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식사를 일찍 마친 다음 황매산으로 출발하였다. 토요일이긴 하지만 이른 오전이라 여유로운 산책을 기대하고 나선 길인데, 두심마을에서 황매산으로 들어서면서 승용차들이 제법 꼬리를 물더니 매표소를 지나며 진입 속도가 거의 정체 상태를 이루고 있다. 내일까지 황매산 억새 축제 기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을 가까이에 두고 차가 서 있는 상태에서 차창 밖 언덕에서 몇 여성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풀섶을 관찰하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물매화 사진을 찍고 있느냐 하니 그렇단다. 그곳은 물매화가 자생하고 있는 언덕~. 거창에서 온 분들, 물매화 보러 온 거란다. 나만 먼저 내려 야생화를 관찰하며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2024. 10. 12. 합천가회
밀려 있는 차량들
물매화
쓴풀
꽃향유
억새 능선
왕미꾸리광이(?)
금강아지풀
산부추
참억새
용담
단풍고사리삼
자주쓴풀
배내기봉
황매산 정상 오르는길
왼쪽에서 차례대로 정상(1,113m ), 3봉(1104m), 상봉(110m)
황매산성 문루
마 열매
자주쓴풀
보리수 열매
물억새
축제장 근처 쉼터
산딸나무 열매
주차장 단풍
축제장 장터에서 누이가 사 준 국화빵을 맛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 황매산(黃梅山)은 어떤 산?
도성초등학교 교가는 "황매산 정기 받아 우뚝 솟아서"로 시작하고 가회중학교 교가는 "태백산 정기가 주름을 잡아 황매의 기슭에 향기 드높다."로 시작한다. 합천군가는 "서으로 황매산성, 동으로 낙동"이라는 구절이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있는 높이 1,113m의 산이다. 가야산(1,430m)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1983년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3봉이 있는 정상부는 길게 뻗어 있고 빼어난 기암괴봉이, 그 아래로는 억새와 철쭉 평원이 드넓게 펼쳐지는 황매평전이, 그리고 더 내려가면 울산바위 부럽지 않은 웅장한 만물상 바위산인 모산재가 있다. 육산과 악산의 조화가 절경을 이루며 '영남의 금강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황매산 아래 고향집이 있다 했더니 "황매산에 황매화가 많으냐?" 묻는다. 황매화는 원예종이니 자생할 리가 없다. 그래서 대답하길, "황매화는 없지만 더 아름답고 청초한 물매화는 볼 수 있어요~."라고 답한다. 다만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나타는 상징적 이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차장 위쪽의 황매평전은 원래 철쭉과 진달래 자생지였는데 '용택'이라 불린 사람이 당국의 허가를 얻어 나무를 모두 베어내어 목장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 운영되다 문을 닫았고 이후 철쭉과 억새밭이 되면서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가 대표 풍경이 되면서 두 계절 축제가 합천군의 재정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 사업 때문에 주차장을 비롯한 조경 사업으로 자연이 크게 훼손된 것 또한 아쉬운 일이다. 전두환 시절이었던가, 매일같이 황매산 바위들이 두붓모처럼 반듯하게 잘려 트럭들에 실려 나갔는데 일본으로 수출한다는 소문에 분개해 했던 일도 있었다.
모산재 아래에는 신라의 대찰 영암사 드넓은 사지가 복원되어 있고 쌍사자석등 등 보물급 석조 문화재가 남아 있다. 황매산 무학굴은 태조 이성계의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가 합천군에서 태어나 수도를 한 동굴로 전해진다. 무학대사의 어머니가 수발하다 뱀에 놀라 넘어지면서 칡넝쿨에 걸리고 땅가시에 긁혀 상처 난 발을 보고 100일 기도를 드려 뱀, 칡, 가시가 없는 '삼무의 산'으로 불렸다는 믿거나말거나 전설이 전해진다. 모산재 정상 부근에 있는 득도바위에서 고운 최치원이 수도를 했다고 전해진다.
2012년에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명소 50선'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15년 산림청에서 발표한 한국 야생화 군락지 100대 명소에도 선정됐다.
가까운 곳에 허굴산, 악견산, 금성산 등 합천호와 황강을 굽어보며 산행의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바위산들이 있고, 그 너머에는 '이런 곳을 왜 몰랐지!'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 황계폭포가 있다. 봄, 가을의 합천호 풍경도 아름답다. 하지만 합천호가 생기지 않았다면 생태계가 살아 있는, 자연 계곡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더 멋진 황강 계곡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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