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할미'라는 이름을 붙였을꼬? 이렇게 가슴 설레게 아름다운 꽃에다….
뒷동산에 할미꽃 /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 늙어서도 할미꽃
하하하하 우습다 / 졸고 있는 할미꽃
아지랑이 속에서 / 무슨 꿈을 꾸실까.
붉은 빛과 검은 빛이 조화를 이룬 이처럼 완벽한 빛깔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 저렇게 무엇인지 부끄러워 볼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할미를 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저 눈부시게 보송보송한 저 하얀 솜털은 또 어쩌고….
고개 숙인 모습이 허리 꼬부라진 할미를 닮았고, 꽃 지고난 뒤 암술의 날개가 하얗게 부풀어 오르면 할미의 백발을 닮았다. 그래서 할미꽃을 옛 사람들은 백두옹(白頭翁)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할미꽃을 다룬 이야기로 가장 오래된 것에 설총의 <화왕계(花王戒)>가 있다. <화왕계>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신문왕에게 설총이 들려준 이야기인데, 신문왕에게 간신과 미색을 멀리하고 충직한 신하를 가까이하라는 설총의 정책 권고라고나 할까?
옛날 꽃나라를 다스리는 화왕(花王, 모란꽃)에게 여러 꽃들이 인사를 하러 온다. 화왕은 이들 가운데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뒤이어 온 백두옹(할미꽃)의 충직함을 보고 고민에 빠진다. 결국 화왕은 할미꽃에 감동하고 할미꽃을 택한다.
할미꽃에 얽힌 이야기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시어머니를 구박하던 며느리에게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간 사이 함박눈 쏟아지는 날 그릇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쫓겨난 시어머니가 얼어 죽은 언덕에서 피어난 꽃이 할미꽃이라는 전래동화도 있고, 홀로 된 어머니가 딸 셋을 키워 모두 시집을 보낸 후 딸집을 찾았다가 세 딸 모두에게 냉대 받고 산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보다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할미꽃이라는 설화도 있다.
한쪽은 며느리를 겨냥하고 한쪽은 딸들을 겨냥하지만, 가난과 가부장제도라는 가족제도 때문에 겪는 여성의 삶의 고통을 잘 드러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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