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부의 전교조 규약 시정요구는 단결권 침해"
위원장 명의 성명 발표…"고용부 방침은 인권위 권고 배치"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해직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지 않으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적 노조로 보지 않겠다는 정부의 시정요구에 대해 단결권·결사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인권위는 22일 현병철 위원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 규약 시정요구의 근거로 제시한 조항은 인권위가 이미 2010년 9월30일 결정을 통해 삭제를 권고한 제도"라며 "당시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시정요구 근거로 제시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행정관청이 노조설립을 반려토록 규정한다.
같은 법 시행령은 노조 설립신고의 반려 사유가 발생하면 행정기관은 시정을 요구하고 30일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정부는 1996년 OECD 가입 당시 교사·공무원의 결사의 자유·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라며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고용부가 당시 인권위 권고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이라도 위원회의 권고가 이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지난달 고용부의 규약 시정요구는 표적탄압이라며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했으며 인권위는 긴급구제 요청은 거부하고 일반 사건으로 진정을 접수해 조사해왔다.
한편 전교조는 인권위가 23일인 전교조 규약 개정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두고 성명을 발표한 것에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을 거부하고 있는 고용부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고용부는 법외노조 통보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인권위의 재차 권고와 ILO의 수차례 권고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2010년 9월 인권위 결정 당시 전교조 위원장이던 정진후 정의당 의원도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정 의원은 "인권위의 이번 성명은 2010년 당시 전교조가 인권위에 제소했던 내용에 대한 결정과 동일한 결정으로 국가기관은 한 사안에 대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일부 상임위원의 반대로 해당 결정이 발표되지 않을 수 있었던 상황에 재차 권고가 어렵게 되자 위원장 명의의 성명발표라는 다소 흔치 않은 방법으로 기관의 과거 결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노력해 준 위원장 및 인권위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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