쌍둥이는 둘 가운데 하나가 명이 짧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씨 부부는 딸을 소매물도에 갖다 버린다. 아들이 청년으로 장성할 때까지 허씨 부부는 아들에게 작은섬(소매물도)에는 절대 건너가지 않도록 단속했다.

그러나 어느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작은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아들은 작은섬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거기서 그는 몽실몽실 피어나는 어여쁜 처녀를 만났다. 젊은 남녀는 열정에 빠져 깊은 정을 맺기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는 커다란 바윗돌로 변했다고 한다.

  

▼ 마을 뒷산에서 우백호가 되어 흘러내린  능선의 끝에 서서 바라본 삼여도

 

 

 

 

 

해는 기울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시간이다.

 

 준비해온 도구와 재료들로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식사래야 라면 몇 개 끓여 먹는 것인데, 앞마당에 숙소를 잡은 대학생들로 조이는 젊은 처자들은 삼겹살을 굽고 있어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

 

 

건물 오른쪽 지붕밑방이 우리 숙

 

 

 

 

밤이 되어 동네 가게에서 주문한 매운탕(?)으로 소줏잔 나누는 즐거움.

 

섬이라 해산물이 풍부하고 먹을 곳도 제법 있을 줄 알았는데 식당이라고는 없다. 게다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10시 이후면 불이 자동으로 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 소박한 안주를 얻어 술잔을 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어두운 밤바다, 수평선 따라 멀리 어유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밤은 길지만 움직일 곳이 없는 터라 마당 끝에서 그렇게 밤바다만 구경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소문과는 달리 10시 넘어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일출을 보기에는 늦게 일어났지만 아침 배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에 여유가 있어 섬 너머쪽을 답사해보기로 하고 다시 마을 뒤를 오른다.

 

분교를 지나 길이 아닌 숲으로 들어서 가파른 비탈을 이룬 능선을 따라 해안선 가까이 내려가 보기로 한다. 어제 보았던 공룡바위가 환한 아침햇살에 머리를 내 놓고 오른쪽 저 멀리 나란히 선 등대섬의 병풍바위들이 펼쳐진다.

 

 

 

 

 

능선을 이룬 낭떠러지 절벽, 발밑 해안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는 부드럽고 평화롭다. 등대섬 등대까지 다  보인다. 그리고 병풍바위에는 동굴도 선명히 보인다. 저곳이 서불이 지나갔다는 글씽이동굴일까...

 

 

 

 

▼ 분교 너머 해안 능선에서 본 등대섬

 

 

 

 

 

다시 돌아오는 길, 붉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동백나무를 만난다.

 

노란 꽃술과 견고한 붉은 꽃잎, 차가운 겨울 속에서 뜨겁게 불타오르는 심장... 언제 내게서 저런 뜨거움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분교 앞 언덕에 서서 내려다보는 마을 앞바다...

 

햇살이 눈부시어 하늘과의 경계를 잃고 바다에는 수평선이 사라져버렸다. 아름다운 바위 섬 삼여도(三礖島)가 그림처럼 떠 있다. 삼여도는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방향에 따라 바위섬 숫자가 2개에서 7개까지 달리 보인다고 한다.

 

 

 

 

 

이곳이 삼여도 바위면이 가장 넓게 보이는 위치인 듯하다.

 

 

 

 

마을 주변 밭에는 벌써 하얀 별꽃이 피어나 봄맞이하고 있다.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아침 식사는 통영으로 나가서 하기로 하고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나선다.

 

 

▼ 선착장 맞은편 마을 동쪽 능선에서 흘러내린 아름다운 해안 절리

 

 

 

 

선착장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닷물에 마른 새우를 몇 웅큼식 던지면 까맣게 몰려드는 학꽁치들, 뜰채라도 있으면 수십마리 정도는 한번에 잡히지 싶게 물반 고기반이다.

 

 

 

 

 

▼ 까맣게 달려드는 꽁치떼들

 

 

 

 

 

1박2일의 소매물도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섬, 파도를 받아내는 가파른 절벽, 어둠의 바다를 밝히는 등대...

 

어느날 훌쩍 버거운 일상을 떠나 이곳을 찾아 섬 한 바퀴를 돌아보고 이 고요한 섬의 어둠 속에 잠겨본다면 많은 위안을 얻어갈 수 있는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소매물도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