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늦가을 꽃 구경
2007. 11. 04
일요일 오후,
어제에 이어 오늘도 햇살이 맑고 따스하다.
점심을 먹은 뒤에
정말 오랜만에 탄천, 양재천 산책이라도 할까 생각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이미 해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일단은 아파트 단지라도 돌아보자고
카메라를 메고 나섰다.
파충류처럼 어슬렁거리며
삽상한 바람 속 아직도 따끈한 햇살을 맞으러 나선다.
어루만져 주는 햇살의 감촉과 온기가 얼마나 달콤한지...
아파트 사람들이 농작물을 가꾸는 텃밭 쪽으로 향한다.
흔하디흔한 메리골드, 만수국꽃이 요래 예쁘다.
아그배나무 열매가 주황빛으로 곱게 여물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는 은행나무 단풍은 이글이글 타는 황금의 불
페퍼민트일까, 오데코롱민트일까...
밭가에는 기생여뀌가 가지를 있는 대로 벌리고 섰다.
까실쑥부쟁이로 보기도 그렇고
섬쑥부쟁이로 보기에는 마뜩찮은 이 쑥부쟁이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칸나의 한 종인 홍초,
그냥 칸나에 비해서 꽃잎이 좁고 길다.
국화가 꽃을 피우긴 했는데,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어서 일부만 담아 보았다.
천일홍이라고 부르는 이 녀석,
이름이야 엄청난 뻥이지만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오래오래 피는 꽃임은 틀림없다.
지난 겨울 중국에서 처음 보았던 금관화를 동네 아파트 화단에서 만날 줄이야~.
붉은 꽃과 노란 암술의 화려한 조화에 잠시 맘을 빼앗긴다.
아파트 단지 공터에 야생화한 이 녀석은 옥살리스 종류로 보이는데,
사랑초와는 달라 보이고, 자주괭이밥이나 덩이괭이밥이려나...
아그배나무 열매와는 확실히 달라 보이는 꽃사과,
꽃받침 갈래의 흔적이 열매의 끝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흔히 흰줄무늬사사조릿대라고 하는 녀석의 잎달린 모습을 담아 본다.
방울비짜루와는 닮았지만 뭔가 좀 다른 모습인 이 녀석은
아스파라거스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스파라거스의 꽃
겨울로 가는 문턱에서 끈끈이대나물이 이렇게 다시 꽃을 피우기도 한다.
동전 모양의 잎을 단 좀씀바귀도
요렇게 급히 꽃을 살짝 피워 종자를 더 퍼뜨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어느 화단에는 용담이 꽃을 피웠다.
대모산에서 보던 것과 같은 종류로 보인다.
늦은 가을까지 오래오래 피는 꽃으로 풍접초를 뺄 수는 없을 것.
중국에서는 칠색화라고 부르는 란타나,
붉은 꽃과 노란 꽃으로 피었다.
찬 바람이 불기 전 자주달개비도 꽃을 한번 더 피웠다.
잎패임이 적은 삼잎국화의 뿌리잎
만수국을 한번 더 담아본다.
흰 꽃을 피운 국화
피라칸타의 열매
뽕나무과로 잎이 뽕잎을 닮아 뽕잎풀이라고도 부르는 뽕모시풀
요즈음의 뽕모시풀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털 모양의 붉은 암술과
하얀 꽃밥을 단 수술을 볼 수 있다.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사진이 잘 담기지 않는 시간이어서 집으로 발길을 되돌린다.
집 근처 볕바라기가 좋은 아파트 앞 풀밭엔
봄에 피어야할 코딱지나물, 광대나물들이 성냥개비불처럼 꽃을 피우고 있다.
털별꽃아재비와 정담을 나누는 듯한 광대나물,
웃고 있는 듯한 꽃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대개 여름에 꽃을 보이는데
이곳의 유카는 이렇게 늦가을에 꽃을 피운다.
비록 야생화는 아니어도
이렇게 인간이 내어 준 땅에 뿌리를 내리고 피운 꽃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꽃을 피우는 생명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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