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시대 건너 가기

고교생 논문, 황당무계한 일

모산재 2022. 5. 8. 11:28

 

"고등학생 때 논문 썼다던 그 많은 천재들은 어디로 갔나"

한국일보 2022. 05. 08.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2000년대 초 대학입시 제도 바뀌면서
'고교생이 논문' 황당무계한 일 벌어져
부모들 욕심이 억지로 만든 가짜 천재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홈페이지 캡처

 

 

원로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 때 논문을 썼다는 친구들은 부모들의 욕심으로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교 1학년 때 두 달간 단독 논문 5편을 작성했고 같은 기간 전자책 4권을 출판했다'는 허위 스펙 의혹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지난달에도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사에 대해 "대부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해 온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 많은 천재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2000년대 초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갑자기 고등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천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썼다.

그는 이런 천재들이 성장해 학계를 이끈다면 우리 학문의 수준이 세계 최고에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학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신이 서울대에서 가르쳐 온 학생들 중에서도 "이전 세대의 학생들과 비교해 천재스럽다고 느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로부터 고등학생인 자식이 '경제학원론'을 저술했으니 감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날고 긴다는 서울대 학생도 이해하기 힘들어 애를 먹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일개 고등학생이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저술했다니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제안은 단번에 거부했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11월 작성한 논문(‘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의 초록.

사회과학네트워크(SSRN) 홈페이지 캡처

 

 

반면 자신과 이전 세대의 교육을 받은 제자들은 고교시절은커녕 대학생 때도 외국 저널에 논문 한 편 실어보지 못했다며, 논문이 스펙쌓기 수단으로 변질됐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경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변변한 논문 하나 써 본 적이 없다"며 "대학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쓴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게 우리 세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전 세대의 교육을 받은 제자들 역시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논문 한 편 써낸 적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일이 2000년대 초 수시전형이라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이 과거 새 입시제도 도입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이같이 일이 일어날 거라고 강력히 지적했으나 귀기울이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고등학생들이 논문을 썼다고 나서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현재는 논문 집필을 스펙으로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전하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 때 논문을 쓰는 천재가 전혀 나올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 때 논문을 썼다는 친구들은 억지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라며 "어린 학생이 스펙 쌓기의 정신적, 육체적 부담에 시달려 건전한 성장을 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밝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말하지만 그런 쓸모 없는 짓에 매달리게 하지 말고 아예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인 일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는 4일 한 후보자의 딸이 고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하반기 6편의 논문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딸은 논문 중 3편을 11월, 2편은 2월에 작성했다. 그런데 11월엔 '기하학', '기초 미적분학', '세포 주기와 유사 분열' 등에 관한 4권의 전자책도 출판했다.

한 후보자는 이튿날 즉각 입장문을 내고 "장기간 걸쳐 직접 작성한 고등학생 수준의 글을 마치 고등학생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의도적인 프레임 씌우기용 왜곡·과장이자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8일 한 후보자의 딸 논문 중 일부를 케냐 출신 대필 작가가 작성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한겨레는 대필 작가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사촌과 딱 겹친 한동훈 딸 '스펙'..입시업체 이모 개입 없다더니

한겨레 2022. 05. 07.

 

 

 

한동훈 "딸, 이모 컨설팅 없었다"..이모, 미 입시전문가
아이비리그 간 이모 큰딸과 온라인 매체 활동 등 겹쳐
외사촌들과 미 대학 입시 '스펙쌓기' 함께한 정황 곳곳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미국 대학 입시전문가인 이모의 두 딸과 검사 출신인 외삼촌 아들 등 사촌들과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를 함께 해 온 정황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한 후보자 딸을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은 현재 모두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들은 10대 중반부터 모두 비슷한 경력을 쌓으며, 각자가 만든 단체 행사에 서로의 이름을 올려주는 등 교외활동에서 ‘상부상조’해왔다. 이모 진아무개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대학입학 자격시험 에스에이티(SAT)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그의 큰딸은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했다.

7일 <한겨레>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김영배,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 후보자 딸 한아무개씨는 2020년 사촌 3명과 함께 미국 입시전문가인 진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팬데믹 타임스’를 설립했다. 팬데믹 타임스는 십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뉴스와 정보를 소개하는 영문 온라인 매체다.

한씨와 사촌들의 교외활동은 여러 차례 겹친다. 우선 모두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한씨의 사촌이자 진씨의 딸들이 ㅅ단체를 국내에서 만든 것은 2014년이다. 진씨의 큰딸이 초등학교 6학년 나이때다. ㅅ단체는 의료 및 치과 자원봉사 조직으로, 2017년 미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한씨도 ㅅ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ㅅ단체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는데, 관련 홍보 영상에는 한씨가 앱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상에는 80개 언어로 140개 국가에 앱이 사용되는 것이 목표이며 한 외국 장애인이 앱을 사용한 뒤 “편리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후보자 딸이 2018년 설립한 ㅍ단체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국내에서 번역 봉사 등을 하는 이 단체 역시 미국 현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을 봉사자로 모집했다. 이어 지난해 8월 한씨는 ㅍ단체 명의로 ‘차별금지’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 전시회 포스터에는 진씨의 두 딸의 이름이 모두 들어갔다. 전시회 장소는 외할머니 건물이었다. 다만 당시 이미 대학에 합격한 큰딸은 전시회 작품 목록에 출품 기록이 없었다. 대입을 준비하던 작은딸의 출품 기록은 있다.

한 후보자의 딸과 사촌들은 공동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는 또다른 ㅅ단체를 만들어 각각 청각장애인 커뮤니티 이사나 수화클럽 회장 등을 맡았다. 이 단체는 한 후보자 딸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로스앤젤레스 트리뷴>에도 나온다. 한 후보자는 이 기사는 40달러를 주고 게재한 인터뷰 형식의 광고 글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한씨와 사촌들은 ‘팬데믹 타임스’에서 발행하는 영어책(잡지)을 네 차례 함께 쓰기도 했다.

돈을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등 출판 윤리를 어겨온 이른바 ‘약탈’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는 것 역시 비슷하다. 진씨의 큰딸은 2019년부터 자신의 동생 등과 함께 여러 오픈액세스 저널에 논문을 실었다. 한씨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만 6건의 논문을 오픈액세스 저널 등에 실었는데, 이들이 논문을 올린 곳은 모두 학계에서 약탈적 저널로 분류된 곳이다. 한씨와 진씨의 딸들이 논문을 게재한 ‘에이비시 연구 알림’ 등은 미국의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인 카벨(Cavell)이 공개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약탈 저널이다. 

영어 번역 봉사활동 이력도 겹친다. 진씨의 큰딸은 중학교 2학년 나이인 2016년 교육부에서 봉사실적을 인정해주는 민간기관 ‘경기사랑청소년봉사단’을 통해 영어 번역 봉사자를 모집했다. 포털 카페 등에 올라온 글을 보면 모집 주최는 그가 회장을 맡은 ㅅ단체이며, 연락처는 진씨의 에스엔에스(SNS) 아이디를 적었다.

한씨는 2년 뒤 사촌의 길을 그대로 따라 밟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ㅍ단체의 명의를 사용했다. 한씨는 2018년 5월 포털 카페에 번역 봉사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역시 경기사랑청소년봉사단을 통해 영어 번역 봉사활동을 인정받는 방식이었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영어 번역은 짧은 시간에 봉사활동 시간을 많이 인정받을 수 있다. 한국 입시에서는 봉사활동이 중요하지 않지만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에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한씨와 여러 활동을 겹치게 했던 사촌(진씨의 큰딸)은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치대에 입학했다.