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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희중 대주교 “통합진보당 해산, 상상하지 못한 결과” 비판

모산재 2014. 12. 24. 14:16

 

김희중 대주교 “통합진보당 해산, 상상하지 못한 결과” 비판

한겨레 2014.12.23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결정 내린 사람들 앞으로 상황 바뀌면 어떻게 얘기할지 궁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23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화 문화와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주교는 성탄절을 이틀 앞둔 이날 광주시 서구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발표한 성탄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김 대주교는 메시지에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며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한다.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야당도 제 역할을 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또 김 대주교는 이날 광주대교구청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관과 종교인의 대북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내년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북한 방문을 위해 통일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주교는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며 “하지만 방북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2011년 9월 3박4일 일정으로 7대 종단 대표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김 대주교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해였다. 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다른 사건들이 터졌다”며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묻히고 잊히지 않도록 언론에서 늘 보도하고 환기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김희중 대주교 “정당해산 상상도 못해, 무척 당혹”

 

경향신문 2014.12.23

 

 

ㆍ국내 고위 성직자 중 ‘헌재 결정’ 첫 공개 비판

ㆍ“다름이 곧 틀림 등식 땐 민주주의 근간 흔들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67·사진)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고위 성직자가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을 공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김 대주교는 23일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이런 재판 결과가 나오리라 상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화문화가 정착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이렇게 허약한지도 의문이다. 그들이 옳든 그르든 3%도 안되는 사람 때문에 나라가 무너질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맞다 틀리다를 떠나 상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해산 결정을 한 재판관들에 대해서는 “이런 결정을 내린 분들이 앞으로 정치적인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판결문 일부가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법의 최후의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민주국가에서 정당해산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의 이날 발언은 국내 고위 성직자 중 처음으로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을 공개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관계자는 “대주교가 작심하고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최근의 한국 사회에 대해 “사회가 바뀌는데 국민은 뒷전에 물러나 있고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서 “계속 사건이 터져서 나조차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문제가 자꾸 잊혀지고 묻히면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와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도 이날 진보당 해산 관련 논평을 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우리의 희망은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생각과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는 파괴되었다”며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적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독재정권의 폭압에 피로써 일구어온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가 더 이상 말살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헌재의 결정은 역사의 시계를 유신독재로 되돌린 폭거”라고 밝혔다.

 

강현석·임아영기자 kaj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