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는 찾아볼 생각도 못했던 고향집의 논, 새해 초에 생각난 듯 찾았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아 부모님이 농사지어 오던 논이 이제 4년째 묵어 수풀처럼 되었다.
풀들은 언제나 낫으로 면도하듯 깎아 내 정갈하기만 하던 논 언덕.
곡식 아니면 발 붙이지 못하던 논 바닥이 어릴 적 보지도 못했던 부들의 차지가 되었다.
물기 있는 곳에는 버들개지 나무들조차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섰다.
마음이 아려 버들개지는 모두 베어냈지만 이 녀석들은 그냥 두기로 했다.
그래도 풀이라서, 논의 위엄을 아주 부정할 것 같지는 않아서...
먼저 논을 둘러 본 형님과 동생,
요놈의 긴 잎사귀를 꺾어 들고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신기해한다.
이름도 잘 모르는 듯해서 부들이라고 귀뜸해 준다.
부들 Typha orientalis
외떡잎식물 부들목 부들과의 여러해살이풀
만져보면 정말로 부피감 있는 육질이 느껴지는데 코르크처럼 탄력이 있고 부드럽다.
꽃가루받이가 일어날 때 부들부들 떨기 때문에 부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잎사귀의 이 부드러운(부들부들한) 질감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이런 느낌에 딱 어울리게 잘포, 혹은 부득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다.
개울이나 늪 등 습지에서 잘 자라는 풀인데,
핫도그처럼 생긴 이삭이 너무 아름다워서 꺾어서 집안을 꾸미는 데 종종 쓰기도 하는 모양이다.
부들은 키가 크게 자라서 특히 비올 때 입는 도롱이를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고,
짚신, 부채 등을 만드는 데도 사용했다고 한다.
또 질기고 탄력성이 있어 방석이나 돗자리로도 많이 만들어 썼는데,
부들로 만든 돗자리를 부들자리 또는 늘자리라 불렀다.
부들의 열매 이삭(네이버백과사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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