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

서울 부암동 백사실 계곡 / 백석동천, 백사실, 현통사

노동자의 날, 오늘은 동료들과 함께 백사실 계곡을 찾는다. 서울 도심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계곡, 백사 이항복의 별장이 있었다는 백사실 계곡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찾아가보는 일은 처음이다.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려 경복궁 옆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백사실 계곡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꽤 먼 거리라 세검정 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덛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경복궁 담을 끼고 얼마간 걸으니 금방 청와대 앞 청와대사랑채란 공간에 이른다. 길 건너편엔 청와대 별관건물이 보이고, 무전기를 든 사내들이 곳곳에 얼쩡거리고 섰다. 청와대 부근이라고 가로수 아래엔 온갖 꽃들로 곱게 단장해 놓았다. 괜한 거부감에 삐딱한 눈길 한번 던져 보낸 뒤 길을 건넌다. 청와대..

맑고 높은 기품, 도봉산

맑고 높은 기품, 도봉산 2007. 10. 05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긴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먼 골 골을 되돌아 올 뿐.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 청록집(1946) 오랜만에 도봉산을 찾는다. 평생을 저 우뚝 솟은 도봉의 바위봉우리처럼 맑고 기품 있게 사시다 10여 년 전에 세상을 뜨신 혜산 박두진 선생의 시 '도봉'이 생각나서 읊조려 보는데 앞 부분만 떠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