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숲에서 피어난 노루귀, 처녀치마, 현호색을 만나고

모산재 2007. 4. 12. 00:56

숲에서 피어난 노루귀, 처녀치마, 현호색을 만나고

2007. 04. 07(토)

 

 

거의 한달만에 찾은 산, 그산으로 들어서는 길,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진달래꽃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한국적인 꽃!

 

 

 

2월부터 벼르며 몇번이나 찾았다가 만나지 못하고 포기했던 노루귀를 뜻밖에 만난다.

청노루귀! 야생 상태에서 처음으로 만나니 

아리따운 님을 만난 듯 들뜬 마음에

앞에서도 보고 돌아서도 보고 위에서도 보고...

 

그런데, 어째 이 한 포기만 꽃을 피웠을까.

 

 

 

주변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노루귀는 그 하나뿐.

저 멀리 보랏빛 꽃이 보여 노루귀인가 해서 다가서 보니 둥근털제비꽃...

 

 

 

꽃잎이 뾰족한 것이 큰개별꽃으로 보이는 녀석이 이제 막 꽃을 피웠다.

몇몇 녀석을 빼고는 대부분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꽃을 피울 것 같다.

 

 

 

산비탈에는 이렇게 줄사철마냥 바닥을 기는 줄기에 파릇한 잎을 단 녀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이 회잎나무라는 걸 알아챈다면 꽤 고수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라는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무릇보다도 훨씬 가늘게 잎을 내민 이 녀석은 중의무릇일까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잎이 많이 가늘고 작은 것이 달래인 듯하다.

아직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 듯 좁쌀만한 꽃봉오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앉은부채는 푸른 잎사귀가 너풀너풀 자라 불염포의 흔적조차 감추었다.

 

 

 

암꽃 보기가 어렵다는데, 오늘따라 생강나무 암꽃이 자주 보인다.

암수딴그루인 생강나무의 암그루는 수꽃에 비해 꽃이 성기게 달리고 또 꽃송이가 아주 작다.

 

 

 

암꽃은 이렇게 작고 성기게 달리는데,

 

 

 

수꽃은 이처럼 풍성하게 달린다.

 

 

수꽃이 커 보이는 이유는 위에서 보다시피 수술이 길게 풍성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거꾸로 암꽃이 작아보이는 것은 수술이 퇴화되어 부피가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왜현호색 꽃이 상큼하게 피었다.

 

  

 

 

이것은 아마도 벌깨덩굴이겠지...

 

 

 

내가 본 생강나무 중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인 것 같다. 높이가 5m에 가까워 보인다.

전체 수형을 다 담아 보고 싶은데,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 때문에...

 

 

 

반가워라! 다시 청노루귀를 만난다.

이 녀석들과의 눈맞춤에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이건 도대체 무슨 나무일까, 짐작조차 안 되네.

 

 

 

개복수초가 군락을 이룬 곳에 도착한다.

아래쪽에는 이처럼 꽃들이 덜 피었는데,

 

 

 

 

양지쪽 언덕배기인 위쪽으로 오르니 황금빛 꽃이 만발하였다.

 

 

 

 

무심히 지나가던 한떼의 아줌마들이 내가 쪼그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꽃을 발견하고는

"우와 , 민들레꽃이 엄청나게 피었네!"

 

 

아직 신록이 숲을 만들지 않았건만 산성으로 올라서니 시야가 절로 훤해진다. 

 

이것은 까실쑥부쟁이의 어린 모습일 테이고...

 

 

 

그런데, 요건 뭐지?  알 듯 말 듯, 재채기가 나올 듯 말 듯. ..

 

 

 

얘는 물봉선 어린 싹.

 

 

 

이 나무와 꽃은 낯설다.

꽃 모양으로 봐서 자작나무과로 보이는데 서어나무(혹은 개서어나무)일까...

 

 

 

 

이게 바로 어린 회잎나무, 이제 겨우 움터 아직 싹조차 자라지 못했다.

 

 

 

현호색. 볕바라기가 좋아서인지 아래 골짜기보다 꽃이 활짝 피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마도 만날 수 있겠지 기대했던 처녀치마 꽃이 숲을 밝히고 있다.

 

 

 

 

잔 가지의 수피가 벗겨지는 것이 쪽동백나무로 보이는 나무

 

 

 

 

묏등의 진달래꽃이 아름다워 한 컷.

 

 

저녁 볕 속에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었는데

 

  

 

 

솜나물 꽃들도 함께 피었다.

 

 

  

 

 

해가 구름 속에 숨어 버리고 어둠의 그림자가 산을 덮고 있어

바쁜 걸음으로 노루귀가 있을 법한 골짜기로 달린다.

 

진범으로 보이는 풀

 

 

 

과연 노루귀가 피었다. 이번엔 흰노루귀.

 

 

  

 

그리고 청노루귀

 

 

 

어둠이 내리는 골짜기에서 꽃을 온전히 담기가 쉽지 않아 끙끙대는데

이게 뭐야, 갑자기 전원이 나가버리지 않느냐.

그래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거친 산길을 내려오면서

오늘 아이들 안 데리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크로스컨트리 경기하듯 산을 헤집고 달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