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에서 꽃바람을 맞다

모산재 2007. 4. 16. 00:00

 

천마산에서 꽃바람을 맞다

2007. 04. 08(일)

 

 

 

날씨가 화창하다.

어제 산을 타느라 뻐근한 몸이지만 마음은 맑다.

 

후배가 모는 차를 타고 청량리에서 도사님 만나 천마산으로 향한다.

 

산 입구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는데

식당 주인이 손님이 아니면 주차할 수 없다고 한다.

도사님이 김밥 도시락을 준비해 왔건만

할 수 없이 비빔밥 두 그릇을 시켜 먹기로 하고 주차한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남산제비꽃이다.

 

단풍제비꽃, 태백제비꽃과의 경계는 잎의 갈라짐에 따라 정해진다.

 

잎이 갈라지지 않으면 태백제비꽃,

잎이 5갈래로 갈라지면 단풍제비꽃,

더 많이 가늘게 갈라지면 남산제비꽃

 

그래서 이 셋을 같은 종으로 본다는 설이 유력하다는 거다.

 

 

 

조금 더 올라가 계곡과 나란히 하는 길에서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큰괭이밥을 만나며 우리의 감탄사는 연발한다.

 

바람 제대로 맞았어...

 

 

만주바람꽃이다.

 

어째서 만주바람꽃일까.

영명도 North-Eastern China Isopyrum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자생하는 꽃이지만, 중국동북부에서 우수리강 일대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꽃이다.

아마도 그래서...

 

 

 

 

그리고 또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에 비해서 꽃잎의 숫자가 훨씬 많고 꽃도 크다.

만주바람꽃이 간결하면서도 연약한 모습이라면

꿩의바람꽃은 청초하면서 귀티가 흐르는 자태를 보인다.

 

 

 

 

큰괭이밥이 잎보다 먼저 커다란 꽃을 피워 올렸다.

 

 

 

 

그리고 지천으로 만나는 현호색들

 

 

 

는쟁이냉이는  아직은 움츠리고 있지만 꽃맹아리를 움직거리고 있는 걸로 보아 곧 거사를 일으킬 태세이다.

 

 

 

골짜기는 온통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큰괭이밥, 현호색의 천지였다.

 

 

 

 

이것은 예전의 애기현호색인데, 잎의 갈라짐이 코스모스를 연상시키는 점이 그 특징이다.

 

 

 

이것은 그냥 현호색으로 부르면 되겠다.

 

 

 

애기괭이눈도 물가에서 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그리고 얼마쯤 오르니 점현호색도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잎에 점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천마산 계곡을 따라 물가에서 아주 우세한 종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얼레지도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고개를 너무 숙이고 있어서 그 앞에 엎드려 경배를 드리지 않는 한

꽃잎의 안쪽에 그려진 화려한 무늬를 보여 줄 것 같지 않았다.

 

 

 

 

잎모양이 저렇게 동그라니 세개씩 갈라지면 왜현호색이다.

 

이 녀석들은 물가는 덩치 큰  점현호색에 내 주고

계곡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언덕배기에서 시위하듯 떼로 모여 피었다.

 

 

  

 

계곡의 풍경

 

 

 

그리고 계곡을 꽤 오르니 천마괭이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포엽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어 어두운 골짜기를 환히 밝힌다.  

 

 

 

 

벌써 족도리풀도 꽃을 피웠다.

 

아마도 바위를 병풍 삼아 바람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녀석들만 유난히 일찍 핀 듯하다.

 

 

 

작은 골짜기로 이어지는 곳에 처녀치마가

요조숙녀인 양 자연풍 잎새 스커트를  아래로 드리우고 꽃을 피웠다.

 

 

 

이것은 뭘로 보아야 한다...

분취 종류일까.

 

 

 

민둥뫼제비꽃일까, 태백제비꽃일까.

꽃이 흰 색인지 연붉은색인지 애매하기만 한데...

 

 

 

중의무릇은 이제 꽃을 갓 피우기 시작하는 듯했다.

 

 

 

대극과의 개감수가 풍성하게 자라 풍성한 꽃을 피웠다.

 

 

 

미치광이풀도 한창이다. 

 

덜 피운 꽃들은 검은 색에 가까운데,

활짝 피면서 점차로 붉은 색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비꽃들이 몰려서 피어 있다.

 

이것은 단풍제비꽃으로 보이는데, 

잎이 군데군데 갈라진 태백제비꽃의 모습이나 다를 바 없다.

 

 

 

다음의 꽃들은 뭘로 보아야 하나.

꽃 모양은 같아 보이는데, 잎 모양은 조금씩 달라 보여 혼동이 온다.

 

이것은 갑산제비꽃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인데, 글쎄...

 

 

 

잔털제비꽃으로 봐도 될까.

 

 

 

잎 모양으로 봐서는 태백제비꽃인 듯한데

꽃의 색깔이 붉은 빛이 감도니 민둥뫼제비꽃으로도 의심이 되고...

태백제비꽃과 뫼제비꽃이 종을 뛰어 넘어 맺은 사랑의 결실일가.

 

 

 

다 져버린 줄 알았던 너도바람꽃이 아직도 있었다.

 

 

 

대부분 아래와 같이 꽃이 지고 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것은 꽃잎이 뾰족하니 큰개별꽃으로 보이는데...

 

그런데 네이버 백과사전에 실린 큰개별꽃 이미지에는

꽃잎의 끝이 갈라진 것이 큰개별꽃이라고 정반대로 설명하고 있으니, 어찌된 셈일까...

 

 

 

 

갓 싹을 내민 미치광이풀,

그 연노랑의 잎새 속에는 놀랍게도 꽃이 숨어 있었다.

 

 

 

골짜기의 상류에 이르러서 환하게 핀 복수초 군락을 만난다. 

 

개복수초이갰거니 했는데, 꽃받침을 보니 8장인 것이 그냥 복수초이다.

그냥 복수초답게 꽃송이도 작고 단정하다.

 

 

 

그리고 나타나는 청노루귀 군락지...

융단처럼 깔린 솔이끼 밭 속에 핀 보랏빛 꽃이 환상적이다.

 

 

 

복수초, 노루귀 군락지에는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이끼를 뜯어다 붙여 놓고

연출 사진을 찍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씁스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시간이 오후 4시에 가까워져

복수초, 노루귀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간다.

 

까치무릇의 딴 이름인 산자고를 만나고

 

 

 

다시 태백제비꽃을 담아 본다.

 

 

 

함께 한 두 사람이 얼레지를 모시기에 지극정성을 들이는 모습 

 

 

 

골짜기에 깃드는 어둠 속에 얼레지도 한번 더 담아 보고,

 

 

 

햇살이 사라진 시간에 만주바람꽃을 다시 담아 본다.

 

 

 

아직은 꽃이 아니지만 미래의 꽃 삿갓나물에게도 잠시 눈길을 주고

 

 

 

산길을 벗어나 타박타박 마을을 향해 걸어내려간다..

 

까치집을 품은 마을의 살구나무에 연분홍 꽃들이 고향처럼 정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