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눈속(Chrysosplenium)의 분류에 대하여
김영동 교수(한림대 생명과학부) 야사모 기고 글
2002 /03 /28
괭이눈은 우선 잎이 마주나는 무리와 어긋나는 무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잎이 어긋나는 무리로는 산괭이눈, 애기괭이눈이 있습니다. 이 중 산괭이눈은 전국의 낮은 산기슭, 계곡초입의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애기괭이눈 역시 약간 깊은 산에 가면 산중턱쯤의 계곡의 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애기괭이눈과 산괭이눈 두 종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창복 도감의 그림과 기재문을 참고 하시면 문제가 없습니다.
잎이 마주나는 무리에는 가지괭이눈, 선괭이눈, 털괭이눈 종류가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괭이눈(도감에 Chrysosplenium grayanum으로 나와 있는 것)은 분포하지 않습니다. 그 종은 일본에 분포하지요. C. grayanum은 기본적으로 수술이 4개란 점에서 다른 종과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괭이눈 종류들은 모두 수술이 8개입니다.
가지괭이눈은 그리 흔하지 않고요, 우리나라 강원지방 고산지대에 자랍니다. 오대산, 태백산, 금대봉, 발왕산, 잎이 마주나는 무리 가운데 유일하게 꽃받침(꽃잎으로 보이는)이 수평으로 퍼지는 종이라 쉽게 구분됩니다. 화기에 꽃이나 포엽이 선황색으로 되지도 않습니다.
선괭이눈은 전체에 털이 없으며 우리나라 전역, 깊은 산 계곡 주변에 자랍니다. 꽃이 필 때 꽃뿐만 아니라, 꽃 주위의 포엽이 짙은 황색으로 아름답게 변하지요. 물론 이런 특징은 털괭이눈도 나타내지만 말 그대로 털괭이눈은 털이 많아 선괭이눈과 확실히 구분됩니다. 이 선괭이눈이 바로 일반인들이(혹은 전문가들도) 괭이눈으로 가장 많이 혼동하는 종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괭이눈은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만일 본 종(선괭이눈 - C. psuedofauriei = C. trachyspermum)의 국명을 괭이눈이라고 한다면 괭이눈은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창복 도감을 비롯한 모든 도감에서 괭이눈을 C. grayanum으로 했기에 그 국명을 그 학명과 같이 이해하는 한 괭이눈은 우리나라에 없는 것이 됩니다. 물론 이해하시겠지요?
마지막으로 털괭이눈은 전체에 털이 많고요, 잎이 마주나는 무리 중 선괭이눈과 더불어 화기에 꽃, 포엽이 선황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지요. 물론 이 두 종 모두는 수정 후 황색을 점차 잃습니다. 털괭이눈은 우리나라 전역의 깊은 산 계곡 주변에서 흔히 (선괭이눈보다 더 흔히) 볼수 있지요. 이들 털괭이눈은 여러 변종이 있어 분류학적으로 다소 어려운 분류군입니다.
제가 보기에 전체적으로 꽃이 좀 더 작으며 포엽 및 일반 잎의 열편수가 더 적은 것부터 시작해서 꽃과 열매가 크고 잎이나 포엽의 열편수가 많은 개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이양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현미경으로 더 자세히 보면 이들 종자의 구조에서도 연속적인 변이 양상이 관찰됩니다. 이와 같은 변이 양상은 시베리아, 만주, 한반도, 일본에 이르면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제 견해로는 이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현재로서는 그냥 이들을 털괭이눈complex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석사 때에 꽃과 열매가 좀더 작으며, 화기에 포엽 전체가 아주 밝은 선황색으로 변하고, 포엽, 잎의 열편수도 다소 적은 것을 C. pilosum var. valdepilosum(천마산에서 처음 채집했던 터라 '천마괭이눈'이라는 국명을 사용, 그러나 본 국명의 타당성은 본 변종의 분류학적 처리와 맞물려 있어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님)으로 구분한 적이 있지만, 검토 표본수의 제한으로 인해 이것이 털괭이눈complex의 다른 변종인 금괭이눈(C. pilosum var. sphaerospermum)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여부와 변종 혹은 종으로서의 분류학적 처리 여부는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털괭이눈의 경우 남한에는 크게 두 변종(C. pilosum var.fulvum, var. valdepilosum)이 분포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 중 var.fulvum(흰털괭이눈/제주괭이눈)이 var. valdepilosum (천마괭이눈?, 금괭이눈?)에 비해 꽃이나 열매가 1.5배가량 크며 무성지에 털도 더 많은 점이 차이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외 표본을 모두 포함하는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며 그 전까지는 이들을 모두 털괭이눈 complex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창복 도감에 있는 바위괭이눈은 우리나라에 없으며(일본에 분포), 흰털괭이눈, 제주괭이눈 등은 좀 전에 제가 말씀드린 털괭이눈complex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들을 각각 별개의 종으로 보는 견해는 지금 타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오대산괭이눈이라는 것은 오대산(북대사 근처 <- 이창복 도감)에 자라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 함경북도에 자랍니다. 주로 시베리아 지역에 흔히 분포하며 따라서 시베리아괭이눈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그 밖에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누른괭이눈(C. flaviflorum Ohwi)은 중부 이북 즉, 북한지역에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저도 제한된 수의 표본만 본 상태입니다만, 본종은 털괭이눈(특히 var. valdepilosum)과 매우 유사하나 종자의 표면이 돌기가 없이 매끄럽다는 특징으로 한국특산이 된 종입니다.
