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퇴근길의 번개 봄꽃맞이: 왕느릅나무, 히어리, 미선나무

모산재 2008. 3. 24. 22:51

금요일이다.

 

찾을 수 없었던 골짜기와 천변에

봄이 어디에 얼마큼 왔는지 알지 못해

조바심이 나를 어찌할 바를 모르게 한다.

 

산과 들의 바람 내음과 볕살의 감촉을 유유히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얼마나 싱싱하고 꽉 찬 것인가...

 

 

평정심을 잃은 채 알 수 없는 초조함으로 허둥거리며 지내는 나날...

오늘 하루는 카메라를 들고 출근을 한다.

 

 

봄이 왔다는 것을 산수유꽃이 먼저 알려준다. 

 

 

 

점심 시간,

짬을 내어 봉화산을 오르니

후끈 달아오른 배밭 언덕이 아득해지며

잠시 봄이 나도 몰래 지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덕배기엔 하얀 냉이꽃, 노란 꽃다지가 점점이 피고

별꽃은 무더기를 이루어 지천으로 피었다.

 

 

 

산으로 올라서야 숲은 아직도 겨울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봄의 흔적이라곤 이렇게 겨우 봉오리만 벙글고 있는 진달래뿐...

 

 

 

다시 마을로 내려와

아파트 양지바른 잔디밭의 꽃마리 꽃을 보고서야

봄이 제대로 왔음을 느낀다.

 

 

 

한 켠엔 서양민들레 노란 꽃이 불꽃처럼 탐스럽게 피었다.

 

 

 

측백나무도 저렇게 꽃을 달았다.

 

 

 

살구나무라는 이름표를 단 나무인데

꽃봉오리의 색깔이 어쩐지 살구나무로 보기에는 낯설다.

 

 

 

이것은 매화 봉오리...

 

 

 

아직 햇살이 한 발이나 남아 있다는 것에

퇴근길은 설렘과 애탐으로 가득찬다. 

 

아차산을 가 볼 참이다.

 

이곳의 숲도 여전히 앙상한 겨울인데

유난히 귀룽나무만 푸른 새 잎들을 달고 바람에 일렁인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마른땅에 자라난 싸리냉이의 저 싱싱한 생명력...

 

 

 

그리고  앙상한 가지에 주렁주렁 꽃등을 달고 있는

아름드리 왕느릅나무.

  

 

 

 

저녁 햇살에 산수유꽃이 한층 환하여진다.

 

 

 

돌단풍도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봉화산에선 입을 다문 채 미소만 짓던 진달래가

이곳에선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제비꽃을 처음 만나보는 것도 큰 기쁨이다.

 

 

 

 

아 그리고,

이곳을 내가 찾은 이유가 바로 이 녀석에 있었다.

 

히어리! 이만큼 아름다운 꽃등도 흔치 않으리...

 

 

 

 

혹시나 하긴 했지만

미선나무까지 저렇게 활짝 웃으며 맞이할 줄이야...

 

  

 

 

잎의 모양으로 봐서는 제주산 세복수초일 듯한 녀석은

이미 한창을 지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한 시간도 못 되게 바쁘게 돌아보는데

벌써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산그늘을 배경으로 산수유 꽃과 열매를 함께 담아 보았다.

 

 

 

 

풍년화는 벌써 발그레한 수줍음을 잃어가는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봄이 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도 하지 못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