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가을, 꽃빛도 쓸쓸하여라
2007. 10. 26
교정 건물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가 화려한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오늘은 제천 어느 사과농장 사과 따는 일 도우러 가기로 한 날...
일과를 마친 늦은 오후,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아차산공원을 다녀오기로 한다.
계절도 잊은 듯 금사매(망종화) 몇 송이가 등잔처럼 환하게 피었다.
마른 풀 위에 앉은 부전나비의 뜯긴 날개에
쓸쓸한 저녁 햇살 몇 가닥이 걸렸다.
서늘한 대기 속 키낮은 쑥부쟁이 꽃빛도 덩달아 서늘하다.
봄으로 착각한 것이지
쉬땅나무도 쌀밥 같이 환한 꽃을 달았다.
쓸쓸한 가을빛을 걷어내려는 듯
원예종 한련화는 원색의 꽃을 환하게 피웠다.
애플민트,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파인애플민트, 오데코롱민트...
언제 보아도 헷갈리기만 하는 허브 식물들이 더러 꽃들을 피우고 있다.
오데코롱민트로 보아야 할까...
이것은 애플민트일지...
그리고 흰 무늬를 가진 이 녀석은 또 무엇인가.
파인애플민트일 듯도 하고...
호장근과 같은 속인 감절대, 둥근 잎에 단풍도 들고 열매도 달렸다.
감절대보다 꽃이 훨씬 먼저 진 호장근은 잎은 푸른데 열매는 말라 버린 모습이다.
체꽃은 아직도 서늘한 푸른 빛으로 피고 있다.
화려한 단풍이 든 배롱나무 열매
한여름 숲속 풀섶에 피어나는 술패랭이,
늦가을 서리 맞을 때까지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날 것이다.
산국 샛노란 꽃이 등불처럼 담겨질 것 같은데,
깃드는 어둠을 물리치지 못하고 초점까지 흐려진다.
신기하게도 저 푸른 개미취 꽃이 산국보다도 더 환하게 담겼다.
해는 서산너머로 숨고 골짜기는 어두워져 공원을 빠져 나온다.
비대칭의 잎을 가진 왕느릅나무가 단풍이 들었다.
플래시를 터뜨리고 잎 모양을 담는다.
'풀꽃나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천 명암리 개울가의 늦가을 풀꽃나무들 (0) | 2007.11.07 |
---|---|
풀꽃, 이슬, 그리고 햇살 (0) | 2007.11.05 |
남한산의 늦가을 풀꽃들 (2) : 할미꽃, 조개나물꽃이 피었네요 (0) | 2007.11.01 |
남한산의 늦가을 풀꽃들 : 큰벼룩아재비,꽃향유,좀담배풀, 산부추, 참반디 열매, 개쑥부쟁이 (0) | 2007.10.31 |
산국 향기 가득한 남한산의 가을 풀꽃들 (2) (0) | 2007.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