괭이눈의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도감들을 보면 거의 동정을 할 수 없습니다. 많은 도감들이 거의 모든 분류군에서 여러 가지 오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한국식물분류학자들은 이 점을 주지하여 현재 한반도 종합식물지 사업을 10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그래도 좀 더 나은 모습의 식물도감도 출판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 국가표준식물목록 괭이눈속(Chrysosplenium) 11종
괭이눈 Chrysosplenium grayanum Maxim. : 일본에 분포(선괭이눈의 오동정임)
털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Maxim. var. pilosum : 한라산, 지리산, 천보산 심산 습지
흰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var. fulvum (N.Terracc.) H.Hara : 금강산 이남 산지 (큰괭이눈, 흰털괭이눈)
금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var. sphaerospermum H.Hara (제주괭이눈)
누른괭이눈 Chrysosplenium flaviflorum Ohwi
산괭이눈 Chrysosplenium japonicum (Maxim.) Makino : 수원 이북의 산지 응달
선괭이눈 Chrysosplenium pseudofauriei H.Lev. : 제주, 강원, 평남, 함남북
오대산괭이눈 Chrysosplenium alternifolium var. sibiricum Ser. ex DC. : 오대산 북대사 근처, 함경도 습지
바위괭이눈 Chrysosplenium macrostemon Maxim. ex (Franch. & Sav.) : 일본에 분포(선괭이눈의 오동정임)
가지괭이눈 Chrysosplenium ramosum Maxim. : 중부 이북 산지
애기괭이눈 Chrysosplenium flagelliferum F.Schmidt
털괭이눈 : 전체에 털이 매우 많다. 옆으로 벋는 기는 줄기가 있으며 잎은 원형으로 마주난다.
금괭이눈 : 꽃이나 열매가 털괭이눈 종류에 비해 작고 무성지에 털이 적다.
흰괭이눈 : 줄기는 기부에서부터 갈라지고 상부에 백색의 퍼진 털이 있다. 털괭이눈에 비해 벋는 줄기가 없다.
가지괭이눈 : 꽃잎(꽃받침)이 수평으로 퍼진다. 꽃 피는 시기에 꽃이나 포엽이 선황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강원 고산 지대
오대산괭이눈 : 연모가 있고 실처럼 가는 포복지에 잎은 신원형으로 모여나고 잎자루가 길다.
사슬괭이눈 Chrysosplenium japonicum (Maxim.) Makino var.tetrandrum(Hara) Y.Lee
제주도. 줄기는 희고 털이 듬성듬성 있다. 암꽃과 수꽃이 있으며 수꽃에는 4개의 수술과 퇴화된 암술, 암꽃에는 2개의 암술이 뚜렷하고 4개의 수술이 있다
뿌리잎은 3cm가량의 잎자루가 있고 심장형. 줄기잎은 5개의 톱니가 있으며 은색을 띤 털이 있다
제주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var. sphaerospermum H. Hara
※ 괭이눈속(Chrysosplenium) 검색표
1. 잎은 對生.
2. 잎과 줄기에 無毛.
3. 수술 4개. 잎의 거치는 크고 분명하다. 삭과(蒴果)는 악통(萼筒)보다 작고 크기가 비슷하다. ·········→ 1. 괭이눈
3. 수술 8개. 거치는 작고 고르다. 삭과는 악통보다 크고 크기가 다르다.
4. 로제트엽이 없다. 자주빛이 돈다. ···························→ 2. 바위괭이눈
4. 로제트엽이 있다. 자주빛이 돌지 않는다. ··············→ 3. 선괭이눈
2. 잎과 줄기에 有毛.
5. 꽃받침은 수평으로 퍼지고 녹색. 삭과는 술잔 모양 ··········→ 4. 가지괭이눈
5. 꽃받침은 황색. 삭과는 뿔모양.
