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동물

도둑게, 살금살금 달님 훔치러 가네

모산재 2008. 11. 23. 22:58

 

뚝방에
소소소
바닷물 들어왔다

도둑게 한 마리
살금살금
달님을 훔치려 다닌다

약 올리며
실실실 달아나는 보름달
밤새 야단이다

  - 김이삭, '보름달과 도둑게' (2008년 어린이와 문학 9월호, 응모 동시 추천작)

 

 

 

늦은 오후 무녀도 2구 갯마을 쪽으로 넘어가는 산길에서 만난 도둑게. 바다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인데도 길가 풀섶 곳곳에서 도둑게가 출현한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숨소리와 자전거 바퀴 소리에 놀란 것인지 제풀에 나타나 우왕좌왕이다.

 

부엌에 숨어 들어 밥까지 훔쳐 먹는다는 도둑게, 어째서 바다를 버리고 민가도 아닌 깊은 숲으로 들어와 있는지... 아마도 밥이 아니라 달님 훔치러 산으로 오르는 게지!

 

 

 

 

 

 

 

 

 

뱀 구멍 같은 굴에 살아서 '뱀게'라고도 하고, 등딱지에 스마일 문양이 선명해서 '스마일게'로도 부르며, 앞발이 빨개서 '빨간게', '레드크랩'이라고도 한다. 

 

'도둑게'라는 이름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갯벌의 기수지역 민가에 출몰하며 음식을 훔쳐 먹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민가에 들어가 음식 찌꺼기나 과일 껍질의 속살을 훔쳐 먹기도 하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 속에서 구멍을 파고 살며 나무 열매나 곤충의 사체, 동물의 배설물 등도 먹는다. 무엇이든 잘 먹어치우는데, 사람이 먹는 것은 소주 빼고 다 먹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도둑게는 위험을 느끼면 의사(擬死)행동을 하는데, 죽은 체하다가 위험이 사라지면 재빨리 일어나 도망간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부엌은 도둑게가 접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냉장고가 닫혀 있고 음식찌꺼기는 통 속에 처리되어 도둑게가 먹고살 수 있는 조건이 몹시 나빠졌다. 게다가 도둑게가 출몰하는 해안 도로가 포장되면서 밤마다 엄청난 수의 도둑게가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도둑게는 7∼8월에 암컷이 알을 품는데, 8∼9월 상순 만조 달 밝은 밤에 해안 암석지대에 모여 부화한 유생상태의 알(zoea)을 바닷물에 털어 넣는다. 도둑게의 천적은 두꺼비, 도둑게의 어린 새끼들을 단숨에 먹어치운다.

 

 

 

 

 

도둑게(Holometopus haematocheir)는 십각목 바위게과의 게이다. 등껍질의 앞부분이 황색 내지는 황갈색이다. 갑각은 길이가 3.4cm, 폭이 3.8cm 정도이고 사각형이며, 어두운 청록색이다.

바닷가나 하구 근처의 습지나 논밭 따위에 사는데 해수의 영향이 없는 계곡에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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