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15

창덕궁 (4) 정조의 숨결이 서린 부용지와 부용정, 영화당, 주합루, 서향각

연경당을 본 다음 불로문을 거쳐 부용지와 그 일원의 전각들로 향합니다. 부용지라는 아름다운 인공 연못을 둘러싸고 주합루(규장각)와 영화당, 부용각, 서향각 등 크고 작은 전각들이 어울린 멋진 공간입니다. 사계절마다 변하는 주변 경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연경당 일원이 정조 임금의 손자로 할아버지 정조를 롤모델로 삼아 개혁을 추진하고자 했던 효명세자의 정신이 빛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바로 정조 임금의 얼로 가득한 공간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물은 부용지 동쪽 높은 월대 위에 우뚝 선 단층 누각 영화당(暎花堂)입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이익공(二翼工)의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더보기 ※ 익공(翼工) / 초익공, 이익공 익공은 기둥 윗몸과 창방의 짜임 부분 ..

함양 (4) 화림동계곡의 선비 문화, 군자정 · 영귀정 · 거연정

동호정을 뒤로 하고 금천을 끼고 벋어 있는 국도를 거슬러 2km가량 더 오르면 또 하나의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새들(鳳田)'이라 부르는 마을 앞 계곡에는 거연정, 군자정, 영귀정이라는 정자들이 소리를 지르면 들릴 만한 거리에 흩어져 있다. 숲이 우거진 개울 너머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화림계곡 탐방 안내도를 보니, 황암사라는 사당에서부터 람천정, 경모정을 거쳐 영귀정, 거연정에 이르는 계곡 언덕길을 따라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바쁘지 않게 탐방로를 따라 걸어 봤으면 좋으련만 8명이나 되는 동행들을 설득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 화림동 계곡 탐방 안내도 동호정을 떠날 때 후두둑 듣기 시작하던 비가 제법 젖을 만큼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쓰고 길 아래로 내려서니 강가..

함양 (3) 화림동 계곡, 농월정과 동호정

함양 상림을 구경한 다음 화림동계곡(花林洞溪谷)의 정자들을 둘러보기로 한다. 안의면에서 육십령으로 향하는 26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멀리 황석산(1,190m)과 기백산(1,331m)이 우뚝 솟아 있다. 영남과 호남을 가르며 소백산맥의 줄기를 형성하는 이들 산자락 속에 농월정으로 유명한 화림동계곡과 용추폭포로 유명한 용추계곡이 숨어 있다. 용추계곡, 화림동계곡, 거창의 원학동계곡을 합쳐 화림 삼동(三洞)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황석산의 화림동계곡은 영남 정자의 진수를 보여 주는 계곡이다.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비단 같은 물결, 금천(錦川)이 흘러내리면서 멋진 너럭바위와 담과 소를 만들며 계곡 곳곳에 세워진 정자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수만 년을 흘러내린 금천의 맑은 물살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 전설

2007. 07. 22 일요일 선교장을 둘러 보고 나니 점심 때가 좀 늦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초당두부 전문 식당에서 두부 전골과 모두부를 시켜서 점심을 먹는다. 동동주 한잔을 서비스로 받고... 동두천 두 아가씨가 점심값을 낸다. 점심을 먹고 나니 여전히 땡볕이 뜨겁기만한데, 경포대와 경포호를 돌아보기로 한다. 경포대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사람들로 붐비는 경포해수욕장에 비해 정작 관동팔경의 주인공은 발길이 뜸해 쓸쓸하기만하다. 어쩌면 강릉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포대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리라. 경포대로 오르는 길은 다행히 소나무숲이 짙은 그늘을 만들었고 때맞춰 바람까지 불어오니 시원하기만하다. 관동팔경을 동해안을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차례대로 들어 보면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동강 골지천 구미정

무릉계곡을 일찌감치 돌아본 뒤, 그냥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쉽다. 동해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평창 쪽으로 가기로 한다.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동강 주변 수해 지역을 지나가기가 민망하지만... 백두대간 오르막길엔 안개가 자욱해 10m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백복령이란다. 엉금엉금 기듯이 고개를 넘어서 정선 땅으로 접어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안개 자욱한 백복령고개를 넘으며 내리막길을 한참 달리다 보니 임계천 시원히 흐르는 임계 마을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강의 물굽이와 바위 절벽이 아름답게 어울린 풍경들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이 강이 동강의 상류인 골지천이다. 태백 검룡소의 물이 흘러흘러 골지천을 이루고, 골지천이 흘러흘러 정선 땅을 지나며 동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