6. 수술은 4개 ···························→ 5. 털괭이눈
6. 수술은 8개
7. 윗부분의 털은 희고 아래는 갈색. 열매 끝은 뾰죽하다. ························→ 6. 흰털괭이눈
7. 털은 희지 않다. 열매 끝에 화주가 남아 있어 까락처럼 되어 있다. ····→ 7. 제주괭이눈
1. 잎은 호생.
8. 잎에 털이 많다. 포엽은 기부를 제외하곤 녹색. 포복지(匍匐枝)가 없다. 줄기의 잎은 2-3개이다.
9. 경생엽에 거치가 3개. 엽액(葉腋)에 육아(肉芽) 無. 줄기에 털이 드물다. ······························→ 8. 애기괭이눈
9. 경생엽에 거치가 다수. 엽액에 육아 有. 줄기에 털이 많다. ·······················································→ 9. 산괭이눈
8. 잎에 털이 다소 있다. 포엽은 선황색. 사상의 포복지가 있다. 줄기의 잎은 중앙에 1개뿐이다. ····→10. 오대산괭이눈
*흰털괭이눈 C. barbatum Nakai 금강산 이남 산지의 습지 => 흰괭이눈 통합
*제주괭이눈 C. hallaisanense Nakai 한라산 숲속 바위틈 => 금괭이눈 통합
※ 영문 검색집 : The Genera of Vascular Plants of Korea(아카데미서적, 2007)
1. 잎이 어긋난다.
2. 이형엽(異形葉)(개화후 로제트엽 발달) 경생엽과 포엽이 2-3개로 갈라지고 길이가 1cm 미만 ··················→ C. flagelliferum(애기괭이눈)
2. 잎 형태가 똑같다.(로제트엽 없다) 경생엽과 포엽은 8-12개의 납작한 톱니가 있다.
3. 포복경 있다. 경생엽 잎자루 없거나 아주 짧다. 개화시 포엽 밝은 황색. 종자 표면 매끄럽다. ··→ C. lternifolium(시베리아괭이눈)
3. 포복경 없다. 경생엽 잎자루 있다. 개화시 포엽은 녹황색. 종자 표면 약간 유두상이다. ·············→ C. japonicum(산괭이눈)
1. 잎이 마주난다.
4. 꽃잎이 녹색이고 옆으로 벌어진다. 심피(心皮 carpel)가 벌어져 컵모양이다. ···············→ C. ramosum(가지괭이눈)
4. 꽃잎이 황색이고 일어서 있다. 심피도 벌어지지 않으며 뿔모양이다.
5. 잎자루와 로제트엽을 제외하고는 털이 없다. ······························→ C. pseudofauriei(선괭이눈)
5. 털이 많다. 잎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다.
6. 종자 표면이 매끄럽다. ················································→ C. flaviflorum(누른괭이눈)
6. 종자 표면의 능선에 돌기가 있다. ······························→ C. pilosum(털괭이눈)
a. 개화시 포엽 금색. 꽃의 크기가 2-2.5mm. 종자는 뚜렷하지 않은 능선에 돌기가 있다. ·················→ C. pilosum var. valdepilosum(금괭이눈)
b. 개화시 포엽 녹색 또는 기부만 황녹색. 꽃 지름이 2.5-3.5mm. 종자는 잘 발달된 능선에 돌기가 있다. ··→ C. pilosum var. fulvum(큰괭이눈)
*큰괭이눈 => 흰괭이눈에 통합
※ 괭이눈(Chrysosplenium grayanum) 전남 영광에서 자생지 발견(2018. 04)
일본 고유종 식물로 알려진 ‘괭이눈(Chrysosplenium grayanum)’이 우리나라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라남도 영광군청과 함께 2018년 4월 초 영광군 일대를 조사한 결과 그간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괭이눈’의 국내 자생지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괭이눈은 1913년 일본의 생물학자 나카이(Nakai)가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고 보고한 이래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일이 없어 서식 여부가 불확실했다. 이번에 확인된 괭이눈의 자생지 면적은 100㎡ 내외로 약 500여 개체가 서식하여 안정적인 개체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57년 일본 생물학자 하라(Hara)는 괭이눈의 분포지역을 일본으로 한정하고, 괭이눈을 일본 고유종으로 국제 학술지(Journal of the Faculty of Science, the University of Tokyo)에 보고한 바 있다.
<괭이눈의 특징>
10cm 정도의 크기로 식물 전체에 털이 없고, 잎이 마주나며, 수술은 4개인 특징을 가진다
열매는 삭과로 1개의 봉선이 있으며, 종자는 윤기가 흐르는 다갈색으로 전체에 유두상의 돌기가 있다.
괭이눈은 크기가 10cm 내외로 식물 전체에 털이 없고, 수술이 4개인 특징을 갖는다. 산지의 물이 흐르는 습한 곳 주변에 주로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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